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노래방 여포</div> <div><br></div> <div><br></div> <div>정확한 상호명 짱노래방을 규정상 밝히기는 어려우니</div> <div>ㅉ노래방이라고 칭하겠다. </div> <div><br></div> <div>전국에 ㅉ노래방이 무수히 성업 중이지만 특히 우리가 가는 곳은</div> <div>후미진 곳에 위치한 대신 가격을 후덜덜하게 후려친 곳이었다.</div> <div><br></div> <div>특히 무한 서비스가 이름 그대로 짱이었는데</div> <div>노래방 기계가 이기는지 본인 성대가 버티는지 객기부리다 피를</div> <div>토해 득음한 사람들이 연병장 세 바퀴는 줄 설 정도였다.</div> <div><br></div> <div>그 노래방의 VIP인 내 친구는 노래방 여포였다.</div> <div>마치 방천화극처럼 마이크를 허리춤에 꽂고는 </div> <div>종횡무진 우선예약버튼을 눌러댔다.</div> <div><br></div> <div>아마 데뷔 49년 차 조용필도 우선예약버튼을 누를때는 조용히 각을</div> <div>보고 누를 것 같은데 이 놈의 거침없는 우선예약버튼질을 보고 있노</div> <div>라면 술이 식기 전에 저놈의 목을 베고 싶을 지경이었다.</div> <div><br></div> <div>노래방 여포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노래를 잘하는 줄 안다는 것</div> <div>이었다. 경기도 오산 같은 이 녀석의 착각을 저지하기 위해 따끔한</div> <div>가창력을 선보여줘야 했지만 우린 모두 고만고만한 졸개일 뿐이었다.</div> <div><br></div> <div>고음 부심이 쩌는 노래방 여포의 괴성은 그 노래가 올라가긴 올라갔</div> <div>는데 듣기에 너무도 흉악한 사자의 표효 같은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꾀꼬리 성대보다 연약한 우리의 염소 바이브레이션은 노래방 여포의</div> <div>28데시벨에 태풍 속 조각배처럼 침몰할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어찌나 쩌렁쩌렁했던지 그의 십팔번 고해는 고해라기보단 고역에 가까</div> <div>웠다. 어찌합니까라는 구절부터 저놈을 어찌해야하나 어쩔줄 몰랐다.</div> <div><br></div> <div>오늘밤 주인공이 자꾸 자기 자신이라는데 우린 조연으로도 만족하니까</div> <div>방탄소년단 노래에 이거 방탄 유리야 드립은 자제해줬으면 했다.</div> <div><br></div> <div>굳이 쓸데없는 부분에서 디테일하기도 했다. 이적의 다해애앵이다아</div> <div>라는 힘빠지는 가성을 지나가던 행인이 들었다면 다짜고짜 뛰쳐들어</div> <div>와 괜찮냐고 안부를 걱정할 지경이었다. </div> <div><br></div> <div>하늘을 달리다를 부르면서 테이블 위에서 막 달리는 시늉이 너무나</div> <div>괴랄했는데 특히 '두다리 모두 녹아버린대도' 라는 구절에서 흐느적</div> <div>녹아내리는 퍼포먼스를 할 때는 진심으로 다리를 두동강내고 싶었다.</div> <div><br></div> <div>노래방 여포가 부르는 윤종신의 좋니라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노</div> <div>라면 예의상 좋다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하게 좋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좋니'라는 제목에서 '니'자를 떼버린 것과 같다는 것이</div> <div>솔직한 내 점수였다.</div> <div><br></div> <div>지금도 저금통을 약탈하여 동전을 들고 다니며 그의 영토를 확장 중인데</div> <div>전국 코인 노래방 사장님들에게 각별히 주의하시라고 당부드린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