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항상 화가 나 있는 내 친구가 있다.</div> <div>내가 볼 때마다 그는 항상 성질이 나 있었다.</div> <div><br></div> <div>너의 7번 척추와 3번 척추가 만나게 해주고 싶다며</div> <div>내 척추끼리의 친목을 걱정해주며</div> <div><br></div> <div>호모 사피엔스처럼 널 슬기롭게 구타해주고 싶다며 </div> <div>너의 후두부가 운동장 바닥의 온기를 느끼게 도와주겠다고</div> <div>늘상 나에게 인사말을 걸어왔다.</div> <div><br></div> <div>맹자가 성선설을 만들 때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div> <div>본인이 그릇된 생각을 했었구나 성화설로 수정했을 것이 틀림없다.</div> <div><br></div> <div>함께 강촌으로 놀러 갔을 때도 강을 건너가자고 제안을 하니</div> <div>네가 건널 강은 요단강 뿐이라고 화를 냈다.</div> <div><br></div> <div>술 먹고 뻗어 잘 때도 이를 바득바득 가는 모습을 보면</div> <div>당최 무슨 사연으로 저렇게 내재된 성질이 많을까 우려스러웠다.</div> <div><br></div> <div>어짜피 저런 컨셉으로 간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는 없었지만</div> <div>특히 나에게 거대한 화를 아낌없이 표출하는 걸 보니 뭔가 있지</div> <div>않을까 다른 친구들이 추측하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네가 쟤 노트북 빌려 가서 야동 지워서 그런 거 아니야?"</div> <div><br></div> <div>"그것보단 그 노트북 야동 폴더가 여자애들한테 다 까발려졌자나. </div> <div> 그것 때문에 아니야?"</div> <div><br></div> <div>"네가 쟤가 한 과제를 고대로 베껴서 냈는데 니가 A받고 쟤가 B+</div> <div> 받았자나 거기에 앙금을 두고 있는거 아니야?"</div> <div><br></div> <div>"쟤가 라면 끓일때 안먹는다고 했다가 한입만 해서 다 처먹어서</div> <div> 그런거 <span style="font-size:9pt;">아니야?"</span></div> <div><br></div> <div>"쟤 머리 감는데 샴푸 장난으로 계속 풀어서 그런거 아니야?"</div> <div><br></div> <div>"교수님이 불렀다고 구라쳐서 갔다가 한시간 동안 설교 들어서 </div> <div> 그런거 아냐?"</div> <div><br></div> <div>너의 웃는 낯짝을 지구 표면에 찍어서 남겨놓자고 했던</div> <div>그의 말들이 아직도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증언으로 진정성을 </div> <div>얻어가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그래도 네가 얼마나 소개팅에 신경을 써줬냐. 한번 굳으면 망치로</div> <div> 깨야 <span style="font-size:9pt;">깨질 것 같은 초강력 젤로 올백 스타일링도 해주고"</span></div> <div><br></div> <div>"그러게 체인 달린 찢어진 청바지도 빌려줬자나. 체인이 얼마나</div> <div> 주렁주렁 달려있었으면 고물상에 팔면 <span style="font-size:9pt;">엿을 넉넉히 세</span><span style="font-size:9pt;"> 말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받았을걸?"</span></div> <div><br></div> <div>"독수리 박힌 청자켓도 빌려줬자나 너! 그 독수리 진짜 금방이라도 </div> <div> 푸드덕 <span style="font-size:9pt;">날아갈 것 같았지!"</span></div> <div><br></div> <div>"그래 지금은 녹슬어서 파상풍을 조심해야되지만 그땐 금박으로 </div> <div> 번쩍거렸던 <span style="font-size:9pt;">버클도 빌려줬잖아. 어찌나 빛나던지 무슨 챔피언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등장하는줄 알았지! 그 버클에 있던 독수리와 등짝의 </span><span style="font-size:9pt;">독수리 수미</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쌍관이네! </span><span style="font-size:9pt;">청청 깔맞춤까지!"</span></div> <div><br></div> <div>이렇게까지 해준 나에게 화를 내다니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