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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714236
    작성자 : 리봇
    추천 : 4
    조회수 : 1561
    IP : 175.193.***.165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7/06/29 00:45:06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14236 모바일
    실화아니고 동화가 대세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심심한데 동화 한편 보실래요?
    이게 동화지만 보다보면 웃긴자료에요
    저한텐 웃픈자료 
    ㅜㅜ
    되게 여기다 써도 되는지 몰라서 말지어내는티남
    (자연..스러웠어) 합리화


    1화
    09월 05일 목요일

    " 만날 수 없어~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 "

    6시40분.
    분명 눈 감은지 10분도 안 된 것 같은데..벌써 알람이 울린다.

    아니, 알람이 울린지는 꽤 된것 같지만 ‘이제 정말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그런 시간이 다가 왔다고 소리를 지르는 듯, 더욱 더 빽빽 울려 대고 있었다.

    ‘그래.. 나도...그런 슬픈 기분이다.’

    일어 나고 싶은 데 일어 날 수 없는 그런 슬픈 기분 인 걸..

    어제도 역시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과음을 해 버린 탓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엉겨 붙은 마스카라에 뜨기 힘든 눈을 억지로 뜨고는 울리는 알람을 끌 시간도 없이 미친듯 화장실로 들어가 아주 기본적인 세정을 마치고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그렇게 옷장을 뒤적 거리기 시작한다.

    늘 그렇지만 옷장은 포화 상태인데 입을 옷은 늘 없고.

    시간을 보건데 치마는 안돼. 치마는 안된다. 스타킹 신을 시간 따위 없거든.
    대충 걸려있는 셔츠와 청바지를 쑤셔입고

    '양말.. 양말양말'

    뽑아버릴 듯 양말서랍을 열어 제끼면 짝 맞지 않는 양말만 한가득.

    어제 밤 겨우 돌리고 널지 못하여 액체괴물 덩어리 마냥 엉겨붙어 말라가는 세탁기 안에 빨래 더미에서 축축한 양말을 겨우 꺼내고 나니

    '7시15분'

    됐어..됐다. 이제 나가면 지각은 다행히 면 할 것 같다.

    '후..'
    겨우 차에 타고 서야 한 숨을 돌리고 덜 마른 양말을 창문틈에 끼워 닫고 늘 입구에 아슬아슬 주차 해 놓아 아침부터 스팀이 팍 오르게 만드는 4382미친 싼타페를 욕 할 틈도 없이 위태롭게 그 미친 싼타페를 지나 주차장을 빠져 나온다.

    그렇게 속력을 내어 도로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나의 운전실력에 한껏 흥이나고 달리는 운전석 창문에 낑긴 양말이 풀럭풀럭 휘부끼며 말라 가는 한편, 늘 그렇듯 미어터지는 사거리를 지나 푸른 잔디와 푸른 철조망이 세워진 어느 고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에 딱 걸리고 만다.

    ‘하필 꼭 여기서 걸린 단 말야..’

    운동장에 깔린 잔디며 철조망이며 모두 푸릇푸릇 한 것이 어제 마신 술병이 떠올라 속이 울렁거려오고, 나는 최대한 고개를 돌려 길 건너는 학생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맨날 내방 창문 밑에 우르르 모여 담배피는 놈들. 그래서 매번 내 목소리가 어디까지 높이 올라 갈 수 있는 지 내가 어디까지 화를 참을 수있는지 시험에 들게 만드는 그 놈 들도 저 요상한 빨간 줄 교복을 입었 더랬지.. 그래서 인지 더욱 얄미워 보이는 저 푸릇푸릇한 학교. 
    흥..우리땐 흙바닥에서 운동했는데 저놈들 뭐가 이쁘다고 비싼 잔디는 깔아 놨는 지..

    ‘신이 났구만..’

    아침부터 피곤하지도 않은지 잘도 뛰어 다니는 저 어린 것들을 반은 못마땅하게 반은 부러움에 쳐다 본다.
    분명 나도 저 나이 땐 피곤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거 같은데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흐른 걸까.

    -

    ‘탁. 찰칵’

    회사에 도착해 개미 눈알찾기 만큼 찾기 힘든 빈 공간을 찾아 겨우 주차를 하고
    창문틈에서 온갖 매연바람 견디며 말라준 양말을 급히 신고 친숙 한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을 향해 올라간다.

    '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여기가 백화점 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

    "팀장님"

    "어제 잘 들어 가셨어요?"

    "팀장님 저 술이안깨요"

    "아 배고파"

    "오늘 조회있어요?"

    등교하던 고등학생들 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우리 팀원들.
    하룻 밤 사이 무슨 할 얘기가 또 쌓인건지 새처럼 재잘재잘 말을 걸어 오는 그들과 어울려 한바탕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09시를 알린다.

    "때르르르르르르르르"

    "반갑습니다. 고객님."

    그렇게 언제나 처럼 흔한 상담센터의 하루는 시작 된다.

    -

    11:30
                 
    대략 4명의 강성 민원건을 처리하고 두 명의 지각 팀원을 야단치고 약14건의 메일을 보낸 뒤,

    "정팀장, 요~ 앞에 파스타 맛집 생겼다는데 점심 거기 어때?"
    라고 물어오는 한실장님에게 '어머! 너무 좋은 생각. 그 생각이 바로 실장님 생각. 이라며 한껏 발랄한 메세지를 보내고 한숨을 푹 내 쉰다.

    '아, 오늘 같은 날은 뒷 골목 콩나물 해장국이 딱인데.'

    내 속은 아는 건지 술먹은 다음 날은 역시 까르보나라 라며
    쓸대 없이 11000원이나 하면서 사람만 많은 이 '파스타 파라다이스' 라는 곳이 꽤나 맘에 들었는지 도장 쿠폰 까지 챙겨 들고 나온 한실장님은 연신 거울에 비친 속눈썹을 만지며 말을 한다.

    "정팀. 오늘 민원실장 새로 오는 거 알지?
    끝나고 회의 있으니까 되도록 통화건 빨리빨리 끝내고 늦지마!"

    한실장님은 내가 승진을 얼마나 꿈꿔 왔는 지 1도 모른다는 듯 새로 오는 민원 실장이 잘 생겼다며 눈치없이 재잘 대기 바빴다. 
    이럴 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는 나는 그저 실없이 또 웃기만 했다.

    내 나이 서른하나.
    감정노동의 대표적인 표본이라는 상담센터에서 일을 한지도 어느덧 5년차.
    그 중에서도 왠만한 정신력과 마인드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는 민원팀장을 맡은지도 어느덧 4년째. 
    민원실장 이었던 조실장님의 퇴사로 승진을 약간이나마 기대했던 내가 바보인걸까.

    막연한 회의감에 더욱 더 따분하게 느껴지는 오후 .
    풀 가동한 에어컨은 제 역할을 못 하는 듯 하고…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입고 있던 청바지를 무릎 까지 걷어 올린다. 

    -

    16:00

    "예, 고객님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무단으로 차량을 점유하시면 강제회수를 진행 할 수밖에 ......"

    "고객님 아드님께서 어머님의 면허로 가입하여 운전을 하시다 적발이 되었는데 저희한테 뭐라고 하시면......"

    "저희 상담원이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추후 이런일이 없도록 교육을...."

    듣고만 있어도 등이 굽어 버릴 것 만 같은 통화가 끊임 없이 이어지는 이 곳은 작은 카 쉐어링 업체의 상담센터.
    오만가지 말씨름 끝에 올라오는 개기름을 찍어낼 틈도 없이 밀린 메일을 적고 있노라면 조용히 다가와서 커피 한 잔을 살며시 내려 놓고는

    “두목님 여기 커피 존맛 !!!”
    이라며 통통거리면서 자리로 돌아가는 우리팀 막내.

    하루하루 늘어가는 상담실력에 커피까지 챙길 줄 아는 이쁜 우리막내.

    그래. 내가 실장 따위 되서 뭐 한다고.. 이 삭막한 회사정글에서 유일하게 가식없이 사람으로, 동료로, 어떨 때는 친구보다 더 가깝게, 내 곁에서 웃어주는 우리 팀원들이 있는데.
    난 이것들 데리고 평생 팀장이나 할란다!

    약간은 좋아진 기분에 항상 '죄송하고 또 죄송한' 하루가 끝나가고 회의를 가장한 '잘'생겼다는 새로온 민원실장의 인사시간도 끝나고 약 37잔의 폭탄주를 말아야 했던 민원실장 환영회도 끝나고 이 어김없는 하루를 마감 했다.

    -

    9월06일 금요일

    "catch you catch you ~♪ catch me catch me ~♪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 "

    '지겹다.. 아침 알람 너무 지겹다... 벨소리 바꿔야겠다.'
    가 아니라..또 아침이 왔구나..

    몇 년째 똑같은 그 카드캡터체리의 만화 주제가를 능숙하게 꺼 버리고 이불을 박차고 일어 난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시작하고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하루.
    9시 땡 하면 어김없이 들리는 '반갑습니다 고객님'

    인간들은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9시부터 전화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제 새로온 민원실장을 의식해 열일하는 바람에 비교적 한산한 오전을 보내고 또 다시 '죄송합니다. 고객님.' 을 열댓번 반복하다 건대 양꼬치에 꽂혀 칭따오를 외쳐대는 팀원들을 거의 둘러 메치듯 뿌리치고 벌써 3일째 들르지 못 한 헬스장 건물을 지나쳐 반가운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은술집*

    자리를 잡고 잠시 메뉴판을 보며 '이 안주를 시켜서 소주를 얼마나 맛있게 먹고, 저 안주를 시켜서 맥주를 어떻게 맛있게 먹을까' 를 세상 진지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면

    "뭐야, 차 가지고 왔어? 빨리왔네."
    라며 내 머리를 톡톡 치는 나의 유일한 혈육이자 가족인 오빠.

    토마토 처럼 얼굴이 벌건 알바생이 메뉴판과 컵을 들고오다 외계인 이라도 본 마냥 오빠를 쳐다 보았지만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가 좋아하는 닭튀김 요리를 주문하고 '요즘은 아주 화장도 안하고 다니냐'며 짓궂게 말을 걸어온다.

    약간의 대화가 오가고 작은 술집의 작은 문이 또다시 열리면 무뚝뚝한 우리 오빠의 마음을 2년 째 녹이고 있는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운 그녀가 두 팔을 폭풍을 만난 와이퍼 마냥 세차게 흔들며 다가오고 우리는 그렇게 아주 정석적이고 바람직한 불금을 시작한다.

    나와는 다르게 하얗고 귀티나는 얼굴에 안 어울리는 무뚝뚝한 말투와 무관심한 표정으로 동네 꼬맹이들 부터 늘씬한 언니들 까지 줄줄 달고 다녔던 우리 오빠.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내 혈육. 언니들 말로는 반전적인 그 까칠한 성격이 매력 포인트라나... 아무튼 그렇게 뚝뚝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 한번 울린 적 없이 등교 길 엔 늘 가방을 들어주고 밤늦은 시간엔 곧죽어도 마중나와 주던 나에게는 늘 보자기 앞의 주먹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은 벌써 12년이나 지난 그 끔찍했던 사고에서 심한 화상을 입고 그 잘났던 얼굴과 함께 창창했던 유도선수로서의 앞길을 잃고 너무나 많은 상처와 고난만 짊어지고 살아버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우리오빠가 그 누구도 쉽게 입에 담지 못 할 만한 강도의 화상 치료를 위해 병원에간 2년전 어느날,  화상 무늬가 자기가 키우는 뱅갈 고양이 무늬랑 똑같다며 철없이 웃는 작은 간호사를 만났고 덕분에 지금은 많이 밝아진 것이었다.

    -

    "..그래서 말야.. 내가 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드릴 것은 없고.. 제가 사..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라니까 그 고객이 눈이 뒤집혀가지고!..........."

    “아 언니! 너무했네, 너무했어…...아 너무 웃겨서 눈물나와요.”

    깔깔거리며 웃던 그 술자리가 끝나고 오랜만에 밀린 드라마를 몰아 보고는 모처럼의 여유로운 밤을 만끽 한다.

    한동안 못 간 헬스장에도 나가 그 동안 쌓인 알콜과 함께 열심히 땀을 빼고 
    간만에 만나는 동호회 사람들과 야간 등산으로 산의 정기도 좀 받고 
    그득히 울려오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여유로운 낮잠도 자고...하 .. 이맛에 일주일 버티지.
    삶의 참 맛을 만끽하다보니 어느새 돌아 온 일요일 밤. 너무나 아쉬운 일요일 밤이다.주말은 순삭이라던가..
    2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일요일에 늦게 자면 월요일이 힘들고, 월요일이 힘들면 한 주가 고달프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평소보다 훨씬 빠른 잠을 청한다. 얼굴에 마스크 시트를 한장 착 붙인 뒤 눕자마자,반 뼘쯤 열린 창밖으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담배냄새.

    ‘...저것들 또 내방 창문 앞에 모여서 담배피는 구만..! ’

    일어나기엔 너무 편안했던 지라 깊은 분노를 참아내며 내일은 기필코 내 방 창문 밑에 모여서 담배피는 고딩놈들을 학교에 신고하고 말리 라는 다짐을 하며 그렇게 꿈속으로 빠져 든다.

    -

    09월 09일 월요일 (새벽)

    그렇게 얼마나 잤을 까..

    ‘우당탕, 팍 팍팍 , 콰당 팍팍 퍽.’

    아까부터 들려오는 시끄럽고 음습한 소리에 마른 마스크팩을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게 뭔 소리야 진짜....'

    결코 끊이지 않는 소리에 반 뼘 쯤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본다.

    ‘..저게 뭐야..? 사람인가..’
     
    눈이 어둠에 익숙해 져 하나 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미 의식이 없는것 같은 사람 하나와 그 위로 미친것처럼 주먹질이며 발길질을 해 대는 또 다른 사람의 형체 하나.

    그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장면에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등골이 오싹해 주저앉아 버린다. 

    ‘저거 신고 해야되는데, 괜히 해코지 당하는거 아냐? 아니지, 내가 신고한지 어떻게 알겠어..’

    고민하다가 그래도 그냥 두면 저 사람 죽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살인범이나 수배자 일 수도 있으니 신고를 하기로 굳게 맘을 먹고 도망 갈 수도 있으니까 먼저 증거사진을 찍어두는게 좋겠다 싶어 덜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살짝 핸드폰을 열고 사진을 찍는다.

    촬영버튼을 살포시 누르면 찰칵! 하는 셔터음과 동시에 반짝반반짝짝!
    미친듯이 터지는 플래시..아 어제 야간등산 다녀오면서 켰던 플래시가 켜져 있었는데 그걸 깜빡했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탕 닫아버린 창문 그리고 거짓말 처럼 멈춰 버린 주먹질 소리

    ‘큰일났다. 저 살인마 우리집으로 처 들어오는 거 아니야?’

    신고를 하면 이건 분명 내가 신고자라고 의심받을 각이다. 아니 신고가 문제가 아니라 쾅 닫아버린 창문에 우리집 위치까지 노출 되었을 텐데 당장 그 놈이 쫓아 올라오면 어떡하지.. 오빠라도 불러야 하나.

    ... ….아니! 도대체 창문은 왜 닫아가지고!
    창문이라도 안닫았으면 어느집인지 몰랐을 텐데 삼백년만에 백미터 달리기를 한 치타의 심장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심장에 가슴이 뻐근해 지고 그렇게 한참을 놀라서 주저 앉아있던 나는 ‘그래 침착하자 이렇게 죽을 순 없지.. ’ 라는 마음으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문을 잠글 수 있을 만큼 다 잠그고 2층이지만 혹시 모르니 창문도 다 잠근 후 창가에 들리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 해 귀를 기울인다.

    ‘똑딱. 똑딱. 똑딱’

    시간이 지나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뭔가 더 불안하고 긴장 되는 것 같았다.

    -

    벌써 새벽 4시 반.
    긴장한 탓에 잠은 다 잔 것 같고 집에 있기도 찝찝해서 차라리 사람 많은 회사로 출근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다.

    밖에서 나는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출근준비를 마쳤지만 아직도 어슴푸레한 하늘에 나갈 용기가 안나는 나는 밝아지길 기다리며 잠시 의자에 앉는다.

    '세상 참 무섭네.'
    너무 무서운 세상이다.. 도저히 창문 밖을 다시 내다 볼 엄두가 안 나서 그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 밖에 나갔는데 혹시 시체가 있음 어쩌지.. 
    걱정을 한트럭 하면서도 마음 한 켠 으로는 내 일 아니라고, 보복이 무서워서, 더러운 일에 발담그고 싶지 않아서,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찝찝 했다.
    그래도 정의로움 하나는 일등인 나였는데..

    ‘ 씨..그래도 무서운 걸 어떡해..나중에 혹시 경찰이 오거나 하면 그래도 사진은 찍혔으니까 그거라도 제보 해야지 뭐...’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찍힌 사진이 궁금해져서 사진첩을 열어 보았다.

    플래시가 터지면서 약간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주먹을 치켜 든 그 모습은 확실히 내 카메라에 포착 되어 있었다.

    ‘이거.. 교복 아니야?'

    너무 기가 막힌 건 그 폭력범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맨날 지나다니는 그 초록초록한 고등학교의 요상한 빨간줄 교복을.
    또, 또 그 놈들이다. 이것들은 나랑 무슨 원수를 졌나? 담배로 모자라 이젠 내 방 창문 앞에서 폭행까지 한단 말이지? 
    그럼 이놈도 내방 창문밑에서 허구헌날 담배피고 침뱉고 낄낄거리는 (그래서 내가 학교에 동영상 찍어 신고 했 던) 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양아치놈 중 하나인가.

    사진은 그럼 경찰서가 아니라 학교에 신고 해야겠군. 다 죽었다. 이번엔 학교 뿐 만 아니라 교육청이고 구청이고 내가 올릴 수 있는 곳엔 다 올리고 말테다. 감히 민원 팀장 경력 5년차인 내 성미를 건드리다니.

    막상 고등학생 인 것을 것을 알고나니 무서움은 싹 사라지고 이제는 분노와 흥분으로 인해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쥐고 일단은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연다.

    ‘띠리릭’

    ‘타박 타박 타박’
    한껏 놓인 마음으로 발걸음 소리도 우렁차게 빌라 복도를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바라본다. 

    응? 누군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흠칫 놀라 멈춘 사이, 나랑 눈이 마주치자 엘리베이터 옆 벽에 기댄등을 천천히 일으켜 이리로  다가 오는 빨간줄 교복의 남자아이.

    ‘‘엄마야.’’

    직감적으로 어젯밤 일과 관련 된 누군가임을 알게 된 나는 구두굽이 빠지도록 달려 다시 집으로 들어와 문을 잠군다.

    ‘탕! 띠리릭. '

    ‘학학학. 학학. 헉. 헉.’

    벌렁거리는 심장.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촉이라는 것이 그 아이는 뭔가 분명히 어젯 밤 일과 관련 된 인물일 것임을 알려왔다.

    고등학생이라고 만만해 했지만 그래도 막상 마주치니 덩치도 큰 것 같고 무서운데..

    ‘저 양아치 새끼가 나도 막 두드려 패는거 아냐?’

    ‘출근 해야 되는 데!!’

    그렇게 오늘 여러번 진자운동을 한 내 심장이 약간 진정 될 때 쯤 이상하리 만큼 조용한 밖의 상황이 궁금해진 나는 인터폰을 켜 밖을 내다본다.

    ‘엄마야 …….. 진짜 이놈이 나까지 두드려 패려고 그러나....’

    우리집 앞에 서서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 아이. 
    그 아이는 쥐 죽은 듯 숨소리도 안 내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너무 무서워진 나는 미친듯이 핸드폰을 열어 오빠에게 전화를 하려고 번호를 누르려 했다.

    ‘톡톡톡’

    ‘톡톡톡’

    그 때,  그 놈이 기다리다 지친 건지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깜짝 놀라 굳은 내가 멍하니 문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경직 된 나를 깨우려는 듯 이번엔 더 세게 

    ‘탕탕탕’

    ‘탕탕탕’

    제2화

    ‘덜컥.덜컥.덜컥’

    오빠를 찾을게 아니라 이건 신고를 해야 하나.  경찰을 불러야 하나… 동공과 함께 내 머릿속도 지진이 오기 시작했다.

    "누나....."

    나를 부르는 듯 한 작은 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누나..... 안에 있는 거 알아요.”

    ......(없는 척)

    “누나..... 사진 좀 지워주세요.”

    ........(못 들은 척)

    “저 학교 가야되요. 사진 좀 지워주세요. 네?”

    생각보다는 작고 간절하게 들려 오는 목소리.

    “띵동.띵동.띵동.”

    대답이 없자, 이제 벨을 누르기 시작하는 그 놈. 미친듯 귓속을 파고드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생각보다 초조하고 어려보이는 그 폭력범의 목소리에 또 줏대없는 내 마음은 약간 놓이기 시작했고 어찌 되었던 난 회사에 가야하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기에 결단을 내리기로 한다.

    “너 누구야?”
    문 틈으로 속삭인 내 목소리에 초인종 소리가 뚝 그친다. 

    “네? 네? 아..누나 어제 사진 지워주세요! ”

    급히 외치는 초조한 목소리.  좋아 일단은 시치미 작전이다.

    “뭐 ? 무슨 사진? 너 누군데?”

    “아 어제 밤에 창문에서 찍은거요. 그거 지워주세요. 저 진짜 죽어요.”

    “무슨 사진 말하는 거야? 그런 거 안찍었는데?”

    “아 누나 제발요. 저번에 담배피는 것도 찍어서 보내셨잖아요.”

    “뭐? 내, 내가 언제!”
    내가 신고 한 것도 알고 있다니.. 이놈 무서운 놈이구만..

    “사진 같은 거 없다니까.. 야, 나 출근해야 돼! 너 빨리 가 !”

    “아 그럼 아까 왜 도망 갔는데요.. 저도 학교 가야 되거든요? 그럼 핸드폰 봐봐요. 분명 누나네 집 창문에서 찍힌 거 봤어요.”
    그 아이는 한 마디도 안지고 따박딱박 말을 했다. 
    전혀 물러 날 기색이 없어 보이는 그 독한 폭력범과 실갱이를 한다. 

    “ 누, 누가 도망을 가! 그냥 두고 온거 있어서 그런거지. 사진 안 찍었다니까?  그게 뭔지도 모른다고!! 빨리 가! 안가면 경찰 부른다!”
    나도 끝까지 지지 않고 우기자 짜증난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입을 여는 고집 센 놈.

    “아. 그럼 핸드폰만 보여주세요. 그럼 갈게요. 안 보여 주시면 누나 차 다 펑크 낼 거에요.”

    “뭐? 뭐라고? 너 진짜 혼난다. 얼른 빨리 가라고!!”
    도무지 서로 물러 날 기색이 없는 대화가 약 40분 가량 오가고 지쳐버린 나는 더 이상 무섭지도 않은 놈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렸다.
    그래, 사진 봐라 봐. 백업하고 지우면 끝인 걸 구지 보겠다고 바락바락 우긴다. 이 고집스런 놈. 

    “알았어. 그럼 잠깐만 기달려”
    재빨리 사진을 클라우드에 백업하고 지운 뒤, 보여주려고 하는데.. 

    ‘아니, 이런 사진은 왜 있는 거야.’

    다래끼가 나서 눈꺼풀을 까 뒤집고 찍은 내 눈깔 사진과 반영구 눈썹을 하기전 시뮬레이션 해 보기 위해 찍은 무표정 쌩얼에 앞머리 깐 거의 여권사진을 방불케 하는 정면 사진과, 기타등등 눈감은 사진, 나는 잘 나왔는데 배경으로 보이는 집에 너무 더러워 SNS에 올리지 못 한 셀카등을 지우고..

    아니.. 지우려는 데 끝이없다. 쓰잘때기 없는 사진은 왜이리 많은 지. 
    또다시 “누나” 하고 불러 오는 목소리에  ‘아 모르겠다’ 싶어 사진첩을 통째로 삭제해버렸다.

    ‘달칵’
    혹시 모를 침입이나 그 밖의 무서운 상황을 우려 하여 물론 고리는 걸어 둔 채 이지만
    드디어 열린 문에 쪼그려 앉아있던 귀가 크고 얼굴이 창백한 그 아이가 벌떡 일어난다. 

    “야 그래 봐라. 봐.” 
    걸려진 잠금장치 사이로 핸드폰을 내민다.
    설마 핸드폰을 들고 튄다거나 하진 않겠지..

    의심스럽게 내민 내 핸드폰을 유심히 보더니
    “아.... 진짜.. 없네요.” 라면서 멋쩍게 웃는 지겨운 놈.

    “거 봐. 없다니까! 이제 빨리 비켜. 출근 좀 하자”
    내가 당당히 외친다.

    “..네, 죄송합니다.” 
    그 아이가 순순히 뒤로 물러 난다. 

    생각보다 어려보이는데 요즘에도 ‘이지매’ 라던지 ‘일진’ 같은 게 있는 건 지.. 순진한 얼굴을 해서는 뭐 때문에  어제는 그렇게 무섭게 사람을 팼었을까.  
    하여간 어린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무모하고 겁이 없다. 그렇게 살아봐라. 나중에 고스란히 세상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게 될 것이니. 

    고집이 좀 세기는 해도 이렇게 쉽게 믿는거 보니 애는 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이럴 걸’ 하는 후회를 하면서 문을 나선다.

    뒤에서 따라 내려오던 그놈이 “근데 누나”  하며 내 팔을 붙들고서 말을 건다.

    “그런데요.. 왜 누나는 사진첩이 통째로 없어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놈. 

    당황....

    “응? 나 원래 사진 안찍어”
    눈을 황급히 피하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잡은 손을 당기며 놈이 다시 말을 했다.

    “백업하고 지우 신 거 아니에요?”
    그 아이가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아.아니라니까!!!!!! 나 늦었다고 빨리 안놔?”
    괜히 뜨끔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는 차오르는 귀찮음과 열받음에, 때리고 잘 못 한 놈은 저 놈 인데 왜 내가 지금 협박을 당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며 어이없음에 이를 악문다.

    ‘이 괘씸한 놈. 내가 기필코 신고 한다.’
    차오르는 스팀을 뿜어내면 약간 벙쪄있다가 이내 성큼성큼 내려가는 내 뒤를 쫓아 내려오는 그 아이.

    이놈이 의심 할 수도 있으니 어제 현장은 되도롤 안보려 애쓰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누나”
    끈질기게 또 나를 부르는 놈.

    “누나!!”

    “아. 왜!”

    “...누나 근데...저 학교까지 태워 주시면 안돼요? 저 지금 걸어가면 지각인데..”

    “............”

    뻔뻔 한 건지, 순진 한 건지 아니면 바보 인 건지..
    ...해맑게 웃으면서 사람 열받게 하는 제주가 있는 놈이구나 너.

    대꾸 할 가치도 못 느끼며 차로 향한다.
    앗 할 새도 없이 보조석에 올라타는 놈을 내리라고 소리칠 힘도 없어서 한참을 노려보다 이 고집왕 폭력 양아치놈이랑 내리라고 실갱이를 또다시 하느니 그냥 태워 주고 말자 라는 판단에 지금 내 옆에 앉은 건 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라고 현실을 부정하며 그간 민원팀장을 하며 길러왔던 인내심을 발휘해 본다.

    -

    ‘뒤작뒤작’

    보릿자루 치고는 아주 매우 거슬리게 아까부터 글로브며 햇빛 가리개며 죄다 열어보는 놈.

    “너 차 처음 타보니?”
    내가 눈을 희번득 거리며 묻는다.
    묻는 것과 동시에 컵홀더 옆에 있던 사원증(이자 출입구 키)를 집어드는 놈.

    “어? 누나 여기 잇츠카 다녀요? 대박적이다...나 여기 아빠 면허증으로 운전하다가 영구 정지 먹었는데...팀장? 팀장이면 높은 거 아니에요? 저 영구정지 풀어 주시면 안돼요?”

    '대박적이긴 개뿔.'

    그 아이는 말이 안되는 말을 잘도 하며 사원증 뒤에 꽂힌 내 명함을 슬쩍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무시하자 무시...그래 이 아이에게 면허를 도용해 사용하면 왜 안되는 지, 그러면 법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는 지, 구지 설명 할 필요 없다.. 괜히 힘빼지 말자.’

    그런 종류의 다짐을 하며 그 아이의 말을 무시한다.
    거의 다와가는 학교에 조금의 안도를 느끼며 횡단보도 앞에 신호 대기를 하는 순간 “나중에 누나한테 전화 할 게요. 차 빌려 주셔야 되요! 그리고 진짜 신고하면 안돼요! 신고하면 회사 찾아 갈 거예요!” 
    라는 헛소리를 중얼 거리며 문을 참 활짝도 열어 제끼고 내려버린 귀찮은 놈.

    ‘후...’

    어찌 되었든 이제 이 강성 고객은 끝났다. 다시 볼 일 없을 테니 구지 저기 손을 마구 흔들어대는 저 아이에게 같이 손을 흔들고 웃어 줄 필요 따위 없겠지.

    그 염치없는 아이가 틀어 놓은 시끄러운 비트의 음악 마저 끄고나니 흐르는 정적이 달갑다.
    아직 7시 30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지친다. 벌써 집에 가고 싶다.

    -

    회사 주차장. 늘 꽉 차서 빈 자리 찾기가 개미 궁댕이에서 똥구멍 찾기보다 어려운 우리 회사 주차장이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왜 이렇게 한산하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되었 던 간에 한가롭게 주차를 하고 늘 그랬던 것 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을 누른다.

    ‘띵동’

    이상하다. 5년전 입사 했을 때 부터 항시 그 자리에 있던 올리브 나무 화분이 안보인다.

    ‘뭐. 어디다 치웠겠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출입 카드를 태그한다.

    ‘삑삐삐!’
    날카롭게 경고음을 내 뱉는 문.

    ‘뭐야.. 왜 안돼?’

    여러번 다시 태그를 해 봐도 카드키가 안된다...고장났나..
    아까 그 놈이 만지더니 고장 내 놓은 거 아니야? 또다시 차오르는 분노 에 눈을 꼭 감았다 뜨면,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첨보는 직원.

    ‘럭키! ’
    라고 외치며 그 직원의 뒤를 따라 회사에 들어간다.

    온 사방이 번쩍번쩍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는 사무실. 수가 적은 책상. 첨보는 직원들. 커피를 마시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처음보는 배불뚝이 아저씨. 

    ..우리회사가 아니었다..잘 못 들어옴을 직감한 나는 ‘죄송합니다’ 라는 소심한 사과를 남기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 시키며  엘리베이터에 다시 올라 탄다.

    ‘내가 미친거지.. 이제 맨날 가는 회사를 헷갈려서 잘 못 들어오나..’ 
    어이가 없음에 피식 웃어버린다.

    ‘이 이야기를 해 주면 우리 팀원들 재밌어 하겠지..’  
    철없게도 마음 한켠에는 약간의 개그사명감도 느껴가며.

    어쩐지 주차장이 너무 한산하다 했다. 우리회사 주차장하고 같은 업체 사람이 지었는 지 주차장이며 건물이며 되게도 똑같다….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밖으로 나온다 .

    ..그런데 .. 이건 무슨 경우 인 걸까. 지금 들어 간 이 주차장이며 저 건물.. 분명 우리회사가 맞다.
    몇번을 다시 들어가 봐도 우리 회사가 맞는데.. 우리 회사가 없다.

    “저기요.”

    다시 올라 온 12층.
    지각에 가까워진 시간에 다급히 뛰어가는 여자를 붙잡고 물었다.

    “여기 무슨 회사에요?”

    “네? 아 ..저희 조명 회산데요.”

    “여기 원래 있던 회사는요?”

    “네?? 그건 모르는데 ..3년 전에 입사 할 때 부터 조명회사 였는데요.. 근데 저 지각이라서..”
    말을 남기고 회사안으로 부리나케 들어가 버리는 여자.

    아무리 다시 돌아와도, 혹시 몰라 옆건물을 가 봐도, 경비아저씨를 붙잡고 물어봐도,
    심지어 콜센터 대표번호를 눌러봐도 우리회사는 없었다. 

    그 어디 에도 우리회사는 없었다.

    차 안으로 돌아 온 지금, 귀신이 곡 할 노릇으로 핸드폰 안에 전화번호부도 모두 사라져 있는 지금, 아까부터 기억을 더듬어 걸고 있는 한실장님 전화번호가 '없는번호'라며 떠들어 대는 여자 목소리가 다시 한번 차 안에 울려 퍼진다.

    허구헌 날 올라오던 최팀장의 SNS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나니 9시36분.

    상담시작이 36분이나 지났는데도 그 누구 하나 출근하지 않은 정팀장에게 전화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꿈같은 일이 정말 꿈인걸까 생각해 보지만 아니, 이건 꿈이 아니었다.
    꼬집어 볼 필요도 없는 확실한 현실임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도 맥락도 모르겠는 이 일에 그나마 말이 되는 가능성.

    내 정신이 잘 못 되었을 가능성..내가 알츠하이머 라던지 그런 병에 걸린거다.
    지금으로 서는 그거 밖에 말이 안된다.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주말 동안 내가 다니던 회사가 증발해 버릴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에 장애가 있는 것이라는 판단밖에는 안나온다.
    여기까지 생각이 든 나는 일단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버겁게 돌아가는 차의 핸들을 땀젖은 손으로 힘껏 돌려 가며 이 괴로운 하루는 어디서 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긴다.

    *삼정빌라*

    우리 집.
    담배냄새가 올라오는 2층 내방 창문.
    어제 그 고집불통 놈이 사람을 패던 내방 창문 아래. 그래, 저기 저 곳. 

    분명한 우리집이다.
    분명한 우리 집이 맞는데,

    우리집 도어락은 파란색이 아닌데.. 저렇게 공룡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파란색이 아닌데
    분명 우리집은 202호가 맞는데 왜 이 사람들이 나오는거지?

    아무리 눌러도 맞지 않는 비밀번호에 멍하니 문을 바라보면 조그만 애 하나를 들쳐 안고 짜증난다는 듯 문을 연 젊은 아줌마.

    “뭐에요? 누구신데 남의 집 도어락을 눌러요??”
    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본다.

    언뜻 보이는 집안의 풍경. 아이들이 타는 작은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현관엔 도어락에 붙어있는 것과 비슷한 공룡그림의 도배지가 붙어있었고 희미하게 풍기는 애들 분냄새..만화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거실..이곳은 확실히 우리집이 아니었다.

    ‘집을 내가 못찾고 있다..’

    회사도 못찾고 이제 집까지 못찾는다.
    덜컥 겁이 나버린 나는 혹시나 내 차도 못찾게 될까 두려움에 떨며 주차장을 향해 내 달리고 걱정과는 달리 쉽게 발견 한 내 차가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아 냉큼 올라 탄다.
    그리고 이 엄청난 상황에 몸을 떨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내 집도, 회사도 못찾는다니..'

    멍-하니 멈춰버린 내 몸. 뇌가 느릿느릿 생각을 나열한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다어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는 나는 결단을 내린다.

    ‘오빠한테 전화하자. 오빠라면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 거야.’
    오빠의 번호를 누르면 음산하고 느리게 귓속을 파고드는 신호음.

    ‘뚜르르르….뚜르르르…..뚜르르르…….’
    한참을 이어지는 신호음에 약간의 절망이 번져 간다.

    “여보세요?”

    시끄러운 소리에 파묻혀 잘 안들리지만 그래도 확실히 이 목소리는 오빠가 맞다.
    오빠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오지도 않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오빠!!!!!다원이 오빠지? 우리오빠 맞지?”
    흐느끼는 내 목소리에 소란스런 잡음 넘어로 심각해진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 너 울어?...어디야? 정다정?”

    내 목소리에 덩달아 심각해진 오빠 목소리에
    아이러니 하게도 안도감이 따듯하게 퍼진다.

    “오빠, 나 지금 집 앞이야..차에 있어..근데 나 좀 이상해.. 이상한 것 같아. 지금 빨리 와주면 안돼? ”
    홍수 난 것 처럼 흘러 넘치는 눈물, 콧물 과 함께 다급한 말을 뱉어낸다.

    “...기다려 지금 갈 테니까 잠깐만 있어.”
    그 말과 함께 끊어진 전화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혹시나 오빠 번호까지 기억 못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파우치에서 아이펜슬을 꺼내 대시보드에 ‘기억 안나면 이번호로 전화’ 라는 메모와 함께 오빠번호를 적는다. 
    손이 덜덜 떨려 몇번이나 펜슬은 부러질 뻔 하였지만 그래도 오빠가 오면 뭔가 해결이 될거라는 막연한 믿음에 눈물을 닦고 침착해지려 노력을 해 본다.

    20분 뒤.

    “만날 수 없어. ♪ 만나고 싶은데 그런 슬픈 기분인 걸-♪”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너 어딨어?”
    오빠가 초조한 목소리로 묻는다.

    “나 집앞에 있어! 집앞에 차에 있다니까!”

    “..집앞에 어디, 아빠차 말하는거야? 무슨 말이야.. 무슨 차에 있는거야..”

    “내 차 말이야!!!! 내 차 타고 내 집 앞에 있다고!!!! 우리집 삼정빌라!”
    내 벨소리 처럼 정말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기분에 언성이 높아져 버린다.

    “......중앙시장 앞에 삼정빌라 말하는 거야? ”
    라고 되묻는 답답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래!! 삼정빌라!! 우리집이라니까!”
    라고 내가 말을 한다. 

    “...끊지 말고 기다려. 지금 택시 타니까. 끊지 마.”
    한층 더 심각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다시 20분 뒤..

    삼정빌라 앞에서 멈춘 그 주황색 택시 안에서 뛰어 내린 한 남자는 이미 더 놀랄 심장도 남아있지 않은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고, 이 악몽 같은 일은 잘 못 되도 너무나 많이 잘 못 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다른 종류의 현상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정다원.
    두 살 터울의 우리 오빠..학교 다닐적 등교 할 때 마다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가방을 들어 주던 동생밖에 모르는 우리오빠. 어릴 때 부터 유도를 배워 언제나 듬직하고 커다랬던 우리오빠가.. 스무살에 그렇게 아끼던 동생 때문에 학교도 얼굴도 모두 잃어야 했던 우리 오빠가..

    티끌하나 없는 멀쩡한 얼굴로, 10년 전의 그 앳된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놀라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차를 번갈아보며 

    그 빌어먹을 빨간줄 교복을 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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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9 00:51:25  124.146.***.27  ᕙ()ᕗ  5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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