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유머아닌 점 죄송합니다.</p> <p> </p> <p>1. 아버지</p> <p>아버지가 어릴 적 집이 굉장히 상당히 잘살았다고 한다.</p> <p>온 가족이 교회를 다녔고, 헌금도 열심히 하고, 십일조도 열심히 했단다.</p> <p>그러던 아버지 국민학교 4학년 어느 날.</p> <p>할아버지는 보증을 잘 못 섰고, 지금 처럼 법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p> <p>전재산을 통으로 날렸다고 한다.</p> <p>살던 집이 넘어갔고, 할머니의 생선장사로 근근히 입에 풀칠을 하며,</p> <p>입던 옷에 때가 타기 시작하던 어느 날</p> <p>그래도 하나님이 구원해 주시리라 믿고 어린마음에 열심히 기도하고 찬송하러 다니던 교회 목사가</p> <p>아버지를 뒤뜰로 불러내더란다.</p> <p>그리고 아버지 손에 크림빵 하나를 쥐어 주며 이렇게 얘기했단다.</p> <p>'ㅁㅂ(아버지 성함)야, 우리 교회 다니는 사람들 눈도 있고, 다른 친구들 보기에도 불편하니, 이제 우리 교회 오지 말아라.</p> <p>이 빵 하나 먹고, 동생들이랑 다음주부터는 다른 교회 가라'</p> <p>아버지는 그날 그 빵을 건내던 목사의 눈빛과 목소리를 잊을 수 없어.</p> <p>그날 이후 교회라면 돌아보지도 않는다.</p> <p> </p> <p>2. 나</p> <p>도시에 치여살기 싫으시다는 바람 하나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그때에,</p> <p>온가족이 시골 전원생활을 하러 들어갔고, 주소지 상 갈 수 있는 학교는 하나 뿐이었다.</p> <p>기독교의 이념으로 세워진 미션스쿨.</p> <p>남중이었고, 시골이었기 때문일까.</p> <p>선배가 졸업을 하고 나니 학교에 피아노 칠 줄이라도 아는 사람이 나뿐이었다.</p> <p>학교는 매주 수요일 채플 시간이 있었고, 찬송가 반주자가 필요했다.</p> <p>찬송가 두곡을 매주 연습해오게 했고, 난 매주 2년간 찬송가 반주를 했다.</p> <p>채플 시간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열심히 기도도 했다. 물론 학교 수업의 연장이었으니까.</p> <p>고교평준화가 되어 결국 주소지 기준응로 바로 옆 건물 고등학교로 진학했다.</p> <p>(굳이 주소지까지 옮겨가며 더 큰 학교로 가기를 바라는 건 아버지의 뜻이 아니었다. 전원 생활하러 들어간거였으니까)</p> <p>고등학교 3년도 열심히 채플 수업을 들었고,</p> <p>그저 음악이 좋아서, 친구들과 CCM 밴드까지 만들어 가끔 공연도 했다.(CCM 외엔 채플시간에 공연도 할 수 없었다)</p> <p>그리고 대학을 진학하게 될 추천서를 받으러 간 어느날.</p> <p>교장명의릐 대학 추천서를 써주기가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p> <p>학교 한번 찾아오지 않던 어머니가 불같이 화를 내며 학교를 찾아왔다.</p> <p>성적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가고 싶은 학교를 가겠다는데, 추천서를 써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p> <p>내가 가려는 대학교도 서울에 있는 미션스쿨이었다.(우리나라에 미션스쿨 은근히 많다)</p> <p>내 종교가 이유였다.(아버지의 과거 일 이후 아버지도 불교로 개종, 어머니의 모태신앙이 불교, 그래서 나도 자연스레 불교)</p> <p>교회를 다니지 않으며, 교회에 헌금한번 내지 않은 학생이,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그 학교에 진학하는 추천서를 써달라고 하면,</p> <p>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매번 꼬박꼬박 헌금내는 학생과 그 부모들이 어떻게 보겠냐는 거였다.</p> <p>이해가 되지 않았다.</p> <p>종교는 자유라고 알고 있었고, 난 나쁜 신은 없다고 생각했기에,</p> <p>내 모태신앙이 있었지만서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그 종교를 이해하려 하고, 받아들이려 하고,</p> <p>심지어 남보다 앞서 그 종교에 봉사(?)까지 하면서 (표현이 우스울지 몰라도) 충분히 그 다양성을 즐겼다고 생각했는데,</p> <p>그게 아니었나보다.</p> <p>모태신앙이 아니고,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지 않았으며, 헌금 한푼 내지 않았고, 세례를 받지 않고, 세례명이 없다는 이유로.</p> <p>이미 그런 사람들 보다 앞서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몰랐다.</p> <p>뭐 결국 어떻게 추천서를 받아서, 종국엔 가고자 하는 그 대학에 합격을 했지만,</p> <p>나도 그날 이후 교회쪽은 돌아보지도 않는다.</p> <p>(대학 졸업하려면 채플은 들어야 해서, 어찌저찌 꾸역꾸역 출석은 채웠다)</p> <p> </p> <p>3. 에필로그</p> <p>대학교 2학년 어느날,</p> <p>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전화가 왔다.</p> <p>교지를 출간하는데, 대학교 합격 수기를 써달라고.</p> <p>목젖까지 올라온 한마디를 겨우 억누르며,</p> <p>결국은</p> <p>써줬다. 단지 후배들을 위해서.</p> <p> </p> <p> </p> <p>"교인이 아닌 사람이 그 학교 교지에 글을 올려도 되나요?"</p> <p> <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