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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976239
    작성자 : 쿠밍
    추천 : 60
    조회수 : 3503
    IP : 121.128.***.113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11/17 03:21:49
    원글작성시간 : 2014/11/16 23:42:19
    http://todayhumor.com/?humorbest_976239 모바일
    [븅신사바]공포소설 - 시간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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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악마 






    새벽 1. 수현은 애인인 미나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피곤한듯이 받는 그녀. 수현은 그녀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더 활기차고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말야. 준호랑  PC 방에서 스타 한판 하는데 이자식이 치트를 치는거야.”

     

    .”

     

    맞다. 오늘 이상한 거 주웠어. 까만 병인데 은하수가 들어가 있는것처럼 빛나지 뭐야? 친구들이 다 수상하다고 하는데 안버리고 가방에 넣어놨어. 내일 만나면 보여줄게.”

     

    .”

     

    왜 그래? 오늘따라. 많이 피곤해?”

     

    .”

     

    그러지 말고 할말 있으면 해.”

     

    계속되는 단답형의 대답에 수현도 약간 짜증이 난 투로 말했다. 미나는 한숨을 푹 쉬고 망설이다 말했다.

     

    우리 이만 헤어져.”

     

    ?”

     

    헤어지자고.”

     

    미나야. ? 왜그래? 무슨소리야?”

     

    오빠랑은 그냥 친구사이가 더 맞을 것 같아. 더이상은 오빠에게 사랑하는 감정 생기지 않고, 이런 관계로 지내다간 더 힘들어 질 것 같아.”

     

    미나야?”

     

    나 먼저 끊을게. 안녕.”

     

    수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밤새도록 고민했다오늘, 어제, 일주일 전, 한달 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인정할 수 없었다.

     

    밤새도록 미나가 했던 말을 곱씹어본다.

     

    오빠, 오빠 눈이 정말 예쁜 것 같아.’

     

    오빠랑 이렇게 밤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뻐. 사랑해.’

     

    오빠. 내가 취직 먼저 했다고 자신감 잃거나 하진 마. 알았지?’

     

    왜 요즘 연락 뜸해지는데? 날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오빠 나 사랑하는거 맞아?’

     

    난 독신주의자야. 만약 결혼한다면 10년은 지나야 할걸?’

     

    좋았던 말, 싫었던 말, 그리고 정말 사소한 말까지 그녀의 모든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걸까? 우린 헤어지고 마는걸까? 아니면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나고 다시 좋은 연인사이가 될까미래에 난 미나와 결혼할 수 있을까?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여자와, 어쩜 더 예쁘고 좋은 여자와 사귈수도 있는걸까?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미래를 보고 싶다. 는 생각이 갑자기 간절히 들기 시작했다. 하필 마지막에 떠올렸떤 말이 계속 맴돈다. 10년은 지나야 결혼해줄거라는말. 10년이라…10. 10.

    10년뒤 미나는 날 바라봐 줄까? 그때까지 난 미나를 붙잡을 수 있을까?

     

    -

     

    수현은 깜짝 놀랐다. 의자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가방에서 달그락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아까 주운 병이 떠올랐다. 상현은 가방을 열어 병을 확인했다. 뚜껑이 혼자 들쑥날쑥 하고 있었다. 바퀴벌레라도 들은 것인가? 아니면 이상한 기체가 들어서 끓고 있나. 하고 불안해했다

     

    그와 반대로 신비스러운 느낌에 괜히 열어보고도 싶었다. 웬지 램프의 요정이라도 들어있을 같았다

     

    상현은 혹시 모를 일을 위해 옆에는 파리약을 두고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후에 멀찌감치서 뚜껑을 열었다

     

    처음엔 아무일도 없더니 안에서 검은 기체가 스믈스믈 올라오기 시작했다. 곧바로 그는 뚜껑을 것을 후회했다

    검은 기체는 어떠한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도깨비 같기도 했고 해골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쭈욱 길어지더니 천장까지 올라간 얼굴이 상현 쪽을 쳐다봤다

     

    상현은 두려워 몸을 떨었다. 검은 그것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망토 안은 검은 기체가 채우고 있었다. 외부에서는 석탄 가루가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는 같았다. 머리쪽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다. 나를 꺼내줘서."

     

    "... 누구야?"

     

    " 너희가 악마라고 부르는 자다."

     

    "......"

     

    잠시 머뭇거리던 상현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어쩔거야? 죽일건가? 내 영혼을 빼앗아 갈건가?"

     

    "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악마니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웃고 있는 망토가 조금 떨렸다. 그리고 얼굴을 상현 쪽으로 쓰윽 들이밀었다. 상현은 심장이 멎을 같았다

     

    " 반대야. 나를 꺼내준 것에 대해 보답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

     

    악마의 보답이라니. 상현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보답을 받아도 될까? 보통 악마의 보답이라는게 사람을 파멸로 이끌곤 하지 않는가. 상현은 고민하며 망설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지 그러나?"

     

    다정한 말투로 악마가 말했다

     

    "저기 어떤 보답이야? 지니처럼 소원 세개 들어주고 그런 식인가?"

     

    어느새 술술 말하고 있는 상현은 그저 상황을 꿈으로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악마라는 것의 신비스러움에. 아니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모습에 넋을 놓고 말았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난 시간의 악마다. 10년 후를 보고 싶다는 너의 간절한 마음이 날 불렀지. 시간을 조절하는 것 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시간?”

     

    그래네가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널 불렀기도 하고 말이지.”

     

    ?”

     

    가보지 않겠나? 10년 뒤로. 네가 알겠다고 대답만 하면 넌 하루동안 10년 뒤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상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하루동안 미나의 10년 뒤 모습을 지켜 보는 것. 만약 그 옆에 내가 있다면 절대 미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다른 이가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야지. 분노도 미움도 아쉬움도 없이. 돌아오자마자 바로.

     

    갔다가 바로 돌아올 수 있는거지?”

     

    그렇다. 현실의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서 내 미래를 보거나 하면 어떻게 되지?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고 하잖아?”

     

    악마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알아보지만 못하면 괜찮겠지.”

     

    좋아. 가겠어.”

     

    상현이 대답하자마자 그의 몸이 흐려진다. 아니 전체가 흐려진다. 블랙홀에라도 빨려들어가는 상현은 자신의 몸이 일그러지는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다. 곳은 공원같은 곳이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3시정도 된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세히 보니 아파트 단지였다. 과연 이곳에서 미나를 만날 수 있는걸까? 설마 이곳에서 계속 기다리면 지나가는 모습을 한 10초정도 보고 끝나는 건 아니겠지금세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장소도, 시간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다른 곳. 미아가 된 느낌이었다. 한기와 함께 급격한 피로를 느낀 그는 공원을 벗어나 따뜻한 곳을 향해 걸었다.

     

    옛날 돈 쓰시네. 받아도 되나?”

     

    근처 찜질방 24시간 이라고 쓰여진 곳을 찾아갔다. 주머니에 다행히 몇만원이 있어서 내놓았는데. 돈이 옛날돈이라니. 10년만에 화폐마저 바뀌었단 말인가. 상현은 아찔해졌다. 이제야 미래로 왔다는 실감이 났다.

     

    일단은 받을게요.”

     

    상현은 매우 피곤했다. 지금까지 일들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이상했다. 낮엔 이상한 병을 줍고, 미나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듣고,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 10년 후로 보내준다고 하고, 그 말에 얼씨구나 하고 감정적으로 허락을 해버려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이 시대로 오고.

    눈을 뜨면 그냥 그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나가 헤어지자고 했던 것 마저 모두 꿈이었다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정신없이 잤던 것이다. 찜질방을 나와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자신이 처음 눈을 떴던 아파트로 향했다.

     

    공원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여기서 한참 기다리면 미나가 나올까? 계속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아이들을 구경할 뿐이었다.

     

    공이 굴러온다. 상현은 공을 주우러 온 아이에게 공을 주며 물었다.

     

    혹시 김미나씨라고 이 아파트에 사는거 맞니?”

     

    ?”

     

    , 아니다.”

     

    공을 준 후에 놀이터 한쪽 언저리에서 담배를 피는 여고생들을 발견했다. 그쪽으로 가서 담배불을 빌린 후에 물었다.

     

    혹시 김미나씨라고 여기 아파트에 사는거 알아요? 나이는 35살인데.”

     

    ?”

     

    , 아니에요.”

     

    이렇게 해선 도저히 찾을 수 없다. 괜시리 시간만 버리고 있었다.

     

    미나네 집 이근처 맞지?”

     

    .”

     

    익숙한 이름이 저 멀리 뒤쪽에서 들렸다. 과일바구니 같은 것을 든 여자 두명이 한 아파트 동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101동이로군.”

     

    차마 쫓아갈 수 없었던 그는 수위실로 뛰어가서 물었다.

     

    배달하러 왔는데요. 101동에 김미나씨가 몇호에 살죠?”

     

    에잉? 배달하러 왔는데 왜 그걸 몰라? 안가르쳐줘. 요즘은 개인정보 유출이 심해서 막 알려주면 큰일나지.”

     

    나이가 지긋한 수위는 돌려돌려 그의 말을 거절했다. 머리를 굴리던 상현이 말했다.

     

    사실 미나 친한 친구거든요. 몰래 선물을 놓고 가려고 했는데 주소를 워낙 예전에 들어서요. 연락을 하면 서프라이즈가 아니고남한테 맡기기엔 귀한 물건이어서요. 몇호인지만 알려주세요. ?”

     

    …1204호인데.”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매서운 눈초리로 보는 것을 상현은 느끼지 못했다.

     

     

    상현은 기쁜 마음에 12층으로 올라갔다. 아까 보았던 여자들이 1204호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미나의 절친한 대학교 동창들이었다웬일인지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얘 아직 밖이래. 집엔 아무도 없다는데?”

     

    아픈애가 어딜 자꾸 돌아다녀? 비번 몇이래?”

     

    응 지금 카톡왔네. 8743.”

     

    조심성 없이 여자들은 큰 소리로 대화했다. 여자들이 시끄럽게 수다를 떨며 들어갔다.

     

    한참동안 계단 근처에서 미나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미나는 오지 않았다여자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2시간은 지난 듯 했다. 주인없는 집에서 그녀들은 대체 뭘 한 것이란 말인가?

     

    여자들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조심스레 미나의 집으로 들어왔다. 아까 들은 비밀번호대로 번호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오 신기하다!’

     

    조심스레 현관을 넘어 거실로 들어갔다. 운동화를 벗어 손에 쥐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주변을 살폈다.

     

    “10년 뒤래서 로봇이라도 돌아다닐 줄 알았더니.”

     

    라고 조용히 내뱉는 순간 위잉 소리가 나며 발치에 다가오는 동그란 물체가 있었다. 상현은 기겁을 했다.

     

    , 으악. 청소기 같은건가?”

     

    주변을 더 자세히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TV도 컴퓨터도 모니터도 모두 납작 납작 했다. 안방도, 건넌방도, 화장실도 모두 한번씩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미나의 사진을 발견했다.

     

    미나야.”

     

    사진속의 그녀는 웬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과연 결혼은 한 걸까? 아지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걸까? 혼자산다고 하기엔 방이 2개인 것이 넓어보였고 가족과 함께 산다고 하기엔 약간 좁은 집이었다. 흔적을 지우며 추리를 하던 상현은 현관 밖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베란다 쪽으로 들어가 숨었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베란다 문틈으로 확인해보았다. 방금 들어온 여자는 미나가 확실했다. 비록 10년이 지난 모습이지만 몇년간 사귀어 온 그로서는 멀리서 실루엣만 확인해도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미나가 두리번거린다. 들키면 복잡한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우선은 아예 들키지 않는것이 제일 좋은 길이겠지만 들킨다면 최소한 10년전 상현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설명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아예 타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엔 빨래가 몇개 널려 있었다. 그중 큰 마스크가 있어 얼른 착용했다.

    10년뒤의 미나를 한번 것은 좋았지만 언제 들킬 모르는 상황이 불안하기만 상현은 안정부절 못했다

     

    미나는 한숨을 쉬고 식탁에 장봐온 음식들을 내려놓았다. 유난히 지친 모습이었다게다가 얼굴 여기저기에 상처도 나 있었다. 식탁에 놓인 과일 바구니를 보고 잠시 미소를 짓는가 하더니 다시 수심이 가득찬 표정으로 집안일을 시작했다. 상현 또한 비슷한 표정으로 미나를 바라봤다

     

    잠시 후 아까 미나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꽤나 이질적인 소리였다. 미나가 문쪽으로 나갔다

     

    "아악-"

     

    미나가 나가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남자가 괴물같은 소리를 지르며 미나에게 다가갔다. 아니 흉칙하게 일그러진 얼굴 자체도 이미 괴물이었다. 괴물은 미나를 때리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미나는 반항도 못하고 몸을 오므린 맞기만 했다

     

    미나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상현은 한참동안 분노로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남자가 식탁 위에 놓여있던 과일 바구니를 집어 던진다. 과일이 흩어졌다. 그것으로도 분이 안풀리는지 집안 곳곳을 성난 얼굴로 뒤진다. 안방, 다른 방, 화장실. 그리고 급기야 베란다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이 베란다의 문을 서서히 열었다. 상현은 몸을 더욱 움츠리고 베란다 구석으로 숨었다.

     

    사내가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고 좌우를 살핀다. 상현의 반대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남자가 상현이 숨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 직전이었다.

     

    그만해요.”

     

    사내는 미나 쪽을 바라보더니 이내 상현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베란다 안으로 한걸음 다가갔다.

    그때였다. 상현이 빨래 건조대를 밀치고 그 사내쪽으로 뛰어가 몸으로 받아버렸다.

     

    "으아악!"

     

    당황한 사내가 넘어졌다. 하지만 그 사내는 갑자기 나타난 마스크남에게 호락호락하게 당하기만 하지 않았다. 상현의 멱살을 붙잡고 베란다 쪽으로 밀쳤다. 가까이서 마주보는 그 남자의 얼굴은 화상으로 완전히 일그러져 도저히 인간인 것 같지가 않았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남자의 얼굴이 주는 혐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미나의 눈빛을 보고 상현은 갑자기 자기도 모를 힘이 생겼다. 남자의 손을 떼어내고 다시 몸으로 받아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남자. 아니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덩치가 사내의 힘은 그렇게 세지 않았다. 헉헉대며 상현은 괴물을 제압했다. 괴물을 바닥에 깔아 뭉개고 그의 양 팔목을 잡고 미나에게 말했다

     

    "뭐해요! 얼른 신고해요."

     

    그러나 미나는 상황을 떨며 지켜볼 뿐이었다. 상현은 너무 답답했다. 10년 전에도 자장면 하나 못시켜서 자신이 대신 해주던 기억이 났다. 그때랑 어쩜 그리 똑같은지.

     

    "으악!"

     

    괴물이 달려들었다. 오히려 당할 위기였다. 상현은 버둥거리며 땅을 짚었다. 손에 집히는 것이 있었다. 부엌칼이었다

     

    -퍼헉

     

    괴물을 칼로 찍었다. 칼은 목에 깊이 박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상현의 얼굴을 적셨다. 상현은 힘을 주어 내리그었다. 알 수 없는 점액과 피가 뒤섞여 얼굴로 분출되고 있었다

     

    괴물을 떨궈낸 상현은 미나를 바라보았다. 미나는 조용히 떨더니 이내 혼절해 버렸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뿐이다. 내가 이대로 가버리면 미나는 살인누명을 쓰게 될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한 방법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괴물같은 남자의 시체를 조용히 버리는 . 두번째는 미나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었다

    어느 하나 쉬워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기는 10년후의 미래다. 과학이 얼마나 발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쓰러졌던 미나가 단잠이라도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러다 마스크와 얼굴에 피가 잔뜩 그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아악 으아악!!"

     

    미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발버둥치며 소리지른다. 상현은 미나의 입을 막았다.

     

    "그만해요. 조용히! 기억 안나요?"

     

    상현은 서글펐지만 어쩔 없었다. 얼굴에 피가 묻은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야 했다.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훔치려고 들어왔다가 숨었는데 그놈이 당신을 때리길래 나도 모르게 저런 짓을 해버렸어요. 당신은 해칠 생각 없어요. 도둑질도 처음이에요. 못해요. 원래 착한 사람이거든요. 알아 듣겠죠?"

     

    두서없이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여긴 사람이 죽어있어요.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잡혀갈지도 몰라요. 난 감옥에 가기 싫어요. 물론 당신도 누명을 쓰면 꽤나 고생할거에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게 줄게요. 믿을 있겠어요?"

     

    조용히 고갤 끄덕이는 미나를 보며 상현은 입을 막았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천천히 손을 내리며 미나의 얼굴을 본다. 미나가 울먹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상현을 와락 껴안았다

     

    키스라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럴 상황도 아니고 그렇게 있는 입장도 아니다

     

    자신을 안고 우는 미나의 등을 토닥였다. 어느정도 안심 시키고 밤이 되면 같이 나갈 생각이었다. 미나는 여전히 상현을 안고 있었다.

     

    미나를 달래고 괴물의 시신을 치우는 일을 시작했다. 피를 빼서 하수구에 버리고 냄새가 나지 않도록 방향제를 잔뜩 뿌렸다. 이제 미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광경을 초점없는 눈으로 지켜보고있었다

     

    "이제 저녁 되면 움직일거에요. 이거 담을 만한 봉지 있나요? 여행 캐리어라던가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지리 알아요? 같은데 있어요?"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도 있어요?"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가 안내해주는 대로 씻고 옷을 갈아입은 그는 12시가 되자 미나가 주는 큰 캐리어에 사내의 시신을 구겨 넣었다. 미나는 차를 가져왔다.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한참동안 말 없이 달렸다.

     

    1시간을 내리 달린 끝에 저수지를 발견했다. 다리 위로 올라가 트렁크에 돌을 매달고 힘껏 던졌다. 트렁크는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물 속으로 잠겼다.

     

     

    엄마한테 가고 싶어요.”

     

    "엄마는 어디에 있는데요?"

     

    "미국이요."

     

    시체를 버리고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상현은 고민에 빠졌다.

     

    큰일이었다. 일단 미래의 여기는 한국이다. 어느 지역인가까지는 없지만. 미국까지 미나를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약속한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여행을 왔던 시간은 새벽2시정도, 그리고 지금은 밤 11시정도가 되었다.

     

    그때 상현은 떠올렸다. 믿음직한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상현은 그것을 미래의 자신이라고 떠올렸다. 물론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많은 것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자신은 미나를 사랑한다는 . 비록 미나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놔뒀지만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은 지금 상황을 알지 않는가. 과거로 가서 일기장이라던가 어딘가에 적어놓고 잊지 않으면 된다. 그녀와 계속 사귀진 못하더라도, 10 살인누명을 미나를 도와주기를

     

    미나는 호텔을 잡아 들어갔다. 미나와 상현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한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상현은 편한 옷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지금 미나는 자신의 애인이 아니다. 한 방에서 어떻게 어색한 몇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뭐해요?”

     

    미나가 배스타올만 걸치고 상현이 누워있는 옆으로 파고들었다.상현은 난처해하며 조심스레 베개만 침대 아래 바닥에 누웠다

     

    "이리 올라와요. 마스크는 왜 쓰고 있어요?"

     

    미나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어느새 상현이 누워있는 쪽으로 와서 얼굴을 들이밀었다상현의 마스크를 벗기려 했다. 상현은 얼른 리모콘을 집어 모든 불을 껐다.

     

    "그럼 여기서?" 

     

    타올이 벗겨지고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옆에 누워 그의 몸을 껴안았다. 도저히 사랑스러운 그녀를 가만 없어서 상현도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그리고 온 몸이 뒤엉켜 한번의 거사를 치루었다.

     

    샤워를 하고, 땀을 식힌 뒤 침대에 누웠다. 상현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미나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그때 칼을 저에요."

     

    상현은 조금 놀랐지만 그녀의 몸을 더욱 껴안았다

     

    "그사람. 남편이었어요."

     

    상현은 그때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맞고만 있었던 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에요. 신혼여행을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났죠.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져 버렸어요. 그래도 난 그사람을 버리지 않았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를 의심하고 나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어요. 도저히 나로서는 견딜수 없어서.”

     

    괜찮아요. 괜찮아.”

     

    그사람 간호하려고 내 커리어도 포기했는데. 겨우 식당 알바 하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데, 그사람은 날 완전 물건 취급을 했어.”

     

    미나가 흐느꼈다. 상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녀의 나신을 쓰다듬고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말한 것을 듣고 조금 안심을 했다

     

    "그사람을 죽인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어요."

     

    그녀를 구했다는 생각에 조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현은 더욱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미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도 말할게요.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10 전부터 말은 차마 없었다

     

    "하지만 곧 사라질지도 몰라요."

     

    "무슨?"

     

    미나가 뒤를 돌아서 상현의 얼굴을 꽉 잡았다.

     

    "도둑이어도 좋아요. 신고하지 않을게요. 안심하라고 이렇게 당신과 잔거잖아요."

     

    역시 그렇구나. 하고 상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텔레파시가 통하거나 것은 아니었다. 하룻밤의 애정 표현은 미나의 생존 위한 사투였던 것이다. 남편을 죽인 남자. 그러면서도 자기를 안전하게 피난시켜 남자. 그래서 함께 것이다. 두려운 마음과 붙잡아야 한다는 마음을 동시에 지니고서

     

    "대신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요.”

     

    "?"

     

    "기억나요? 10년전에 사랑했던 남자친구. 박상현이라고."

     

    "? 그런걸 어떻게 알죠?"

     

    " 사라져요. 내가 사라지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해요.”

     

    "...무슨 소리에요?"

     

    "사실은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냐구요!! 으아아악. 아아악!"

     

    미나가 절규하며 상현을 마구 때렸다. 상현은 없었다. 이렇게나 흥분하고 괴로워하는걸까. 미나를 껴안고 안심시키던 상현은 갑자기 시야가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강한 느낌에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취방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분명 미래에 다녀왔던 것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세히 기억이 나지를 않는 것이었다. 마치 꿈을 꾸고 일부분만 기억이 나는 것처럼.  

     

    그때 전화가 왔다.

     

    미나였다.

     

     

     

     

     



     

    축하해.”

     

    결국 둘이 결혼하는구나? 그럴거였으면 뭐하러 그렇게 싸웠어?”

     

    상현과 미나의 결혼식. 많은 친구들이 축하해 주었다. 유난히 미나와 친했던 여자들은 눈물까지 흘렸다.

     

    잘살아야해. 알았지?”

     

    그럼. 그래야지.”

     

    결혼식, 폐백. 모든 것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차에 올라타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상현은 연신 눈을 비비며 운전대를 잡았다.

     

    오빠. 내가 운전할까?”

     

    아냐. 어떻게 신부한테 운전을 맡기냐?”

     

    잡담을 하는 사이 전방에 큰 화물차가 그들 눈앞을 가로막았다.

     

    꺄악---“

     

    안돼!!!!!!!!!!!!!!”

     

     

     

    그리고

     

     

     

     

     

     

     

     

    미나는 한참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절친한 대학 동창들이었다.

     

    ? 우리집에 왔다고? 미리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

     

    너 아프다며. 쉬어야지. 집 비번 알려줘. 우리 다리아파.”

     

    카톡으로 보내줄게.”

     

    힘든 일이었지만 오랜만에 온 친구들의 연락에 힘이 났다.

     

    식당일을 마치고 저녁장을 보러 가는 길. 친구들이 집에서 잘 쉬다 간다고 과일 잘 챙겨 먹으라며 인증사진까지 찍어 보내주었다. 변함없는 친구들의 셀카에 눈물이 울컥 하고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남편에게 맞아 생긴 멍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장을 봤다. 사람들 몇몇이 쳐다보았지만 꾹 참았다. 주차장. 차에 식재료들을 싣고 문을 닫았다. 낡은 트렁크 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닫았다. 옆을 살펴보았다. 아내가 무거운 짐을 들자 남편이 얼른 다가와 짐을 들어주었다.

     다정한 옆의 부부를 보니 울컥 하고 미나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하아. 정말 이건 싫어.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미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참을 울었다

    그녀의 앞에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미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고맙다. 나를 불러줘서.”

     

    ?”

     

    나는 시간의 악마라고 한다. 웬지 도움이 필요할 것 같군.”

     

    미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그 검은 형체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악마가 말했다. 미나가 악에 받힌 목소리로 말했다.

     

    그사람이 자살했으면 좋겠어요. 내 남편 말이에요.”

     

    악마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난 시간만을 조정할 수 있어서 그런 능력은 없는데과거를 보거나 미래를 보고싶지는 않고?”

     

    농담을 하듯 말을 건네는 악마를 미나가노려보았다. 그 악의에 찬 눈빛은 악마 스스로도 두려워 할만 했다. 악마가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미나에게 말했다.

     

    어쩌면 가능할수도?”

     

    ?”

     

    검은 형체는 사라졌다.

     

    뭐지?”

     

    미나는 순간 벌어진 이 상황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딩동 하고 문자가 울렸다. 온갖 욕설과, 빨리 들어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문자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뒤를 돌아 마트로 다시 들어갔다.

     

    캐리어 하나 주세요. 제일 큰거로.”

     

     

     

     

     

     

     

     

    [2004년과 2014년을 타임슬립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공포요소가 무엇인지 콕 찝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단지 인간은 운명에 휘둘리는 존재이며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 정도?]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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