삼삼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우리 세 형제를 무난하게 키우신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이다.  <div>어머니 말씀으로는 큰 애는 혼자 알아서 커서 지켜보는 맛이 있었고, 막내인 나는 생긴 거 답지 않게 애교가 있어서 키우는 맛이 있었고,</div> <div>아.. 그리고 작은형은 어렸을 때부터 엉덩이가 찰져서 때리는 맛이 있었다고 하셨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게 아들 셋을 키우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은근 삼삼이를 임신했을 때 딸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셨다고 훗날 밝히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span></div> <div>두 분에게 "손녀"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임신했을 때 고추밭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내리셨지만, 강한 고추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운을 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어난 삼삼이는 작고 아담한 고추를 부착하고 태어났다. 그래도 막상 손자가 태어나니 가장 좋아하신 건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였다.</span></div> <div><br></div> <div>이번 설날 때 삼삼이를 데리고 갔을 때 아버지, 어머니는 삼삼이의 앞구르기, 전진 무의탁 등 다양해진 재롱을 보시고 좋아하셨다. </div> <div><br></div> <div>"얘가 꼭 자기 아빠 어렸을 때처럼 애교가 많네. 그래도 생긴 건 엄마 닮아야 할 텐데..."</div> <div><br></div> <div>분명 아들 칭찬인데 뭔가 뿌듯해지면서 뒤끝이 개운하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연휴가 길었던 탓에 올해는 조금 일찍 고향에 내려갔는데 </div> <div>삼삼이와 비슷한 시기에 손녀를 본 어머니 친구분이 손녀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오셨다. 내 새끼는 아니지만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픈지 </div> <div>한번 넣어보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그 아기가 입은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드레스를 보며 속으로 '아.. 삼삼이 한번 입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div> <div>강하게 들었지만 삼삼이는 패션 취향이 확실한 아이였기 때문에 참았다.</div> <div>어머니와 친구분은 명절 준비 이야기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야기를 나누시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손자, 손녀로 넘어갔다.</div> <div>친구분이 먼저 도발을 시작하셨다.</div> <div><br></div> <div>"우리 **이는 사람들을 참 좋아해. 사람들을 안아주고 뽀뽀하는 걸 좋아하는데 얼마나 귀여운지.."</div> <div><br></div> <div>그리고 손녀에게 어머니, 와이프 그리고 나에게 뽀뽀하라고 시키셨다. 그 아기는 어머니, 와이프 그리고 내 앞에서 수줍게 웃으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저씨 뽀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며 내 얼굴을 잡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뽀뽀를 해주는데 이렇게 어린 아기한테 뽀뽀를 받고 가슴이 설레다니 '이런 게 바로 딸을 키우는 맛이구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라는 것을 느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수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머니는 지지 않으려는 듯 소파에 배 내밀고 앉아 있는 삼삼이를 바라보시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우리 삼삼이도 뽀뽀 잘하잖아! 어른들한테 뽀뽀 한 번씩 해드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시큰둥한 표정의 삼삼이는 갑자기 쿠션을 안고 못 들은 척 하고 있었다. (이.. 이런 것도 나를 닮다니...)</span></div> <div>와이프가 "삼삼아 여기 할머니들 뽀뽀 한 번 해드려야지~" 라고 했을 때 이번에는 콧구멍을 파며 못 들은 척하고 있었다. (이건.. 엄마를 닮은 듯)</div> <div>결국 와이프가 "삼삼이 뽀뽀해주면 엄마가 까까 줄게~"라고 했을 때 비로소 귀찮은 듯 소파에서 내려와 할머니들의 양 볼을 잡고 격하게 </div> <div>뽀뽀해줬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친구분의 도발은 계속됐다.</div> <div><br></div> <div>"우리 **이는 할머니가 노래해 주면 춤도 얼마나 예쁘게 추는데 한 번 볼래?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div> <div><br></div> <div>손녀는 폴짝폴짝 뛰면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귀엽게 춤을 췄다. 그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께서는 </div> <div><br></div> <div>"우리 삼삼이도 춤 잘 춰. 삼삼아 할머니가 노래할게 춤춰봐..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div> <div><br></div> <div>삼삼이는 키스 아니 뽀뽀의 대가로 받은 과자를 씹어 먹다 할머니의 노랫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께서는 내게 </div> <div><br></div> <div>"성성아 삼삼이는 어떤 노래 좋아하니? 할머니가 불러줄게."</div> <div><br></div> <div>"엄마 잘 모르는 노래에요. 뱅뱅뱅 이라고 있어요.."</div> <div><br></div> <div>"그게 무슨 노래야? 처음 듣는 동요인데?"</div> <div><br></div> <div>"동요 아니에요. 빅뱅이라는 가수 노래에요."</div> <div><br></div> <div>"당장 불러!"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div> <div><br></div> <div>결국 나는 어머니 친구분과 손녀 그리고 가족들 앞에서 혈기왕성한 다섯 명의 젊은이로 구성된 빅뱅이 부르는 고난도의 뱅뱅뱅을 혼자 소화했고, </div> <div>아버지의 고난을 지켜본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효자 삼삼이는 혼자 다섯 명 역할을 하며 춤을 춰줬다. 늦은 나이에 랩을 하다 보니 숨이 막히고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느낄 수 있었지만 어머니</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께서 좋아하시니 참을 수 있었다.</span></div> <div><br></div> <div>격렬한 뱅뱅뱅 춤을 끝낸 삼삼이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똥을 싸기 일보 직전의 표정이었다.</div> <div><br></div> <div>"엄마.. 응가! 응가!" (삼삼이는 응가를 할 때 양손을 꼭 잡아줘야지만 응가를 한다.)</div> <div><br></div> <div>삼삼이는 와이프의 두 손을 꼭 잡고 "응가~ 응가~"를 외치며 똥을 배출해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모습도 귀여운지 응가 냄새에도 불구하고</div> <div>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div> <div><br></div> <div>"우리 삼삼이 응가 할 때도 귀엽네! 그래 힘내서 응가해~" 라며 응원해주고 있었다. 거실에 응가 냄새가 골고루 퍼졌을 때 삼삼이는 비로소</div> <div>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왔다. (응가는 엄마와 뒤처리는 아빠와 하는 습관이 있다. 왜 더러운 건 내 몫인지..)</div> <div>어머니께서는 "우리 삼삼이 할머니가 응가 닦아줄게." 라고 하시며 뒤처리를 해주기 위해 삼삼이의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푸셨다.</div> <div><br></div> <div>기저귀 안에는 3살 아이가 싼 똥이라 하기에 너무나도 크고 아름다운 황금 갈색으로 빛나는 똥 덩어리가 있었다. 어머니 친구분도 </div> <div>놀람과 감탄하는 표정으로 와이프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이게 아기 똥이여.. 어른 똥이여.. 얘 며칠 똥 참았다 눈 거여?" </div> <div><br></div> <div>"아뇨. 저희 삼삼이 평소 이 정도는.."</div> <div><br></div> <div>어머니께서는 뿌듯한 표정으로 </div> <div><br></div> <div>"삼삼이가 아빠 닮아서 그래 지 애비도 7살 때 부터 똥이 하도 굵어서 변기 막아버리고는 했어!"</div> <div><br></div> <div>아... 어머니.. 똥 굵은 게 자랑은 아닌데요.</div> <div><br></div> <div>그날 애교와 춤실력은 무승부 또는 삼삼이가 졌지만 똥 하나만큼은 확실히 이긴 하루였다. 장하다 내 아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