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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744915
    작성자 : 흙향기
    추천 : 8
    조회수 : 2450
    IP : 210.95.***.166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8/03/25 06:13:4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4915 모바일
    원귀(역사 판타지)
    옵션
    • 창작글

    '선왕이 갑자기 돌아가신 데에는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선왕의 원혼이 궁궐에까지 나올 까닭이 없지 않은가.'

    신하들과의 실랑이에 지친 성왕. 그는 저녁수라를 들고서 내관과 함께 성안을 거닌다.

    여봐라, 내관.”

    . 대왕.”

    요즈음 임류각에 선왕의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느냐?”

    그 말에 내관이 주저하면서 조심스레 대답한다. “. 대왕. 머리를 풀어헤치고 눈과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무섭게 노려보시고 있다 하옵니다.”

     

    임류각은 나라의 중요행사에서 연회장으로 사용된 백제 최고의 누각. 앞엔 아기자기한 연못을 파서 온갖 진귀한 물고기와 별의별 기이한 화초를 길렀다. 낮에 연못가를 거닐면 궁궐 주변의 산들이 그림처럼 연못에 어린다. 밝은 달이 떠오르는 임류각 연못은 달과 온갖 아름다운 별들이 반짝이는 또 하나의 별천지. 하지만 이젠 밤마다 섬뜩한 귀신이 나오는 괴기한 곳이 되어버렸다.


    내시에 말에 잔뜩 긴장되어 말을 잇는 성왕. “, 정말 무섭겠군. 헌데 언제 나오신다 하는가?”

    항상 축시에 보이신다고 하옵니다.”

    귀신이 잘 돌아다닌다는 축시? , 무슨 말을 하신 적이 없는가?”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고 하옵니다.”

    가까이 가서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없는가?”

    사람들이 모두들 너무 놀라 금방 그 자리에서 기절하거나 도망하여 아무도 없사옵니다.” 그 말에 익살스런 표정으로 말을 잇는 임금. “. 그래. 그러면 오늘 함께 임류각에 가보자.” 그러자 내관이 얼른 손사래를 치며 말린다. “, 대왕, 가지 마옵소서. 놀래서 심신을 상하시면 어찌 하옵니까?”

    하하하! 그대들이 무서워 그런 것은 아니고?”

    , 아니옵니다. 모시고 가겠습니다.”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모시겠다는 내관.

     

    마침내 축시가 되었다. “이제 출발하자!” 간편한 차림을 한 성왕과 내관 둘이 침소에서 나와 임류각으로 향한다. “부우~! 부우~! 부우~! , , . ~~~” 멀리 밤안개 흐르는 연미산에선 부엉이와 여우가 어슴푸레한 달을 보고 울어대는 소리가 오싹하게 들려왔다.

    임류각 다 왔사옵니다.”

    이거 으스스하군. 어디 올라가 보자.”

    한 사람이 앞장 서 계단을 오르고 성왕이 위와 아래 내관의 부축을 받아가며 임류각에 오른다.

    사방에 촛불을 켜라.”

    . 대왕.”

    아직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나보군.”

     

    그로부터 반경이 흘렀을까. “!” 한줄기 거센 바람이 갑자기 불어와 촛불을 모두 꺼버린다. “대왕. 바람에 촛불이 꺼졌습니다. 다시 켤까요?”

    그렇게 하라.”

    내관들이 다시 켜자 이번에도 바람이 불어와 모두 꺼져버린다. 곧이어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으아~! !” 내관들이 놀라 모두 기절해버린다. 성왕이 앞을 바라보니 시커먼 물체가 산발을 하고 몸에선 붉은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우뚝 서 있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귀신은 성왕을 똑바로 쳐다본다.

     

    오금이 저린 성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누구신가요?”

    나는 그대의 아비.”

    ! 아바마마.”

    태자에게 할 말이 있소.”

    ,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태자는 아직도 나를 그리워하는가?”

    , . 항상 아바마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귀신은 성왕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아무 말이 없자 성왕이 용기를 내서 묻는다. “, 아바마마! 어찌하여 편히 저승으로 가지 못하시고 다시 여기에 오셨사옵니까?”

    “......”

    궁금해진 성왕이 다그쳐 묻는다. “어서 말씀을......”

    나는 억울하게 죽었소.”

    ? 대체 어, 어느 놈이 그랬습니까?”

    바로 태자의 어미 연씨.”

    , 어마마마가 어떻게?”

    감주에 비상을 넣어서 나에게 먹였소. 그 뒤 심한 복통과 설사를 하고나서 도저히 기운을 차릴 수 없었소.”

    아니. 어마마마께서 아바마마를 위하여 기력을 찾으시라고 꽃 게장에 꿀을 발라드시게 하시지 않았습니까?”

    흐흐흐! 태자는 두 음식이 상극이어서 독이 된다는 걸 모르는가. 그 뒤에 어의가 지은 인삼과 부자로 만든 탕약도.” “, 어찌 그런 끔찍한 일을? 으흐흐흑!”

     

    귀신이 분노에 가득한 눈으로 누각의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렇소. 마음 같아서는 내 당장 혼령의 무서운 저주를 내리고 싶으나 나라와 후왕을 위해 꾹 참고 있소.”

    흑흑! 아바마마!” 너무나 놀란 충격에 휩싸인 성왕이 눈앞의 귀신을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 저는 이제 어쩌면 좋사옵니까? 아바마마. 아흐~흑흑!”

    나의 원한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오.”

    아니 그러면 어미를 처벌하여야 하옵니까? 차마 자식으로서. 어흐~흑흑!”

    눈물범벅이 된 얼굴에서 흘러내려 흠뻑 적신 자색포를 들썩거리며 하염없이 우는 성왕. 그 모습을 가엾게 바라보던 무령왕이 한없이 슬픈 눈으로 고개를 젓는다. “후왕.”

    . 아바마마. 흑흑!”

    사실이 밝혀지면 나라가 온통 혼란에 빠지게 되니 그만두오.”

    . 흑흑!”

    잠시 후 귀신이 섬뜩한 눈으로 성왕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연다.

    하지만 후왕에게 물어볼 것이 하나 있소.”

    , 무엇이옵니까? 흑흑!”

    후왕. 내게로 가까이.”

    . 아바마마.”

     

    성왕이 주저하면서 피 흘리는 귀신에게 조금씩 접근하자 귀신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후왕은 이곳이 마음에 드오?”

    흑흑! 선왕의 억울한 죽음이 일어난 저주받은 이 땅. 전혀 마음을 둘 수 없습니다.” 그사이 성왕의 옆에 다가와 다정히 어깨에 손을 얹는 귀신. 역한 피비린내 나는 손을 통해 어깨에 전달되는 싸늘한 기운에 더욱 소름끼치는 성왕. “으악!”

    후왕. 이 아비가 두렵소? 한 나라 임금이라면 대담해야 합니다.”

    . . 아바마마.”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는 귀신. “후왕. 요사이 고구려가 자주 괴롭히는데다가 어미의 등쌀에도 견디기 힘들지요?”

    , 하지만 선왕의 굳건한 유지라 할 수 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흑흑!”

    이제 나도 마음을 바꾸었소. 어렵겠지만 빠른 시일 안에 사비천도의 결단을 해야 합니다.”

    . 흑흑!”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들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무령왕의 귀신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했다. “그만 눈물을 거두고 이 아비의 손을 잡아보시오. 나와 함께 이 어려움을 잘 이겨냅시다.” 성왕이 머뭇거리자 성큼 다가와 성왕의 손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쥐는 귀신. “!”

    후왕. 이제 내 눈을 똑바로 보시오.”

    , 아바마마. , 무섭사옵니다.” 그러자 귀신이 덜덜 떨고만 있는 성왕의 머리를 감싸 쥐고 자신의 얼굴로 끌어당겼다. “으악!”

    바로 그 때였다. “파파!” 한줄기 아주 밝은 불꽃이 임류각에 날아들었다. 그러자 코를 맞대고 성왕과 눈을 맞추던 무령왕의 귀신이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

    ! 아바마마.” 성왕이 소리 지를 사이도 없이 귀신의 검은 형체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며칠 후 성왕은 가림성에 좌평을 보내어 절을 지을 준비를 하게 하였다. 사비천도를 위하여 부처께 무사함을 빌고자 함이다. 귀신으로 나타난 선왕의 충고를 조금도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또한 마침 신라에서 이차돈이 신비한 죽음을 맞이한 소문이 삼국에 널리 퍼진 까닭에 곳곳에서 부처를 숭배하는 움직임이 백성들 사이에서 크게 일어났다. 따라서 성왕도 이러한 시대의 추세에 맞추어 웅진경내에 대통사를 짓게 하고 무령왕릉을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위치에 각각 동혈사와 서혈사, 남혈사와 북혈사를 지었다. 그럼으로써 불교를 숭상하는 여론을 적극 반영하고 부처께 선왕의 명복을 빌어주어 귀신의 원한을 달랬다.

     

    달포 후 사람들이 붐비는 웅진 경내의 산성시장. 해는 벌써 지고 어둠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했지만 주막은 아직도 장사를 마친 상인들로 흥청거리고 있다. 여기저기에 노란 종이에 붉은 글씨로 술주자가 새겨진 사각형 모양의 장명등이 물고기기름을 태우며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술집 안 구석에는 술꾼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밀주를 마시며 왁자지껄 떠들면서 술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들은 괴나리봇짐을 구석에 잠시 밀어놓고 먼지 쌓인 하루의 피로를 술과 함께 말끔히 씻어내고 있는 것. 주막집에서는 술자리 구석구석에서 술을 더 달라는 고함소리가 요란스럽게 터져 나왔다. 그에 응답이라도 하듯 술과 안주를 놓은 쟁반을 받쳐 들고 종종발걸음을 하는 주모들의 치맛자락이 어지럽게 휘날린다.

    술꾼 너덧이 막걸리를 들고 있는 자리에 흑건을 쓴 한 사내가 나타난다. “여보게들, 요사이 새로운 소식 들었는가?”

    어디. 무슨 소식인가?”

    궁궐 안 임류각.”

    ! 그럼 여전히 선왕의 귀신에 놀라서 죽은 사람이 발견되었겠지. 안 그래?”

    아니. 오히려 반대야.”

    ,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선왕의 귀신이 무슨 조화를 부렸나?”

    . 글쎄 우리의 대왕께서 내관 둘을 거느리고 며칠 전에 임류각에 가셨데.”

    그래서? 대왕까지도 기절하셨나?”

    에끼. 이사람. 바랄 것 바래야지.”

    그러면 어떻게 되었나? 그날은 선왕의 귀신께서 어디 놀러 가셔서 나오시지 않았나 보군.”

    이 사람 계속 웃기는군. 그게 아니라 역시 그날 밤도 선왕의 귀신이 나타났다 하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내관 둘이 기절하였데. 그래도 대왕께선 멀쩡히 살아계셨다나.”

    . 대단한 일이군. 유약한 임금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 선왕의 귀신이 궐내에 아예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거야.”

    우와! 정말 잘 되었네. 우리 백성들도 이제 발 쭉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어. 우리 대왕 만세! 만세!”

    이제 민심이 안정되었고 나도 임금의 권위를 세운 것이다. 선왕께서 병 주고 약 주셨군.”

    백성들의 동태를 상세히 보고받은 성왕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무령왕비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성왕을 찾아왔다. “후왕. 정말 잘 하셨소. 후왕이 임류각에 다녀온 이후 선왕의 귀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게 다 어마마마의 덕인가 합니다.”

    후왕은 이 어미를 생각하는 효심도 대단하군요. 호호호!”

    어마마마. 이제 선왕께서 독살되었다는 소문도 꼬리를 감출 것입니다.”

    호호호! 우리가 가장 바라던 일이 아닌가요, 후왕.”

    . 그러면 사비천도 문제는 어떻게 해야 되겠사옵니까?”

    그건 우리 연씨 가문에서 결정할 일이오. 당장은 사비천도를 하자는 의견이 수그러들겠지만 언젠가는 불거질 수도 있소.”

    ! 연씨 가문!”

    후왕도 잘 명심하여야 할 것이오.”

     

    공주 의당 수촌마을. 나는 새도 떨어진다는 서슬 퍼런 연씨 가문의 휘황찬란한 재실. 무서운 귀신이 아로새겨진 벽돌로 쌓은 높은 담장에도 연씨의 막강한 위세가 엿보인다. 그날 일찍 궁에 갔다 돌아온 좌평이 전사청에 도착하여 집사를 부른다. “집사!”

    , 대감.”

    제물 준비 다 되었나?”

    음식을 만들어 상만 차리면 됩니다.”

    빨리 끝마치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도록. 조금 있으면 대비마마를 비롯하여 문중의 어른들이 오시네.”

    . 명심하겠습니다.”

     

    집사는 하인들을 시켜 온갖 곡식을 가마솥에 부어 익히는 한편 준비된 고기와 생선, 채소를 가지고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옆에서는 노비들이 고방과 대청, 부엌을 부지런히 드나들며 장만한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루()로 나른다.

    좌평 어른. 지금 대비께서 이곳 재실에 오고 계십니다.”

    알았다. 얼른 루()에 가문 조상들의 위패를 모시고 음식을 진열하도록.”

    , 대감.”

    이제 내가 직접 문밖에 나가 대비를 맞이할 것이야.”

     

    화려한 비단으로 된 금관조복을 입고 재실 앞마당에 가득 들어찬 관리들. 그 앞에 호화찬란한 가마가 한 대 선다. 대비가 가마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좌평이 머리를 숙여 인사한다. “대비마마, 어서 오시옵소서.”

    , 제주. 아니 좌평. 제사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소.”

    마마, 어서 안으로 드시죠.”

    그럽시다. 여기 오신 신하들 모두 우리 가문. 같이 드시죠.”

    , 대비마마.”

    둥둥!” 시향제의 의식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재실 뜰에는 악공들이 연주하는 풍악이 요란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제단 앞에 있는 향로에서 향이 흰 연기를 내며 천천히 타올랐다. 제사를 지내는 좌평의 뒤에는 신하들이 나란히 꿇어앉아 있었다. 대비가 옆에서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집사는 무릎을 꿇고 공손히 술잔을 따라 제주에게 건네주었다. 제주가 향불 위에서 잔을 돌린 다음 집사에게 돌려주니 그는 잔을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제단 위에 올려놓는다. 그런 후에 제주는 고개를 숙인 채로 뒤에 서 있던 수십 명의 신하들과 함께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제주가 낭랑한 목소리로 축원을 한다.

     

    마한 목지국을 세워 가문의 영광을 이어오신 조상님들! 삼한의 중심에 나시어 세상을 바로잡으시며 백성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조상님들! 그 깊고 깊은 덕으로 저희는 비로소 이 나라 백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조상님들의 원대한 꿈과 희망을 세상 곳곳에 전파하여 나갈 것입니다. 정성껏 차려드린 제물을 드시옵고 바라옵건대 널리 헤아려주시고 따뜻이 보살펴 주시옵소서. 상향.”

     

    제사를 마치자 대비와 좌평, 가문 원로들과 신하들이 음복을 하려고 대청에 모였다. 먼저 대비가 무겁게 입을 연다. “좌평을 비롯한 가문의 식구들을 이 자리에서 뵈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좌평이 크게 웃으며 맞장구친다. “하하하! 소신도 그러하옵니다. 이게 다 대비마마의 은덕이지요.”

    호호호! 무슨 말씀을. 우리 가문이 번창하고 있는 것은 모두 여기 계신 분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대비가 흐뭇한 표정으로 가문 신하들의 노고를 치하하자 좌평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대비마마. 후왕의 비 사씨는 여전히 얌전하게 죽어지내고 있겠죠?”

    좌평. 내가 누굽니까. 호랑이 시어미 아닌가요. 어디서 며느리가 함부로 머리를 쳐들게 가만 놔두겠어요? 호호호!” “이제 백제는 여씨의 나라가 아니라 연씨의 나라입니다. 하하하!”

     

    대비가 살짝 눈을 흘기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호호호! 좌평께선 그 말씀 밖에서는 삼가주세요.”

    물론입니다. 하하하! 하온데 대비마마.”

    말씀해 보시오. 좌평.”

    좌평이 얼굴에 웃음기를 싹 거두고 따지듯 묻는다. “이번에 후왕이 사비천도를 말해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 대비께서 찬성하신 것은 아니시죠?”

    , 그거요. 호호호! 좌평께서도 임류각에 선왕의 귀신이 출현한다는 소문을 들으셨겠죠?”

    , 너무나 해괴한 일이라 사실 저희들도 가슴이 뜨끔했답니다.”

    아비가 귀신으로 나타난다는 소문에 놀라 심약해진 후왕이 독단으로 사비천도를 주장했나 봅니다.”

    하하하! 후왕은 정말 겁이 많으시군요.”

     

    대비가 눈을 거슴츠레하게 뜨며 좌중을 둘러본다. “하지만 우리 가문이 지금 선왕독살의 의심을 받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내가 낳은 후왕을 지키고 백씨가문을 누르기 위한 것 아니었나요. 이것이 밝혀지는 날이면 우리 모두 끝장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 연씨들이 천도를 주장하면 더욱 의심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대비께서 후왕의 언동을 내버려두신 거군요.”

    그래요. 우린 마지못해 여기를 떠나 사비로 가서 어두운 과거를 몽땅 털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역시 대비마마의 사려가 깊습니다. 이제 사비성 인근의 귀족들과 친교를 더욱 두텁게 하여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럽시다. 호호호!”

    좌평이 잔을 높이 들고 외친다. “하하하! , 이제 건배합시다. 우리 연씨 가문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위하여!”

     

    연씨들이 재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축배를 들고 있는 그 시각 웅진성의 왕궁에선 커다란 소동으로 궁궐 안이 한바탕 크게 뒤집히고 있었다. 선왕의 독살을 비관한 성왕이 며칠 째 정사를 팽개치고 낮이나 밤이나 술로 고통을 달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슬픔이 복받치면 임금의 체면도 잊은 채 큰소리로 울다가 갑자기 욕설을 퍼붓고 물건들을 사방에 집어던지고 있었다.


    다음 회는 3.29.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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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8/03/26 02:27:17  121.160.***.169  감자현미밥  350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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