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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912197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20
    조회수 : 1800
    IP : 221.151.***.140
    댓글 : 25개
    등록시간 : 2021/07/15 01:13:5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912197 모바일
    참새가 죽었다.

     

     

    점장이 말했다.

    가게에 쥐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지금 쓰고있는 업체보다

    더욱 좋은 업체를 써야 한다고. 동의는 했지만 글쎄다.

     

    예상대로 점장은 자신과 커미션이 닿아있는 다른 해충방역업체와

    접선을 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루어 낸 방역성과에 대해 대단히

    자랑하며 자신들을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

     

    그리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우연히 쥐를 잡기 위해 놓은

    끈끈이 덫 옆을 지나가게 되었고, 거기에는 아직 덜 자란 참새가

    짹짹거리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참새는 그 끈끈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새벽 내 몸부림을 쳤던

    모양이다. 작고 초라한 다리는 시뻘개져서 모양이 제각기 다른 곳으로

    퍼져 있었다. 부리에는 끈끈이가 묻어 입을 벌릴때마다 줄알같은것이

    쳐져 힘겹게 부리를 벌리더라도 다시 닫히기 일쑤였다.

     

     

    "아니 ㅆ발 쥐를 잡으라니까 왜 참새가 잡히냐고오!!"

     

    나는 화가 나서, 끈끈이를 든 채 조심스럽게 참새를 떼어내기 위해

    애썼다. 조금이라도 힘을 잘못 주는 날에 참새는 내 손끝에 의해

    죽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힘조절에 성공했고 참새는 끈끈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문제는 참새 몸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끈끈이와

    발버둥쳤는지 심하게 꺾인 두 다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 직감이 들었다. 언젠가 비눗물로 끈끈이를 제거하면 빨리 끈기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비눗물을 급히 가져와

    참새 곁에 다가갔는데, 신기하게도 참새는 내가 다가갈 때마다 가만히

    있었다. 내가 구해주는 것을 안 모양이다.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자리에 끈끈이를 놨는지, 참새 너는 왜

    여기로 들어왔니. 그런 마음들이 뒤섞여 나는 많이 복잡했다.

     

    비눗물과 물로 여러번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참새는 괴로워했다.

    나 역시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밀렸다.

    그러던 중 문득 우리건물 옆 이동네에서 제일 큰 동물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높은 확률로 이 참새는 저 병원으로 가는 순간 살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들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 숫자들은 치료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사오십만원 단위는 나올 것이고 나에게는 그것을

    지불할 여력이 없었다. 물론, 지불하면 하겠지만 불행하게도 나에겐 대출이자의

    완납기한이 다가오거나, 카드대금 지불기한이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와중에도 내 손에 올려져서 어떻게든

    부리의 끈끈이를 떼어내려고 발버둥치는 참새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복잡한

    심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여전히 비눗물과 근처에서 궁여지책으로 잡은 파리 몇마리를 입에 대 주며

    일단은 힘이라도 좀 있으면 어느순간 날아오를거라 생각했다.

     

     

    나는 참새를 놔 둔 채 미안하다고, 내가 돈이 없어서 널 조금이라도 더 살릴

    확률을 버렸다고. 거기에 끈끈이를 놔둔 방역업체 사장을 욕하면서, 그래.

    내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그렇게 그 사람을 욕하면서.

     

    잠깐만 내가 이 일만 끝내고 돌아올게. 하며 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수 시간이 지난 후에 나는 퍼뜩 참새 생각이 나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는데,

    참새는 내가 가져다 준 물을 담은 종지를 옆에 둔 채 쓰러져 있었다. 아니 죽어있었다.

     

    사실은 이미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니 아무런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기적을 바란 것은

    정말로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수중에 돈이 없으며 또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절박하지 않았던 것 아닐까 하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를 떠올렸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입을 다물고 살았다.

     

    내가 그렇다.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을거라는 호언장담은 어느때든 양심없이 지껄이면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면 나는 이렇게 작은 일에서도

    무엇하나 지킬 수 없는 초라한 존재라는걸.

     

    내가 사랑이나, 결혼같은 중차대한 일에 손을 대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서성이는 것은 나는 언제든 입으로만 모든것을 지켜주겠다고 떠들어대는

    그런 탓이 아닐런지.

    그런 하찮은 것이기에 자격이 없는거다.

     

    생각이 많은 하루다. 나는 정녕 쓸모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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