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청소기의 엉덩이에 꼬리처럼 연결 된 줄을 강제로 잡았다.<br><br> "그러지 마세요.."<br><br>울먹이는 청소기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꼬리 끝에 있는 단자를 구멍에 끼워넣었다.<br><br> "하아..."<br><br>아픈 듯 신음했지만 곧 괜찮아졌는지 눈물이 그렁그렁 맫힌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br><br> "주인님 제발..."<br><br>하지만 남자는 완고했다. 청소기의 주둥이를 거칠게 붙잡고 붙어있는 봉을 쫙 잡아 늘렸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강제로 바닥에 입을 쳐박도록 했다.<br><br> "으읔...."<br><br>청소기는 치욕감을 느꼈다. 막무가내인 인격모독 때문에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br><br> "바닥을 햛아."<br><br>남자가 건성으로 말했다.<br><br> "못해요 그런 것은!"<br><br> "스스로 하기 힘들다면 내가 도와주지."<br><br>이러더니 스위치를 강으로 눌렀다.<br>순간 갑작스레 밀려들어온 고통으로 청소기의 눈은 홉 떠졌다.<br><br> "흐읍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앜!!!!!!!!"<br><br> "으하하하하 더 빨아. 더 햛아라! 더러운 방을 깨끗하게 만들어!!"<br><br>보름 전에 남자 주인에게 고용 된 청소기는 오늘도 그의 요구에 맞춰서 몸을 내주었다.<br><br> "호홓로홀호호홇ㄹ홇ㄹ홓"<br><br> "뭐라는거야? 안들리잖아!"<br><br>스위치를 특수로 누르자 엄청 거친 바람이 청소기의 목구멍을 타고 먼지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섞인 바람이 입으로 들어갔지만 뻥 뚫린 입이라 어찌하지 못하고 모두 받아들였다.<br><br> "흥ㄹ헐엏허렁헝ㄹ할어ㅣㅏㅈ덜 허럴호롷로호 헐ㅇ허아ㅗ호허헣"<br><br>고통으로 일관 된 표정. 남자는 스위치를 끄고 청소기의 주둥이를 응시했다.<br><br> "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지? 쌓여있는 먼지 맛에 감동이라도 한거야? 응?"<br><br> "주인님.. 제발 용서해주세요. 더 이상은.....!!"<br><br> "그렇게 말해봤자 호소력이 없는데."<br><br>스위치를 약으로 돌렸다.<br>그러자 다시 먼지를 흡수하며 고통스러운 모습을 취했다.<br><br> "너의 뒤를 보라고."<br><br>남자는 청소기의 몸체를 만졌다. 무척 뜨거워진 몸. 그리고 뒤의 엔진 구멍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바람.<br><br> "이렇게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으면서 말이야. 너도 사실은 좋은거잖아."<br><br>아니라고 부정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남자는 청소기의 주둥이를 발로 콱 밟았다.<br><br> "나에게 거짓말 하지 말랬지! 더러운 암컷아!"<br><br>그리고 스위치를 끄자 숨이 찬지 헉헉거리며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는 얼굴로 메달렸다.<br><br>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더 이상은 무리에요. 몸이 망가진다고요!"<br><br> "그럼 묻겠어. 바닥에 입을 대고 햛는 게 싫어?"<br><br>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br><br> "좋아.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br><br>그러자 슬픈 듯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이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해방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길다란 봉을 가져왔다. 그리고 청소기의 몸을 더듬거렸다. 순간 청소기에게 불안한 감정이 엄습했다.<br><br> "주인님... 그건 무엇인가요?"<br><br>겁먹은 목소리로 물어보자 주인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br><br> "아.. 이거?"<br><br>그리고는 청소기의 주둥이를 뗀 뒤 새로 가져온 것을 억지로 박아넣었다.<br><br> "아얏.."<br><br>사악하게 미소지으며 주인은 말했다.<br><br> "원통형 주둥이다. 과자부스러기를 빠는데 효과적이지."<br><br> "아.. 안돼!!!"<br><br>휘잉~!<br><br>강으로 돌린 뒤 남자는 냉장고 위의 먼지로 청소기의 주둥이를 가져갔다.<br><br> "바닥의 먼지가 싫다면 더욱 더러운 걸 먹여주마!!"<br><br>거의 0.5cm 두께로 쌓인 먼지의 층에 점점 청소기의 입이 가까워지고 있었다.<br><br> "그.. 그만! 싫어! 이런 건 싫어!"<br><br>절규하듯 외치자 남자는 변태처럼 흐흐흐 웃었다.<br><br> "이사 온 뒤로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는 곳이다. 너의 입으로 깨끗하게 만들어."<br><br>휘잉-<br><br>" 꺄앗!! 헐호로홓홓 ㅎ로홸앟 ㅗ호ㅗㅎ홓ㅎ렇렇"<br><br> "하하하하핫!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br><br>청소기는 고통스러운 듯 울먹거렸다.<br>그 표정에 흡족해하며 주인은 뿜어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br><br> "내일은 말이야.. 내일은.. 크크크...."<br><br>휘잉~ 휘잉~<br>뜨거워진 엔진이 미지근한 바람을 내뿜으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br><br> "내일은 대청소를 하는 날이거든......"<br><br>순간 청소기의 눈동자가 점이 되어 확 움츠러들었다.<br><br> "싫어!!!!!!"<br><br>비명과도 같은 절규가 엔진소리에 파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