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남중남고 테크트리를 탄 모쏠 친구 세명과 함께 4:4 미팅을 하게 되었다.</div> <div><br></div> <div>시뻘겋게 얼굴이 상기되어선 어쩔 줄 몰라하는 녀석들에게 </div> <div>미팅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띄우는 것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4:4 맞짱 분위기를 어느정도는 해소해야했기에 </div> <div>자리를 섞어서 두명씩 짝을 지어 앉게되었다.</div> <div><br></div> <div>농구로 치면 맨투맨 모드 </div> <div>절대적으로 개인 기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div> <div><br></div> <div>긴 침묵을 깨고 건너편에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친구가 </div> <div>마침내 첫 썰을 푸는 것이 들려왔다.</div> <div><br></div> <div>그는 놀랍게도 미국 연준 금리인상에 대한 시기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div> <div>대해서 자신의 논조를 피력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여자를 </div> <div>보며 그 친구는 누군가 말릴 틈도 없이 한국은행의 스텐스까지 이야기를 확장</div> <div>하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뇌섹남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수한 사람을 망쳤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순간</div> <div>아담 스미스가 환생했다면 보이지 않는 손으로 흠칫 두들켜 팼을것이다.</div> <div><br></div> <div>절망적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그 옆자리의 국문학도는 안주에 대한 가벼운 </div> <div>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가벼운 주제로 말문을 여는 것에 그나마 </div> <div>다행이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라</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안주인 찌개의 '-개'가 명사파생접미사로 기능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div> <div>'게'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말 사용 실태를 한탄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정확히 그 시점부터 상대 여자의 한탄도 시작된듯 했다.</div> <div>개에서 파생된 욕설이 나지막히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div> <div><br></div> <div>그나마 센스가 있는 물리학도 친구는 분위기가 괜찮았다.</div> <div>여자가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었다. 여심을 저격하는 것엔 동물에 </div> <div>관한 주제만한것도 없으리라.</div> <div><br></div> <div>내 친구 중에 어쨌든 한명이라도 정상인이 있어서 너무 기쁜 그 순간</div> <div>그녀석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화제를 급전환했다.</div> <div><br></div> <div>밀폐된 상자에 청산가리 통을 넣었을 경우 1시간 후 고양이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div> <div>그것이 관측에 무관한지 안한지 약자역학의 관점으로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그 여자애는 불쌍한 고양이를 왜 청산가리가 든 박스에 넣느냐고 경악을 한다.</div> <div>너무 놀란 여자애 덕분에 그 상자에 차라리 본인이 대신 들어가는 걸로 이야기는 </div> <div>무마되었다.</div> <div><br></div> <div>관측을 하든 안하든 1시간 뒤에 그 친구는 죽어있을 것이 자명했다.</div> <div><br></div> <div>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몸짓을 키우는 침팬치들과 동반했더라도</div> <div>차라리 지금보단 분위기가 나았으리라.</div> <div><br></div> <div>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것들에게 내 실력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div> <div>내 상대는 나랑 짝이 되고 잠깐 화장실을 갔는데 아직까지도 오질 않고 있다.</div> <div><br></div> <div>아마 꽤 긴장을 했나보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