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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70394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13
    조회수 : 1742
    IP : 125.177.***.105
    댓글 : 29개
    등록시간 : 2020/07/12 23:20:2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70394 모바일
    생생한 꿈같은 시간들은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ssul
     
     
     
     
    아침나절, 전날 술을 많이 마셔 집에서 쉬면서 팔베개를 한 채 검은사막 모바일
    출석체크를 하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동네나쁜형에게서 온 전화였다.
     
     
    "어 형. 왜요."
     
     
     
    "왜요는 새꺄 일본담요고. 빨리나와."
     
     
     
    "ㅇ 예? 왜요?"
     
     
     
    "매국노새꺄 일본담요 그만 타령하고 빨리 나오라니까? 너네집 앞이다."
     
     
     
    흠터레스팅. 뭔 개짓거리를 하려고 또 부르나 싶었는데 아무튼 나갔더니 문앞에
    서 있는 카니발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내가 아는 차인데?
    아니나 다를까 운전석 창문이 열리며 "빨리타 임마" 하고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조카가 "삼촌!" 하고 외친다. 아뿔싸 당했구나. 오늘은 또 어딜 가려고.
     
     
    주섬주섬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챙겨 차에 오르고 안전벨트를 맸는데, 뜬금없이
    "계곡가서 닭도리탕에 소주나 한잔 빨자" 하며 나를 태운채 북한산 대서문 입구를 찍고는
    스트레이트로 가는 형을 보며 '오늘도 조졌구나' 하는 탄식과 함께 오늘은 또 무슨일이
    생길까 두근반 세근반하며 우린 목적지로 향했다.
     
     
     
    "형, 아 진짜 너무 부지런한거 아니야? 하긴 옛날에 일찍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도 있긴 하지."
     
     
    "야. 뭔소리야. 일찍일어나는 새는 졸라 피곤해. 그냥 개피곤해."
     
     
    "ㅋㅋㅋㅋㅋ 말되네 일찍일어나는 새는 개피곤함 ㅋㅋㅋㅋ"
     
     
    "야 근데 벌레가 새보다 일찍 일어나면 해결되는거 아니냐?"
     
     
    "알람없어서 못일어날걸?"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 열시에 계곡 앞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나는 담배한대 피우고 형은 조카데리고
    계곡 방갈로에 자리잡으러 가고, 담배를 다 피운 나는 방갈로 사무실에 들어가
     
    "아 이모. 우리왔어요" 하고 인사하자 매년 세번씩은 보는 이모가 "뭐줘? 닭도리탕 먹어.
    닭 어제 들어온거라 맛있어. 너네 저기 대서문 입구까지 다녀오면 딱 잘 삶기겠네.
    가서 얼른 운동들 하고와." 그말 들은 우리들은, 형은 딸 줘야되는 물이랑 지갑 든 가방
    챙기고 나는 조카 무등태우고 그렇게 닭도리탕 기다리는 기대감에 젖어 레드페이스 가서
    작업복도 좀 보고, 겨울 스키여행 이야기도 하면서 하염없이 걷다 대서문 앞 매실파는
    아줌마 마주한 뒤에 다시 내려와 방갈로에 앉았다.
     
     
    동네형은 자리에 앉자마자 조카 수영복 갈아입히러 화장실가고, 난 술잔 세팅하면서
    반찬그릇 놓는 알바학생 불러세워놓고 만원짜리 한장주면서 "아이고 더운데 고생많아요"
    하고, 바로 물에 들어가 발담근 채 아스팔트9 레이싱게임 하면서 천렵하는데
    그와중에 수영복 갈아입히러 갔던 형과 조카가 돌아왔다.
     
    조카는 수영복도 갈아입었겠다 "삼촌 안아줘 저기 갈래" 하면서 물가로 데려다달라 하고,
    나는 "야이눔아 삼촌 팔빠진다 의료보험 안되냐" 하면서 물가로 데려다주고
    물에서 말도안되는 수영법 보여주는 조카에게 물몇번 뿌린뒤 올라와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아침 열한시 반부터 오후 두시까지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 형님 힘든 이야기
    나 지랄병맞은 이야기 하면서 이래저래 점심을 보냈다. 소주 세 병에 맥주 두 병.
    감자전과 닭도리탕 거하게 빨아먹고 알바학생 한번 더 서빙하러 올 때 만원짜리 하나 또 주니까
    이번엔 "형님들" 하면서 알바학생 오더니 닭죽 주문나왔던거 취소된건데 드십쇼 하면서 닭죽을
    또 내온다.
    취소되긴, 일부러 만들어온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고 뭐 이런걸 하면서 받아들여야 그게 미덕아니겠는가 싶어
    받아 맛있게 먹고 자리 파하고 계산하고, 이모는 "너네 다음에 오기전에 전화하고 와" 하면서
    다음에 오면 닭발 구워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주차장에 그대로 차를 세운 채 등산로 입구에 있는 포차에 가서 조카는 좋아하는
    돈까쓰 먹고, 우리는 두부김치에 조카가 먹다 남긴 돈까스 먹으면서 또 소주 세병을 까고,
    그와중에 조카는 잠들고 나는 형에게
     
    "형 우리 삶이 참으로 지랄맞고 힘들더이다. 그래도 이런 재미있는 날들 고대하면서 또 힘내 삽시다"
     
    하자, 형은
     
    "덕담을 동생이 먼저 하는법이 있냐? 그래도 그래, 고대하면서 살자."
     
     
    소주 세병에 두부김치 거의 다 먹고 나와 대리기사 불러 집에 온 뒤, 나는 오는 내내 잠들었는데
    조카 집에 데려다주고 온 형이 그간 차에서 미친듯이 자고 있던 날 깨워 우린 노래방에 가서
    한시간 반을 서로 좋아하는 노래 부르면서 놀다가 맥주도 세 캔 먹었다.
     
     
     
    마지막엔 형수에게 전화와서
    애기 김밥먹고 싶어하니까 동네 김밥집 가서 김밥 사오시오. 하는 말에
     
    김밥사러가는 척 하면서 김밥집 옆 순대국집에서 순대정식에 소주 세 병 더 먹고 집에 들어왔다.
     
    아이고야 하루 한번 고되고 재미있게 보냈구나.
    집에 돌아와 검은사막 모바일 사냥 얼마나 해놨나 쳐다보다가 미드 how i met your mother 보면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있다. 그래 척박한 내 삶 그래도 완전히 재미없진 않구나.
    내일은 민주당 청년위원들하고 닭집에서 한잔 퍼먹기로 했는데 또 나보고 만원 더내라고 하면
    만원어치만큼 때려줘야겠다.
    통합당 청년위 게스트가 거의 매번 나오는데 이번엔 또 뭘로 깔까 두근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진짜 오늘은 내 일기네.
    감사합니다. 뻘소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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