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제가 사는 지역의 터미널 앞에는 작은 서점이 하나 있습니다.</div> <div> </div> <div>지역 자체가 그렇게 큰 동네가 아니어서 그냥 사람들이 책 사려고 하면 이 독과점 같은 서점에 다 모인다고 생각하면 돼요. 학생이고 어른이고 다 모임. 덕분에 작은 서점임에도 사람이 많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쨌든 저와 제 친구가 이 서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 둘은 숨덕은 아니지만 조용히 덕질을 하는 부류의 인간들이었죠. 저는 깊이도 얕았고요.</div> <div> </div> <div>뭐, 그때 당시의 저는 서점에서 취향을 잘 공개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제가 일반 것들을 보는 동안 소심한 친구도 조심스레 만화잡지를 골랐어요.(사실 이 서점은 일반인들만 자주 이용해서 상당기간 동안 덕질할 책도 없었던 그런 곳. 잡지, 유명만화부터 조금씩 들여옴.) </div> <div> </div> <div>그렇게 친구가 잡지를 골라서 계산대로 가져가니 사장님이,</div> <div> </div> <div>"오, 이거 같이 딸려있는 거 있는데."</div> <div> </div> <div>하시는 겁니다. 저는 왠지 불안감을 느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작은 서점인데도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와 더불어 카운터가 시선이 너무나 잘 집중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친구 또한 이목이 쏠리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라,</div> <div> </div> <div>"그냥 이것만 갖고 갈게요."</div> <div> </div> <div>라고 했지만, 사장님은 그를 곱게 보내주지 않았어요. 계산을 한 채로 물건을 담아준다며 카운터 안쪽으로 넣어놓은 터라 도망이 불가능했죠.</div> <div> </div> <div>그리고 이윽고 사장님이 포스터? 같은 걸 꺼내는 겁니다. 돌돌 말려있길래 그냥 주는 줄 알고 안심하는 친구가 보였어요.</div> <div> </div> <div>하지만 사장님은, 결국 그걸 펼치고 말았죠.</div> <div> </div> <div> </div> <div>와-</div> <div> </div> <div>엄청 크대요? 그냥 작은 포스터 주는 줄 알았더니. 게다가 하필이면 내용물이 캐릭터들이 수영복을 입고 바닷가에서 노는 거였어요. ㅋㅋㅋㅋ 거의 19금.</div> <div> </div> <div>너무 웃긴 게, 친구가 식은땀을 훔치는 게 보이더군요. 얘는 당황하면 땀이 막 나거든요.</div> <div> </div> <div>카운터가 하나고, 그게 또 시선이 집중돼있다보니 사장님이 포스터?를 들고 보여주는 동안 구매 대기자를 포함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걸 쳐다봤어요. 여고생들 포함. 친구는 점점 더 안절부절 못하게 됐죠.</div> <div> </div> <div>도대체 왜 사장님이 저러는 걸까 하는데, 그 분께서 "저번에 어떤 애가 잘못 가져가서 바꿔달라고 막 하더라고. 이거 맞는지 확인해봐." 라고 </div> <div> </div> <div>하시는 걸 들었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친구는 정말 당황한 듯 저를 돌아봤고, 저는 덕질을 들키는 게 너무 창피하고 그래서 ㅋㅋㅋ 진격의 거인 기형종?처럼 몸을 뒤틀면서 밖으로 도망쳐나왔어요. </div> <div> </div> <div>전면 유리창으로 서점 안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사장님이 애를 완전히 덕밍아웃시키려고 작정했는지 카운터에서 상당시간 동안 친구에게 계속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어요.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서 정말 눈물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저도 일반인으로 살아야하고, 앞으로 여기 서점도 자주 가야 하니까.</div> <div> </div> <div>친구는 계속 잡지만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후에 안 줬다고 뭐라 할까봐 꼼꼼이 따지는 것 같더라구요. 친구가 하필 희생양이 된 거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랜 시간 동안 잡혀있던 친구는 나오자마자 절 향해 뛰어왔습니다. 저는 너무 소름이 끼쳐서 '끼핫핫핫!' 하는 웃는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로 도망쳤구요.</div> <div> </div> <div>결국 잡혀서 옆구리를 맞았습니다. 자기만 놔두고 왜 도망치냐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하-! ㅋㅋㅋ 쓰고 나니 역시 마무리가 어렵네요. 애게에 맞는 것도 같지만 제 딴에는 웃겼던 일이라 여기 씁니다. 덕 분들은 언제 어느 때 공개처형당할지 모르니, 늘 조심하길!</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