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몇년 전 쯤인가 비오는 날은 출근을 안해도 되니까,</p> <p>그게 좋아서 새벽 네시부터 하염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곤</p> <p>했다. 습기와 비냄새, 우산 위로 떨어지는 통토동통통 소리들.</p> <p>빗소리에 방해가 되니까, 이어폰은 음악소리가 겨우 들릴 정도로만</p> <p>들었다. 그 때 들었던 노래는 클래지콰이의 after love.</p> <p> </p> <p>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p> <p>몇가지가 좀 변했다.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그저 살아온대로,</p> <p>살아가려는 대로 살다보니 뒤돌아 서 마주한 내 삶의 발자국들은</p> <p>치열함이나 빛나는 훈장같은 상처들이 아닌 그냥 살아온대로일</p> <p>뿐인, 평범한 길과 그 위에 흩뿌려진 그릇된 쓰레기들로 가득했다.</p> <p> </p> <p>뭐랄까, 나이가 드니까 사람이 그렇게 되긴 한다.</p> <p>평생 깨닫지 못하고 그런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곤 하는데</p> <p>나이 서른여섯즘에 시작된 어떤 인생의 변곡점을 그리고 싶다는</p> <p>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꽤 시작했고 몇개는 성과를 냈고 몇개는</p> <p>또 살아온대로 그렇게 그릇된 쓰레기만을 남긴 채 또 흩뿌려졌다.</p> <p> </p> <p>퇴근길 운전대를 잡으며 차안에서 오래간만에 또 클래지콰이의</p> <p>after love를 들었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p> <p> </p> <p>"넌 지금 또 어떤 시간을 걷고 있니?"</p> <p> </p> <p>평소라면 참 대답을 성실하게 해 줬을 내 자신은 이날 유독</p> <p>묵묵부답이였다. 답을 내리지 못했다.</p> <p> </p> <p>살이 빠지는건 좋은 일이다. 26키로를 뺐으니 이제 차 시트를</p> <p>뒤로 옮기지 않고도 주차한뒤에 다리를 꼬아 앉을 수 있다.</p> <p>그렇게 꽤 정취있는 자세로 차안에서 담배 한대를 피우며 빗소리를</p> <p>들었다. 최근 한 이틀 밤마다 술을 마시며 울었다. 그래서 그런지</p> <p>그때 다 쏟아낸 눈물이 이제는 나에게 그만 울라고 하는 듯이 감정의</p> <p>어떤 문을 닫아버린 것만 같다.</p> <p> </p> <p>나는 어쩐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아졌다.</p> <p>위장 안에 의미없는 칼로리를 채우는건 참 공허한 일이더라.</p> <p>딱히 좋아하거나 욕망이 넘쳐나서 먹고싶은 것도 아닌데,</p> <p>그냥 평소에 먹던거니까? 늘 하던 일이니까? 그런 마음으로</p> <p>쳐먹어 제끼는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p> <p> </p> <p>누군가를 만났어. 혹은 무슨 일이 있어.</p> <p>그러면 먹는다? 그거야 그럴 수 있는데,</p> <p>'아 그냥 오늘은 의미없이 좀 먹고싶어' 따위의</p> <p>감상적인 생각조차 들지 않는데 집에 오자마자</p> <p>배달앱부터 켜는게 굉장히 수치스럽고 불쾌한 일로 느껴졌다.</p> <p> </p> <p>.</p> <p> </p> <p>음.</p> <p> </p> <p>.</p> <p> </p> <p>사실 밥을 잘 안먹게 되었다.</p> <p>다이어트 때문에 살을 빨리 빼고 싶어서 뭐 그런 이유가 아니고,</p> <p>그냥 먹는게 이젠 별로 와닿거나 의미있게 느껴지지 않는다.</p> <p> </p> <p>진짜 배가 고프면, 프로틴 드링크 한병이나 닭가슴살 하나 정도</p> <p>집어먹고 말게 되었다. 그 뭐, 먹는거 그냥 죽지 않을 만큼만</p> <p>먹으면 됐지, 굳이 뭘 찾아서 먹을 이유가 없더라.</p> <p> </p> <p>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이게 굳이 내가 먹어야 할</p> <p>이유를 모르겠더라. 글쎄, 예전엔 먹는걸 굉장히 좋아했다.</p> <p>밥을 한끼에 세공기씩 먹고 고기도 그만큼 먹었는데...</p> <p> </p> <p>딱히 몸에 이상이 있는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요새 내가 왜</p> <p>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끊임없이 늘어나는게 성욕이다.</p> <p>이상하게 요새는 주체할 수 없이 성욕이 들끓는다.</p> <p>이것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p> <p> </p> <p>...그게 내가 스팀에서 야겜을 산 이유다.</p> <p> </p> <p> </p> <p> </p> <p>그냥 존나 결혼할때가 된건가 싶은데</p> <p>쥐뿔이나 가진게 있어야 결혼이든 이혼이든 뭘 할거아냐.</p> <p> </p> <p>게다가 뚱뚱한건 좀 고쳤어도 못생긴건 어떻게 고쳐지지가 않아서</p> <p>이건 생산자한테 가서 환불요청을 좀 하고싶어도 그게 안된단다.</p> <p>어쩌겠어 있는거 대충 수리해가면서 써야지.</p> <p> </p> <p>모르겠다.</p> <p>비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p> <p>그럼에도 그 우중충한 빗소리와 밤이 되도록 완전히 까매지지 않는</p> <p>똥색하늘을 사랑한다. 해가 떠도 여전히 푸르러지지 않고 우중충하게</p> <p>며칠씩을 비나 뿌려대라. 겨우내 딱딱하게 말라비틀어진 추위가</p> <p>이 땅에 다시 싹이라도 틔우게 하려거든.</p> <p> </p> <p>우중충하고 이 슬픈 그 향기가 너무 좋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