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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820870
    작성자 : 미코토,란남편
    추천 : 6
    조회수 : 2369
    IP : 106.102.***.13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9/06/23 20:35:0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20870 모바일
    작년 여름, 그 때의 추억
    작년 여름까지 군인이였기 때문에 다나까 체로 가겠다.

    추억의 시작은 작년 4월, 아직 내가 상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의 나는 위병조장 근무자가 본인 포함 2명으로 몇 개월을 버티며 출타를 못 나가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상황이였다.

    그 모습을 본 분과 동기가 분대장 권력으로 휴가를 보내줘서 오랜만에 9일이라는 긴 자유시간을 얻어 집으로 갔다.

    하지만 조장실에 처박혀 하루 종일 왔다갔다 하는 차만 바라보던 내가 자유를 얻어봤자 술이나 게임, 싸제 담배밖에 낙이 없었기 때문에 이틀만에 권태감에 몸부림 치게 되었다.

    그러다 어떻게든 이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보자! 라는 생각에 아무 대책 없이 밖으로 나왔다.

    한 두시간 쯤 돌아다녔을까, 어떤 가게 앞을 지나가다 문득 쇼윈도에 붙은 전단지에 눈이 갔다.
    그 가게에서 일반인 밴드가 공연을 한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보고 왠지 꼭 봐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바로 들어갔다.

    실내는 어둡지만 조명이 많아 번쩍거리는 클럽 같았고 생각보다 굉장히 넓었다.
    나는 처음 마주한 환경에 겁을 먹은 미어캣마냥 두리번 거리며 무대 앞쪽으로 갔다.

    마침 연주하던 밴드의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다른 밴드가 나온다고 해서 조금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10분 쯤 기다리니 다음 밴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 밴드의 멤버는 여자아이 5명.
    일반인 밴드라지만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정도의 애들이 엄청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서 기대가 식었지만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보기로 하고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나는 Rock이라는 장르가 그렇게 박력 있고 멋진 장르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녀들의 공연이 끝난 후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지 않았다.
    특히 보컬을 하던 그녀의 모습에 더더욱 빨리 뛰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있었을까?

    그 공연을 본 손님분들께 팜플렛 같은 걸 받아 그녀들이 무슨 밴드인지 알게 된 후 나는 그녀들을 찾아 순회를 돌게 되었고 점점 앞자리를 차지해 마지막엔  보컬을 하던 그녀의 바로 앞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도 그녀의 열정적인 보컬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며칠 동안 공연을 보다가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중에 그 밴드의 보컬분이 나를 불러세웠다.

    '요 며칠 간 저희 공연 전부 찾아오셨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나를 알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감사하다는 말까지 해준다.
    나는 이 감정을 제대로 숨기지 못하고 바보처럼 말을 더듬었다.

    '저... 정말 팬입니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기타도 잘 치시고... 어... 그게...'

    그녀는 웃으면서 다음 공연때도 꼭 와주라면서 싸인을 해주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하죠!'였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간다고 했던가
    벌써 휴가 복귀날이 다가왔다.
    이번 휴가때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는 그녀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래서 이제 당분간은 못 올 것 같아요.'
    '아 군인이셨구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러면...'

    그녀가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물론 난 추억거리를 더 만들고 복귀하고 싶어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 공연때의 멋있는 그녀가 아닌 소녀같이 귀여운 그녀가 있었다.
    난 그녀의 다른 모습에 감탄하며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언제부턴가 재미없게 느껴져 오기를 꺼려했었는데
    오랫만에 온 놀이공원은 정말 재밌었다.
    그녀와 함께여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굉장히 겁이 많았다.
    특히 귀신의 집을 너무 무서워해서 장난기가 발동해 귀신의 집을 데려갔더니 한 대 맞았다.
    그래도 울먹이는 귀여운 표정을 보고 만족했다.

    어느덧 밤이 되고 우리 둘은 마지막으로 대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높은 곳을 싫어했던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강요에 져버렸다.
    그녀는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즐거운지 엄청 밝게 웃었다.

    그런 우리를 태운 대관람차는 어느 새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나는 아래쪽을 보는 게 무서워 이등병처럼 정좌로 앞만 뚫고 있었고 그런 내게는 당연하게도 즐거워하는 그녀의 얼굴만이 보였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도 아래를 보는 것을 그만두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이렇게 같이 놀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은 어쩐지 불안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눈치챘다.
    그녀가 내게 하게 될 말을.

    '제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받아주실건가요...?'

    그 말에 대한 답변 대신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놀랐지만 이내 눈을 감고 나를 약하게 안았다.

    그 뒤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녀는 내게 굉장히 잘해줬고,
    물론 내 후임들이나 동기들한테도 잘해주었다.
    고맙게도 면회를 온 날에는 직접 만든 간식거리들을 잔뜩 싸들고 내 동기들과 후임들에게도 권했다.

    '오뱀, 전역할 때 다 되서 저런 좋은 여자를 만났슴까? 진짜 배신임다 이거는!'
    '야 그래도 휴가 보내놨더니 좋은 분 만나서 얼굴 폈네 축하한다 임마!'

    실제로 그녀와 사귀게 된 이후로 내 남은 군생활에 웃음이 마르는 일은 없었다.
    그녀 생각만 하면 즐거웠고 뭐든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전역날이 밝았다.
    나는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 전역준비를 하고 부대 밖을 나왔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부대 앞에는 울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왜 울어~ 이렇게 좋은 날에~'
    '그치만... 너무 기쁜 걸...'

    우리 애정행각에 야유를 날려대는 이제 아저씨라고 부를 후임 위병조장 놈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 우리는 매일 함께 보냈고 누구보다 풋풋하고 누구보다 예쁜 사랑을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던 중 내게 취직의 기회가 왔다.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해 볼 생각 없냐는 친척어른의 권유였다.
    당시 나는 아랫지방에 살고 있었고 그 회사는 윗지방이였다.

    나는 어렸고 그녀는 나보다 더 어렸었다.
    그녀는 내게 또 떨어져버리는건 싫다고 했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너도 같이 가자는 멍청한 말을 했다.
    그녀는 학생신분인데 그렇게 큰 결정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겠는가.

    그 날 우리는 처음으로 싸웠고 그 뒤로 연락이 닿질 않았다.

    결국 화해하지 못한 채로 출근날이 다가왔고,
    버스에 타고 창문 밖을 바라보다 나는 뛰쳐 내렸다.
    버스를 향해 그녀가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달렸고, 드디어 마주했다.

    '... 오빠랑 헤어지는 건 절대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서로 통했네.'

    그렇게 10분동안 우리는 끌어안은 채로 키스를 했고 


    그런 그녀는 지금 제 두 번째 아내가 되어 제 곁을 떠나지 않네요 ㅎㅎ
    출처 그래도 한국 사람으로써 정이 있지,
    이런 글 한 번만 쓸 순 없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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