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로운동네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볼 기회는 없지만 아주 가끔 문득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바로 아래층에 살던 아이었는데, 평소에 엘리베이터나 공동현관문 로비에서 마주치면 항상 허리굽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잘 하던 예의바른 남자아이었다. 생긴 것도 기억에 각인될만 했던게 초등학교 3,4학년 쯤 되어보이는데 그 집 어머님께서 미용실에 끌고가 지지고 볶았는지 뽀글뽀글하게 파마한 머리에 통통한게 볼도 발그레하고 굉장히 개구져 보였다. 자주 보진 못했지만 가끔 아파트 공터나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아이였다. <div> </div> <div>우리집은 3층이었기에 무거운 짐이 있을 때만 엘레베이터를 탔고, 거의 계단을 이용했는데 그날도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2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퉁탕퉁탕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길래 '어? 그 뽀글머리 앤가? 오랜만에 반갑네 인사해야지' 하면서 나도 속도를 높여서 따라내려갔다. 곧이어 뒤에서 또다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애긔애긔한 목소리에 동생으로 추정되는 어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헝아 헝아 나도 같이가 헝아~"</div> <div><div><br></div> <div>다급한 동생아이의 발걸음이 뒤에서 들리고 난 그 뽀글머리형아 아이가 아파트를 빠져나가기 전에 인사해야지~하는 마음으로 같이 속도를 높여서 내려가는데 희한하게 내 걸음이 빨라질 수록 앞에 뽀글머리아이의 발걸음도 빨라지는게 아닌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분명 손으로 그렸지만 발로 그려버린 것이 된 이미지를 첨부한다)</div>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2/1454491640EepDhJuGjE.jpg" width="800" height="600" alt="20140915_210534.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아슬아슬한 반층정도의 차이를 두고 뽀글이 동생>나>뽀글이 순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로비층에 거의 다 내려왔을 쯤 뭔가 쎄-한 느낌이 드는게 뽀글머리아이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편함을 지나는 순간 </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왁!!!!!!!!!!!!!!!"</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나: (개깜놀)......음마야!</div> <div style="text-align:left;">뽀글머리아이: ..........어엏헣ㅎ억!</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br></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2/1454491645Jwf5Qro2thEZYG4xKJe6J.jpg" width="800" height="600" alt="20140915_210554.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div><br></div> <div>그렇다.. 그 뽀글머리 아이는 뒤따라오는 동생을 놀래켜주려고 서둘러 내려가 우편함 뒤에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양손을 귀신모양을 하고 악마같은 개구짐을 얼굴에 잔뜩 품고 놀래키던 모습 ㅋㅋㅋㅋㅋㅋ 서로 놀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 들려오는 </div> <div><br></div> <div>"헝아? 헝아 뭐해?"</div> <div><br></div> <div>정말 당황해하던 그 아이.. 나도 놀랐지만 그 뽀글머리 아이의 동공지진을 보고 있자니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웃음부터 나왔다. 자기 동생인 줄 알고 그랬다며 연신 허리굽혀 죄송하다고 하는 그 아이. 쓰담쓰담 해주고 괜찮아ㅋㅋㅋ 웃으며 나왔던 기억이.</div></div> <div><br></div> <div>그 후로 몇 번 만나면 내가 먼저 귀신 모양을 하고 "왁!"하며 놀래키는 시늉을 하며 서로만 아는 웃음을 나눴었다. 문득 그 아이 생각이 나서 글을 적어본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