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이발</div> <div><br></div> <div><br></div> <div>출근길 회사 여직원과 우연히 마주쳤다.</div> <div><br></div> <div>"이발하셨어요?"</div> <div></div> <div><br></div> <div>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었다. 으레 하는 인사치레<br>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스릴 이, 터럭 발 머리카락을<br>다스린다는 의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동사로서<br>머리털을 깎아 다듬는다는 의미이다. </div> <div></div> <div><br></div> <div>통상적으로 머리 자르셨어요? 라고 많이 쓰지만, 엄밀<br>히 말하면 굉장히 잔혹스러운 표현일 수 있다. 머리카<br>락 다듬으셨어요? 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며 이를 한<br>자어로 쓴 것일 뿐이다.</div> <div></div> <div><br></div> <div>물론 이런 표현에 욱할 필요는 없었다. <br>어제 우연히 여직원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더라면 말이<br>다.<br></div> <div></div> <div><br></div> <div>"아재들은 미용실 못가지 않아? 다 이발소가자나?"</div> <div>"이발소? 어차피 티도 안 나서 어디든 똑같을걸?"</div> <div><br></div> <div></div> <div>가끔 그런 날이 있다. 옆에서 누가 붕어빵 주제로 한참<br>수다떠든 날, 마침 퇴근길에 붕어빵 가게가 눈에 띄어서 <br>가게 된 그런 날 말이다.</div> <div></div> <div><br></div> <div>동네 이발소를 가보지도 않고 폄하 발언을 하는 무리들<br>에게 오랜 장인의 손길로 무력시위를 하고 싶었던 것은<br>딱히 아니었다. <br></div> <div></div> <div><br></div> <div>마치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최면에 걸린듯 이발소를 <br>그냥 갔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어쨌든 그 문제의 이발이라는 단어가 어제의 대화와 연<br>결점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수다의 중심과 <br>내 사이에는 방음 안되는 얇은 벽면이 있었으니까.</div> <div></div> <div><br></div> <div>내가 당연히 이발소를 갔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br>이 직원의 판단에 내가 분개할 이유가 없었다. </div> <div></div> <div><br></div> <div>아니 오히려 긍정적인 것은 내가 머리가 변했다는 사실을<br>인지했다는 것이다.</div> <div></div> <div><br></div> <div>통상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경우 머리 참 어울리시<br>네요 등의 덕담을 주고 받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고 윤활<br>유같은 역할을 한다.</div> <div><br></div> <div></div> <div>용기내서 머리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br>생각보다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br></div> <div></div> <div><br></div> <div>"짧으니까 더 휑해보여요~"</div> <div></div> <div><br></div> <div>아무리 일류 정원사라도 민둥산에서 일류가 될 수 없기에<br>이발소든 미용실이든 싼게 최고가 아닐까? </div> <div><br></div> <div>오늘도 교훈을 얻으며 긍정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div> <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