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은 써봐야지 하고 벼르던 이야기인데 대한민국 병사들의 놀이터인가 하는 게시물 읽고나니 생각나서 써봄 <div><br></div> <div>내가 복무한 부대는 모 포병의 독립대대로 내가 있는동안 별 하나 뜬 적 없는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음</div> <div><br></div> <div>나는 본부포대 유선반 통신병이었고, 많이 풀린 군번이었음</div> <div>1개월 차이나는 맞선임과 그 바로 위는 내 아버지 군번이 있었음</div> <div>맞선임은 사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천사긴 한데, 면제를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사람이었음..</div> <div>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좀 떨어졌고 몸도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서 일찌감치 고참들이 업무 인수인계나 분대장 후보에서 제외시켰음</div> <div>그런 덕분에 일병 때 많은걸 인수인계받고 고참들은 먼저들 떠나감</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풀린 군번이지만 그만큼 뒤를 봐줄 고참들이 없는 우리의 유선병 생활관은 타 생활관 고참들로부터 자주 치이고 불이익을 보게됨</span></div> <div>아버지 군번 선임들이 전역하고는 병장이 하나도 없는 생활관인데다가 내 맞선임은 본인도 짬이 안되고 말한것과 같이 힘이 되줄수 없는 상황이었고..</div> <div>특히 개인정비시간에 본부포대 상병 이하 미싱하라는 병장들의 꼬장이라도 있는 날에는..</div> <div>각 생활관마다 병장들이 적당히 하다가 이제 그만해라 하고 쉬는데 우리는 점호 전까지 눈치보며 바닥을 닦고있었음..</div> <div>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한번씩 혼자 별것도 아닌걸로 빡친 병장놈들이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매일 미싱하라 그럴때가 있었음..</div> <div>그기간동안 매일매일 우리 유선생활관 인원들은 힘들고 허리아프고 개인정비시간도 없고.. 죽을 맛이었음..</div> <div>그래서 실질적 생활관 왕고였던 나는 무슨 수라도 써야겠다 생각을 함</div> <div><br></div> <div>유선병은 교환대 근무를 서는데 교환대에는 MDF라고 했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span style="font-size:9pt;">부대 내의 통신선이 모여있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각 사무실,초소와 공중전화까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약 15년 전이니 부대 내 휴대전화는 합법적으로 불가한 시절이고, 말년병장들이 몰래 휴대전화 반입했다 걸려서 줄줄이 영창을 갔던 시기라 다들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는 시기였던 만큼 공중전화는 매일 사람들이 미어터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런데 병장이란 새끼들이 개인정비시간에 미싱을 시켜놓고 당사자는 전화기 붙잡고 있는게 다반사이니 얼마나 눈꼴시던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서 간부들이 퇴근하자마자 MDF에서 우리 포대 공중전화 선을 뽑아버림</span></div> <div><br></div> <div>개인정비시간에 전화기 붙잡고 노닥거릴 계획이던 병장님들은 갑자기 먹통이 되버린 공중전화에 나를 호출해서 빨리 고치라고 닦달하기 시작함</div> <div>저희 오늘 미싱때문에 수리는 내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니가 감독하고 필요한 인원들 몇명만 데리고 내려가서 고쳐 이럼</div> <div>그렇게 공중전화 수리의 감독이라는 명목으로 후임 몇명과 미싱에서 탈출함</div> <div>오호라 이거구나 싶어 <span style="font-size:9pt;">하루는 저녁식사 전부터 고장내고, 그다음 날은 저녁식사 후에 고장내고, 다다음 날은 아침부터 고장내고 하는 식으로 며칠간 생활관 인원들과 돌아가면서 탈출함</span></div> <div><br></div> <div>그랬더니 심사꼬인 고참 몇명이 나를 불러다놓고 왜 공중전화가 매일 고장나냐 지랄을 하길래 <span style="font-size:9pt;">어차피 너희는 전화선이고 뭐고 모르겠지 싶어서 대놓고 구라를 침</span></div> <div>"개인정비시간에 통화량도 많고 전화선 자체가 노후되어서 선을 새로 깔아야됩니다. <span style="font-size:9pt;">통신소대장님이나 유선반장님한테 건의해서 전화선 교체할때까진 계속 이럴거 같습니다.."</span></div> <div>아니나다를까 내말이 구라인지 진실인지 모르는 고참들은 ㅅㅄㅂ ㅈ같은 군대 ㅈ같은 전화기 이럴뿐 더이상 지랄을 못 함</div> <div><br></div> <div>하지만 개중에 눈치빠르고 사람좋고 평소 친하던 고참 하나가 나를 슬쩍 불러놓고 이야기함</div> <div>너희 빽도 없고 힘든거 아니까 내가 이제 미싱 그만시키자 하고 미싱할때도 너희 생활관은 내가 둘러봐줄테니까 공중전화만 좀 살려놔라ㅎㅎ</div> <div><br></div> <div>그렇게 힘들던 유선병들은 우리를 돌봐줄 고참을 얻고 공중전화 꼬장질을 멈추었다고 한다....</div> <div>그리고 그때 나는 군대에서 오로지 짬만이 진짜 권력라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고, 사회와의 연결이 병사들의 유일한 낙이라면 그것을 이용해서 진짜 권력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게 됨</div> <div><br></div> <div>번외편</div> <div>이 공중전화 꼬장질은 본부 고참뿐만 아니라 옆 포대 아저씨들을 엿먹일 때도 쓰였는데..</div> <div><br></div> <div>본부 유선병이 관리하는 구역은 통신과 사무실에서 타 포대 단자함 까지였음</div> <div>각 단자함부터는 각 포대별 통신병이 관리하는 게 원칙인데 우리 유선반장님이 짬이 딸려서 그런지 타 포대 통신반장들이 자꾸 본부 통신병에게 수리니 뭐니 업무를 밀어내기함</div> <div>유선반장님도 성깔은 있는데 자기보다 고참이니 적당히 일 없을땐 받아주고 바쁠땐 쌩까던 분이라 우리도 별말없이 해주라고 하면 했음</div> <div><br></div> <div>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니까 간부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타 포대 통신병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아저씨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해주세요 지랄함</div> <div>당연히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단자함부터는 직접 수리하세요 하고 딱 잘랐는데 이것들이 자기들 통신반장한테 이르고 그쪽 통신반장은 우리 유선반장에게 지시하는 뭣같은 상황이 되버림</div> <div><br></div> <div>빡이 친 나는 MDF에서 그 포대 공중전화선을 뽑아드림</div> <div>당연히 난리난 그 포대 통신병들이 우리에게 수리해달라고 쫓아왔고 우리<span style="font-size:9pt;">도 당연히 당신들 단자함부터 확인하고 직접 수리하라고 돌려보냄</span></div> <div><br></div> <div>그간 업무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던 그 통신병 아저씨는 자기들 단자함에 신호가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도 구분을 못할 정도였고 당연히 수리도 못 함</div> <div>자기네 고참한테 실컷 까인 아저씨는 자기들 통신반장에게 수리가 안된다고 보고했고, 그 포대 통신반장은 또다시 우리 유선반장님에게 밀어내기를 함</div> <div>지들 공중전화까지 우리가 고쳐줘야 되냐고 ㅅㅄㅂ하던 유선반장님께 슬쩍 알려드림</div> <div>사실 유선반장님 퇴근하시면 그 포대 통신병 아저씨들까지 저희한테 업무 밀어내기 하길래 열받아서 제가 선 뽑았습니다 했더니</div> <div>아주리얼베리베리 좋아하심</div> <div>야이 미친새끼야ㅋㅋㅋㅋㅋ 잘했어 ㅋㅋㅋㅋㅋ 야 우리 뭐 다른일 할거 없냐 일하러가자ㅋㅋㅋㅋㅋㅋ 걔네꺼 한 1주일 뽑아놔ㅋㅋㅋㅋ 라고 함</div> <div><br></div> <div>결국 다른 업무 핑계로 계속 안 고쳐줬더니 3일만에 통신과 사무실까지 직접 행차하신 옆포대 통신반장님이 MDF에서 선이 뽑힌걸 발견했고..</div> <div>이게 왜 뽑혀있냐고 난리를 치시길래..</div> <div>다른거 수리하다가 건드려서 빠진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쪽 단자함에 찍어봤으면 진작에 여기 문제인걸 알았을건데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라고 했더니</div> <div>약은 바짝 올랐지만 할 말이 없던 옆 포대 통신반장님은 자기들 통신병을 갈구기 시작함</div> <div>니들은 단자함 확인해볼 생각도 안했냐 너희가 너희 할거를 안하니까 수리도 빨리 못하고 내가 여기까지 와야 되잖아 이 새끼들아</div> <div>그렇게 한참 갈구던 옆 포대 통신반장님은 생각보다 자기들 통신병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걸 뒤늦게 알아채고는</div> <div>그날부터 직접 그 인원들 교육을 시키겠다며 본인이 항상 인솔해서 작업을 다녔다고 한다...</div> <div>끝!</div> <div><br></div> <div>혹시나 같은 부대 있었다면 제가 누군지 알까봐 배경은 살짝씩 바꿨지만</div> <div>에피소드는 재미를 위해 살짝 조미료만 쳤고 실화입니다</div> <div><br></div> <div>반응이 좋든 나쁘든 2화 예고편</div> <div>사이버 지식 정보방 편! 지금부터 쓰기 시작할건데 언제 올라올지 알수 없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