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제 아짐이 된 여징어입니다. </div> <div> </div> <div>바야흐로 제가 풋풋하던 20살 초중반 무렵이었던것 같아요.</div> <div> </div> <div>그 때 길냥이를 너무 예뻐라 해서 주택가 집 앞 골목에 나와 살다시피 하던 때가 있었던것 같아요.</div> <div> </div> <div>골목에 앉아서 길냥이 우쭈쭈 하고 있으면 가끔 마주치는 남자가 있었어요.</div> <div> </div> <div>하얀 강아지를 목줄 해서 비슷한 저녁시간대에 산책 시키는 사람이었는데</div> <div> </div> <div>저랑 나이도 비슷해보이고 호감 가는 인상이었어요.</div> <div> </div> <div>그런데 어느 날 저한테 인사를 하더라구요.</div> <div> </div> <div>"안녕하세요?"</div> <div> </div> <div>"아, 안녕하세요."</div> <div> </div> <div>"고양이 키우시는 거예요?"</div> <div> </div> <div>"아, 아니요. 그냥 왔다갔다 하는 고양이예요. ㅎㅎ"</div> <div> </div> <div>지금도 좀 그렇긴 하지만.. 전 누가 말걸면 과잉친절로 답하는 스타일이라..</div> <div> </div> <div>(누가 길 물어보면 함박웃음 띄고 막 열심히 가르쳐주는 스딸.. 그래서 인상이 좋고 광채가 난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어요.)</div> <div> </div> <div>아마 그 때도 그랬을거예요. 막 헤헤 웃으면서. 금방 서로 친해지는 것 같았죠.</div> <div> </div> <div>호감은 있고, 대화도 잘 트는 듯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소심의 극을 달리고 있었을 거예요. 예전의 저라면.</div> <div> </div> <div>아무튼 제가 "이 강아지는 몇살이예요?" 하며 괜히 말 걸어온 사람 무안하지 않게</div> <div> </div> <div>강쥐로 화제를 바꾸니까 이 사람이 또 신나서</div> <div> </div> <div>"이 아이는 몇살인데, 다리를 다친 아이를 자기가 몇년 째 돌봐주는거다." 막 설명을 하길래</div> <div> </div> <div>제가 '오~' '우와~' '그랬어요?' 하며 막 추임새를 넣어드렸죠.</div> <div> </div> <div>그리고 그 사람이 "저는 00대 수의학과 *학년 다니고 있어요." 라며</div> <div> </div> <div>뜬금없이 자기 소개로 말을 마치자 아무리 오유 DNA가 흐르는 저도 조금 의아한 느낌을 받았죠.</div> <div> </div> <div>'나니? 나니골혜? 지금 자기소개 타임인가? 나한테 관심 있나?'</div> <div> </div> <div>그래서 저도 제 소개를 간단하게 했는지 어쨌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상당히 </div> <div> </div> <div>도키도키한 분위기였던것 같아요. 하얀 강쥐랑 하악거리는 고양이 사이에 두고</div> <div> </div> <div>두 젊은 남녀가 골목길에서 얼굴도 살짝살짝 붉히며, 쑥스러운듯 머리를 넘기고..</div> <div> </div> <div>...있는데</div> <div> </div> <div>"순이야(가명)!!! 전화 받아!!!" </div> <div> </div> <div>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엄니가 전화를 받으라고 하셨죠. </div> <div> </div> <div>굉장이 중요한 순간 이었던것 같은데 아무튼 파창! 하고 깨졌고 저는 전화를 받으러 갔어요.</div> <div> </div> <div>현관에서 무선전화기를 받아들고 전화를 받던 저는</div> <div> </div> <div>계속 저를 기다리는 그 사람을 보고,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길래</div> <div> </div> <div>잠깐 수화기를 막고 </div> <div> </div> <div>"안녕히 가세요!" 하고 고개를 끄덕 해보였어요.</div> <div> </div> <div>그랬더니 그 사람이 잘 못 들었는지 "네?" 하고 묻길래</div> <div> </div> <div>필요 이상으로 큰 목소리로, 골목길에 울릴 정도로</div> <div> </div> <div>"안.녕.히. 가.시.라.구.여!!!"</div> <div> </div> <div>하고 소리쳤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 뒤로 신기하게 한번도 못 뵜네요. 그 분.</div> <div> </div> <div>어디서 잘 살고 계실지...</div> <div> </div> <div>지금 생각하니 제 피에 흐르는 오유 DNA 때문에 일어났던 짤막한 일화가 아닐까 싶네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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