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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story_438410
    작성자 : suena1
    추천 : 18
    조회수 : 1734
    IP : 115.136.***.102
    댓글 : 46개
    등록시간 : 2015/07/04 11:44:5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410 모바일
    한 친구의 관상
    옵션
    • 창작글
    <div>그나마 센스가 있는 내 친구 이야기다.</div> <div><br></div> <div>내 친구들을 굳이 사농공상으로 분류하자면 대부분이 '상'급에 속한다.</div> <div>그래서 상스러운 녀석들이 많은데 유일하게 이 친구만이 선비의 관상이었다.</div> <div><br></div> <div>눈이 맑고 밝은 빛이 나며 눈썹이 초승달 모양에 미간이 지저분하지 않으며</div> <div>인중이 오목하고 인당이 넓어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꼴을 가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과장 좀 보태서 대충 둥그런 얼굴을 그려놓고 눈코입 대신 '정의'라는</div> <div>글자를 새겨놓으면 얼추 비슷할 정도였다.</div> <div><br></div> <div>행동도 그 얼굴에 걸맞게 얼마나 정직했냐면 그를 신뢰한 선생이 자습시간에</div> <div>떠든 사람을 적으라고 시켜놓으면 본인의 이름도 당당히 기재할 정도였다.</div> <div><br></div> <div>그 명단을 보고 흠칫 놀란 선생이 그 친구를 유독 더 흠씬 두들겨 패는 이유는</div> <div>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도 누락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어떤 일이든 불의를 못 참던 내 친구는 길거리 시정잡배와의 몇 번의 실랑이를</div> <div>통해 귀중한 경험을 얻고 결국은 가끔 불의도 참는 모습으로 변모되었지만</div> <div><br></div> <div>유격훈련 때 힘드냐는 조교의 질문에 힘들다고 몇 번을 되물어도 그렇다고 우렁차게 </div> <div>대답하는 우직함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하였다.</div> <div><br></div> <div>이러한 진실성 때문이었을까, 그 친구는 우리 중 최초로 연애를 하기 시작했고</div> <div>자연스럽게 우리와는 멀어지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시답지 않는 커플이라는 눈꺼풀에 우정 이라는 진정한 가치가 가려진 배신자 녀석</div> <div>따위에게 우리의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곧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바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는</div> <div>탐탁지는 않았지만 계속 바쁘다는 녀석을 삼고초려하여 오래간만에 뭉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늘 그랬듯이 당구장에서 고량주와 탕수육을 시켜놓고 부먹 찍먹으로 논쟁한</div> <div>우리는 역시 2:2 당구가 제맛이라며 배신자에게 관용을 베푼 우리의 넓은 배포를</div> <div>자화자찬했다.</div> <div><br></div> <div>4:4 아니 결국 4:3으로 맞짱을 떴던 과거를 즐겁게 얘기하며 녀석의</div> <div>최근 근황을 이야기하던 중 녀석의 전화가 울렸다.</div> <div><br></div> <div>본의 아니게 통화 내용을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놀랍게도 </div> <div>당구장이 아닌 실험실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왜 딱딱 거리는 소리가 들리느냐는 추궁에 관성의 법칙 실험을 위해 진자운동을</div> <div>관찰 중이라며 수구와 적구의 회전력에 따른 변화인 마세이 법칙을 증명하고</div> <div>있다며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는 중이었다. </div> <div><br></div> <div>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친구의 거짓말, 더군다나 그 능숙함에 우리는 </div> <div>모두 충격에 휩싸여있었다.</div> <div><br></div> <div>검은 소 흰 소에게 누가 일 잘하느냐며 질문할 것 같았던 정승 같은 녀석이 </div> <div>갑자기 검은 소로 변해서는 흰 소가 더 잘하니까 쟬 더 굴리십시오 하는 느낌이랄까.</div> <div><br></div> <div>그 검은 소는 불량배보다도 강력한 무언가에 비인도적인 탄압과 핍박을 받으며 </div> <div>역경과 고난의 밭을 갈고 있음이 분명했다.</div> <div><br></div> <div>전화를 끊고 우리의 반응을 본 친구는 씁쓸한 표정으로 술 한 잔을 원샷 하더니</div> <div>담담히 그간의 일을 우리에게 말해주었다.</div> <div><br></div> <div>자신의 거짓 없는 모습에 반한 여자친구의 기대에 부응하기로 마음먹은 친구는</div> <div>매사에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그녀를 대했다.</div> <div><br></div> <div>이를테면 머리를 새로 했는데 어떠냐는 질문에 무슨 용기로 그런 결단을 내린것인지</div> <div>미용실에 소송을 넣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으며</div> <div><br></div> <div>놀이동산을 다녀와서 어떠냐는 질문에 중력가속도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보며</div> <div>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떠오르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내 기분도 자이로 드롭했다며</div> <div>굳이 다시 올 필요는 없다는 등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대답했다는</div> <div>것이었다.</div> <div><br></div> <div>모쏠인 내 친구들은 손바닥으로 눈을 가려도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며 </div> <div>올곧은 친구의 기개를 크게 칭찬했다.</div> <div><br></div> <div>결정적으로 친구는 그녀에게 최근에 살이 좀 찐 거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야</div> <div>말았다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어떻게 대답했느냐고 되물었다.</div> <div><br></div> <div>그는 정밀한 계량은 안 해보았지만, 눈에 띄게 부피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div> <div>밀도를 추정해보건대 그동안의 괴랄한 섭취량에 대비하여 운동량이 현저히</div> <div>떨어져서 질량보존의 법칙에 입각하여 굉장한 체중 증가가 진행된 것으로</div> <div>간주된다고 했단다.</div> <div><br></div> <div>당최 어떻게 연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div> <div>가만히 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 탓일까 얼굴형이 조금은 틀어져 있었다.</div> <div><br></div> <div>거대한 덤프트럭에 치인듯한 강한 물리적 충격이 아니고서야 그렇게 얼굴</div> <div>형태가 바뀔 리가 없어서 최근에 교통사고를 당했냐고 물었다.</div> <div><br></div> <div>내 친구의 눈은 덫에 걸린 사슴새끼마냥 슬퍼보였다.</div> <div><br></div> <div>그와중에 또다시 재촉하는듯한 친구의 전화벨이 울렸다.</div> <div><br></div> <div>쩔쩔매며 전화를 받는 꼴을 보니 그 어머어마했던 선비의 관상은 온데간데 없고</div> <div>추노꾼에게 족쇄가 채워진 왠 노비의 관상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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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04 11:59:04  210.101.***.95  참치지느러미  650167
    [2] 2015/07/04 12:04:49  118.219.***.3  띠로뤼이  416159
    [3] 2015/07/04 12:59:23  50.113.***.66  긍정대답왕  370351
    [4] 2015/07/04 13:37:25  211.36.***.191  다시힘내보자  593852
    [5] 2015/07/04 14:20:29  211.36.***.11  발바닥성애자  530356
    [6] 2015/07/04 15:03:10  116.34.***.98  구경꾼  4473
    [7] 2015/07/04 15:19:35  211.38.***.56  부끄소년  618336
    [8] 2015/07/04 16:03:30  210.2.***.205  Doreen  552107
    [9] 2015/07/04 16:16:33  223.62.***.111  멍꼼  433997
    [10] 2015/07/04 17:49:20  58.233.***.39  메~롱  4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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