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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26165
    작성자 : 님은먼곳에
    추천 : 158
    조회수 : 9176
    IP : 58.125.***.156
    댓글 : 468개
    등록시간 : 2014/10/13 20:41:09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6165 모바일
    나보다 여섯살 많았던 그녀는, (다음이야기)
     
     
     
    나를 좋다고 해준 여자가 누가 또 있을까..?
    아득한 떨림에 젖어본다
     
    첫사랑의 그녀도 내가 좋다해서 만났고
    나만 더 좋아하며 지내다 마음이 까맣게 타 헤어졌는데
    이렇게 내가 좋다고 표현해주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일이였고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누나가
    누구나에게 사랑받는 누나가
    가끔 상상만 했었던 그런 누나가
     
    내가 좋단다.
     
    그것도 저렇게 또박또박 말하며 내가 좋단다.
     
    지금이라도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말할까?
    며칠 남았으니 군대 연기도 되지 않을까?
    지금 이 상황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소주 반쯤 차 있는 잔을 비우고
    얼음 가득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내가 뭔가 말해야 하는... 그런 상황
     
    "어... 음... 누나."
     
    어떤 말을 해야 하나 정리 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말을 걸었다
     
    "응... 정우야. 말해."
     
    소주병을 들어 누나 잔에 한잔 따라주고
    비어있는 내 잔에도 소주를 담았다
    찰랑거리는 소주가 호프집 조명에 반짝였다
     
    소주 한잔을 원샷! 해버리고
    속부터 쓰게 올라오는 그 쓴맛을 느꼈다
     
    "누나... 난 있잖아.
    살면서 뭔가 바래보거나 열망해본적이 없는거 같아
    되게 뭔가를 하고싶다거나, 갖고 싶다거나 그런것도 없었고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생활을 쭉 했었어
    여태 재밌었던 기억도 그다지 없었고, 특별한 것도 없었던거 같아"
     
    아까는 누나가 말했고
    내가 듣기만 했었다.
    지금은 내가 말하고 누나가 듣기만 했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해지는거 쉽지는 않더라
    해본 사람이 뭔가를 또 해본다고, 난 그게 잘안되더라고.
    처음에 말야, 누나랑 딱 대화를 나누는데. 그 있잖아 쪽지 나한테 줬을때.
    난 그 쪽지 하나에도 떨리고 설레고 그랬어
    누난 몰랐겠지만 말야.
    알잖아 누나가 좀 예뻐야지.
    나 까페에 사람들 사진 돌아보면서 누나가 제일 예쁘다 생각했거든
    근데 누나가 딱 쪽지를 주는거야 ㅋㅋ 상상이가? 그때 내마음?"
     
     
     
    쌓여있던 무언가가 풀어지듯
    말이 막 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쪽지만 나누고 그래도 좋더라고.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그냥 대화만 가끔 하는것도 좋았어
    근데 그거 그 뭐냐,
    인터넷으로 사람 만난다는걸 주변에서 좋게 보지는 않잖아
    게다가 우리가 막 사랑에 빠진 남녀도 아니고 그냥 대화만 하는 누나 동생인데
    핸드폰 번호 물어보는것도 쉽지 않더라고
    누나가 나 막 이상하게 볼까봐. 혹시 얘가 찝쩍대는건 아닌가 오해할까봐.
    그래서 그것도 못 물어보고 그냥 새벽에 누나 들어오는것만 기다리고 일하고 그랬어"
     
    목이 탄다,
    물이 필요해
     
    "정모갈때 누나 안나오면 사실 안갈라 그랬어
    가서 볼 사람도 없고, 나도 누나랑만 친하잖아.
    다들 뭐 인사도 하고 다니고 친한척 얘기도 주고받기는 했는데
    누나처럼 친근하고 보고싶고 그런 사람은 없었어
    정이누나는 뭐... 먼저 막 살갑게 대하고 그러니까 쫌 더 친해지기는 했지
    나 핸드폰 번호도 누나꺼밖에 몰라 ㅎㅎ"
     
    누나는 별다른 움직임없이 내 얘기를 듣고 있었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누나는... 참 예뻤다
    정말 예뻤다
     
    "누나랑 잘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안해본건 아닌데
    솔직히 그 생각을 오래 할수는 없겠더라...?
    막 그런거 신경을 안쓰고 싶어도 그렇더라고
    누나는 직장인이고... 나는 학생이고... 누나말처럼 난 또 군대를 가고..."
     
    "군대..."
     
    "...그러게 군대. 2년이 짧은건 아니잖아
    누나는 게다가 예쁘고 좋아해줄 사람도 많은데
    나같은애 군대 간다고 기다려주면 누나 2년이 너무 아까워"
     
    마음은 아닌데
    마음은 정말 아닌데
    내 머리는 누나를 거절해야 한다고...
    이 일생일대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를 차버려야 한다고...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맞는 대답 같기도 했고...
     
     
     
     
    #
     
     
     
     
    "누나, 누나는 되게 예쁘고 그런데 왜 나를 좋아한다고 그럴까...?"
     
    그러게나 말이다
    왜 나를 좋다고 하는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여자라도 나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거 같은데
    쌩판 남이나 다름없는 누나는 내가 좋단다.
     
    누나에게서 왜 내가 좋은지를 듣는게 목적이였다기보다
    누나에게, 나 좋다는 말을 한번 더 듣고싶은 마음에 물었다
     
    참 이기적인게
    그냥 그 말이 막 듣고싶었다
    내가 좋다는 그 말이 마구마구 듣고싶었다
     
    그러면 이렇게 쿵쾅대는 내 마음 조금 진정이 될거 같았고
    누나가 무슨 말이라도 더 꺼내준다면... 그래준다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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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3 20:43:09  116.40.***.169  소나성애자  469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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