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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회사근처 산책을 하는데,
한 아이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울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가만히 곁에 앉아서 물었습니다.
"아가. 왜 울고 있어?"
엄마랑 버스 타고 가다가 어른들 따라 내렸더니...엄마는 안내림.ㅡ,.ㅡ;
(아이와 버스타고 갈 때, 절대로 잠들면 안됨.)
목걸이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드렸더니
엄마가 다음 정류장에 내려서 오고 계신다고
그때까지만 아이 좀 봐달라고 하시더군요.ㅋㅋㅋㅋ
마침 버스 정류장에 앞에 파리바게트가 있어서 에디빵(맛있음) 하나 사주고
기다렸다가 엄마에게 인계 완료!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어릴 적 기억 하나.
국민학교 3학년 때이니까, 80년대 중반이겠네요.
몇 백원 하던 자장면도 먹어본 기억이 없는 저는
제과점은 정말 으리뻔쩍한 집에 사는 부자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ㅋ
그런데 어느 날,
멀리서 일하시느라 오랜만에 집에 오신 아버지께서 저를 꼬옥 한 번 안아주시더니
뭐가 먹고 싶으냐고 하시더군요.
먹고 싶은 것이야 많았지만 집안 사정을 모르지 않았던 제가 머뭇거리자
아버지께서 제과점 구경갈까? 그러시더라구요.ㅋㅋ
(그때는 극장을 가도 '극장 구경가자~'하곤 했습니다.)
얼시구나~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아버지와 손을 잡고
광주 충장로에 있는 유명 제과점으로 갔었지요.^^
한 시간 가까이 걸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힘든 줄도 모르고 마냥 신이 났었답니다. 끼야호~
곧 맛보게 될 제과점 빵보다 아버지와 손잡고 걷는 그 시간이 더 달콤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신나게 한참을 걷다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충장로 초입에 들어섰을 때,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울며 걸어오는 누나?가 보이더군요.
저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컸으니 누나로 기억합니다.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절로 눈이 가더라구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그 누나에게 다가가서
"아가. 왜 울고 있어?"
하시더군요.
시내 구경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갈 길을 못 찾아서 헤매고 있었더라구요.
방림동에서 충장로까지 시내 구경한다고 혼자서 걸어오다니...
우린 학동에서 걸어왔는데...ㅋ 우리 같은 사람이 또 있네?했습니다.ㅋㅋ ㅡ,.ㅡ;
아버지께서 그 누나에게 일단 같이 가자하시고는 셋이서 제과점으로 갔습니다.
크으~ 드디어 제과점 도착!!! 꿈은 이루어진다~
제과점 안이 었는지 제과점 앞이었는지 딱 그것만 기억이 정확하지 않는데
아마도 제과점 안에 공중전화가 있었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누나가 집전화 번호를 알고 있어서
제과점 안에 있는 공중전화로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지요.
그쪽 집은 이미 난리가 나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집 위치를 물어보시더니...
"택시 태워서 보낼테니까, 집 앞에 나와계세요."
하시더라구요.
그때!! 아주 순간적으루다가... 아~ 오늘 빵은 못 먹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택시도 진짜 부자들이나 타는 것이라도 생각했습니다.ㅋ)
역시나 아버지께서 다시 제과점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 기사님께 방림동 어디어디로 가주세요.
하시고는 주머니에서 3천원을 꺼내서 그 누나 주머니에 넣어주셨습니다.
당시 제 기준으로는 엄청난 거금 3천원...
자장면이 몇 그릇이야~하는 생각에 정확하게 기억합니다.ㅋ
그런데 떠나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말입니다. 그 모습이...
세상 너무 진짜 정말 멋져 보이더란 말이죠.^^
이야~ 울 아부지 멋쪄~~
결국은 제과점 빵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다시 아버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쩌면 제 입안에서 녹아 없어졌을 크림빵의 맛보다
더 오래 간직하게 될
그때는 몰랐지만 결국은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마지막 가르침.
세상에는 크림빵보다 달콤한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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