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5. 식혜</div> <div> </div> <div>저는 27살 이구요.</div> <div> </div> <div>솔찍히 말하면.. 영화나 티비 그런데서 나오는 귀신은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div> <div> </div> <div>제가 8살~14살 때 그러니까 시골에 살았을 적 있었던 일입니다.</div> <div> </div> <div>저희 할머니는 당시 충남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유명한 무당이었고</div> <div> </div> <div>충남에 있는 백호산이 우리 할아버지 소유였습니다.(근데 옛날에 친인척들중 누군가가 도박으로 날려버렸다고;;)</div> <div> </div> <div>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div> <div> </div> <div>당시엔 조그만 초가집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저희 할머니 집이였습니다. 저도 당시엔 거기에 살았었구요 제가 몸이 굉장히 안좋아서 할머니랑 같이</div> <div>살았었던거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제가 신병을 앓지 않았었나 그런생각이 드네요</div> <div> </div> <div>어렸을 때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할머니 방에는 향냄새와 빡빡이 아저씨가 도를 들고 있는 그림, 어떤 할아버지가 관같은거 쓰고 날개 달린 모습이 있는 그림 어떤 눈이 빨간 여자 그림이 있었던게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화장실은 집이랑 꽤 멀리 떨어져있었어요.</div> <div> </div> <div>그 화장실이란게 바닥에 구멍을 파서 나무로 세개로 삼각뿔형태로 세워서 천막같은거 씌워놓은 그런 간소한 화장실이었어요.</div> <div> </div> <div>아마 그때 시간이...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밤이었어요 그날은 유난히 달이 밝아 길이 잘 보였어요. 안개도 꽤 끼어있었구요</div> <div> </div> <div>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있었는데 화장실이 천막이라 문이 없거든요? 앞에 웬 사람들이 떼거지로 지나가는거에요</div> <div> </div> <div>원래 여기는 사람이 다니는 길도 아닐 뿐더러 간간히 점보는 사람만 아주 가끔 올라오는 그런 곳이었거든요 물론 산행길도 아니구요.</div> <div> </div> <div>저는 챙피해서 후다닥 똥을 끊고 정리 할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뭔 조선시대 복장같은걸 입고 있었고 맨 앞에 있는 사람이</div> <div> </div> <div>조롱불이라고 하나? 그걸 들고있었고 짐꾼 같은 사람이 꽃가마 같은걸 들고 있었어요 뒤에도 사람들이 지게에 짐을 잔뜩 싫고 가고 있었구요</div> <div> </div> <div>마치 조선시대 양반자제가 시집가는 장면 같았어요.</div> <div> </div> <div>그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휙하니 저멀리 사라져버리더라구요.</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저희 초가집이 대나무 담으로 둘러 싸여있거든요 높이는 2m정도 되었던거 같아요 대나무 담 출입구가 세개가 있었는데 정면에 하나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총 세개가 있었어요 뒤에는 문이 없었구요.</div> <div> </div> <div>그 왼쪽 문에 꼭 한 5살정도 되어보이는 아이가 담 옆으로 고개만 쑥 내밀고 저를 훔쳐보곤 했어요 당시 백호산엔 저희 집 하나밖에 없었어요.</div> <div>아이가 혼자서 절대 절대 올라 올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시집가는 귀신들 떼거지로 봤어도 별로 무섭지 않았고 걍 호기심만 가득했는데</div> <div>이 아이는 웬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어요 신기한건 왼쪽으로 눈만살짝 돌려서 보면 검은 그림자같은 형태로 보이는데 정면으로 보면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 아이가 보였어요. 밤에도 아니고 대낮에 나타나는데 웬지 모르게 무서웠어요. 이 아이는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느꼈던거 같아요.</div> <div> </div> <div>그래서 웬 아이가 자꾸 기분나쁘게 훔쳐본다고 할머니한테 말했더니 할머니가 갑지가 사색이 되더니 쳐다보지 말고 말도 걸지 말고 보여도 안보이는 척하라는거에요 그리고는 할머니가 집을 돌면서 무얼 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이후로는 안 나타났어요.</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그 아이 사건이 있은후 2~3일 후에 있었던일이에요.</div> <div> </div> <div>낮에 점심을 먹고 마루에 배깔고 누워있는데 대나무담 위에 할머니 머리 있죠? 흰머리에 단정하게 비녀 꽂은 머리 그 머리카락같은게 대나무 담 밖에서 날아다니는거에요 담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고 들어오는 길을 찾으려는것처럼 담 밖을 뺑뺑 돌더라구요. 그 아이 사건으로 할머니가 뭔 일을 해놔서 못 들어오는 모양이였어요</div> <div> </div> <div>그래서 제가 할머니 저거 뭔데? 하니깐 할머니가 저거 저거 어디 마실 갔다가 이제 오나보네 하더니 밖으로 나거서 그것을 낚아채 담 안으로 휙 던지니까 휙 하고 마루 밑으로 쏙 들어가더니 어디갔나 쏙 숨어버리더라구요.</div> <div> </div> <div>그게 뭐냐고 물어도 넌 알필요 없다 하시곤 아무말도 안하셨는데 사람한테 이로운 구신도 있는 모양이에요.</div> <div> </div> <div>4.</div> <div> </div> <div>제가 지금 나이 먹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게 있어요</div> <div>정말로 별것도 아닌데 왜 그걸 보고 그렇게 극심한 공포감에 떨어야했을까.. 바지에 오줌까지 쌌거든요.</div> <div>제가 본게 뭐냐면..</div> <div>밤에 자다가 목이 말라서 일어났어요.</div> <div>마당에 보면 항아리가 있는데 항아리 안엔 사이다병에 담겨있는 식혜가 있었어요.</div> <div>그래서 그게 생각나서 항아리 있는데로 갔는데</div> <div>어라? 식혜병이 항아리 위에 올려져있는거에요.</div> <div>아. 할머니가 마시고 깜빡했나부다 하고</div> <div>식혜를 마시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데 뭔 막대기 같은게 병에서 쑤욱 올라와서 어이쿠 하고 깜짝놀라서 엉덩방아를 찍었거든요?</div> <div>근대 나무에 빨간 눈이 달려있는데 저를 막 노려보는거에요.</div> <div>제가 너무 무서워서 어버버버버버버</div> <div>뒷걸음질 치는데 막대가 쑤욱 길어지더니 제 코앞까지 오는거에요. 바지에 오줌까지 싸고..</div> <div>너무너무무서웠어요. 진짜 별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만큼 정말 무서웠어요.</div> <div> </div> <div>할머니 머리를 봤을때도 아이 귀신을 봤을때도 별로 무섭지 않았는데.</div> <div> </div> <div>그때 다행히 할머니가 그 모습을 모시고는 재빨리 저를 방 안으로 데려오고는</div> <div> </div> <div>그 밤에 저희 엄마한테 전화해서 당장 내려오라고 당장 내려와서 애 데리고가라고 큰일나게 생겼다고 소리지르는데</div> <div>그때 전 반 실성상태였던거 같애요.</div> <div> </div> <div>그렇게 일이 정리 되고 저는 다시 집으로 올라갔구요.</div> <div> </div> <div>그 이후로는 한번도 할머니 집에 간적이 없네요.</div> <div> </div> <div>가족들은 가도 저는 꼭 데려가는 법이 없었고.</div> <div> </div> <div>할머니가 저를 자주 보러 올라왔던 기억이 있네요.</div> <div> </div> <div>그 이후론 한번도 뭔갈 본적이 없었습니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p.s</div> <div> </div> <div>최근 추석에 할머니가 묻혀있는 백호산으로 벌초를 하러 갔는데.(이제는 집도 다 없어지고 해서 어디가 어딘지 어디에 할머니 집이 있었고 밭이 있었는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div> <div> </div> <div>벌초를 끝내고 작은형님이랑 막걸리 한잔 할라고 주저앉았는데.</div> <div> </div> <div>막걸리 옆에 웬 사이다 병이 있는거에요.</div> <div> </div> <div>그때 갑자기 옛생각이 퍼뜩 나는거 있죠?</div> <div> </div> <div>저는 사이다를 가져온 기억이 없는데..</div> <div> </div> <div>그거 보자마자 냅다 절벽 밑으로 던져버렸네요</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