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는 평범한 중학교를 졸업하고</div> <div>평범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div> <div>다만 두 학교 모두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을 뿐이었다.</div> <div> </div> <div>그가 남중 남고를 나온 것은 그에게 오히려 축복이었다.</div> <div>모태솔로인 이유를 설명하기에 그것은 꽤나 좋은 갑옷이 되어주었다.</div> <div>그러나 여자가 3/4인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중임에도 그가 아직 모태솔로라는 것은</div> <div>그 갑옷마저도 앗아갔다.</div> <div> </div> <div>그는 그렇게 눈에 띄는 타입이 아니었다. 장학금을 받을 정돈 아니지만 재수강이 필요없을 정도의 점수는 항상 받아내었고</div> <div>과생활도, 동아리 생활도 그냥 그렇게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div> <div>그 빌어먹을 모태솔로라는 업적만 빼고서 말이다.</div> <div> </div> <div>그의 친구들은 몇없는 과 남자동기나 동아리를 통해 알게된 타과의 남학생들이었다.</div> <div>남자 사이에서 보낸 6년, 아니 군대를 포함한 8년은 여자들이 섞인 대학생활 2년보다 훨씬 강했다.</div> <div> </div> <div>그러던 그에게도 봄바람이 불었다.</div> <div>4월 중순.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이런저런 행사가 있었고 얼굴은 모두 비췄지만 역시 별일은 없었다.</div> <div>동아리 친구 동민과 공강시간에 농구나 한게임하려고 가는 길이었다.</div> <div> </div> <div>어떤 여학생이 자신을 흘깃거리며 지나갔다.</div> <div>아는 사람인가 했지만서도 무슨 교통사고 난 아침드라마 주인공처럼 '혹시 저를 아세요?' 라고 물을 용기는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다.</div> <div>그러나 그녀는 길을 거슬러 자신 앞에 와서 인사를 건넸다.</div> <div> </div> <div>- 안녕하세요!</div> <div>그래 역시 어디서 본 얼굴이다 했어. 근데 이름이 뭐더라... 그....</div> <div>- 14학번 정수지예요. ㅎㅎ</div> <div>생글생글거리는 낯이 제법 귀여웠다.</div> <div> </div> <div>그리고 그 날 저녁. 태어나서 여덟번째 (아니 아홉번인가?)로 여자에게 선톡이 왔다.</div> <div> </div> <div>- 안녕하세요~</div> <div>예전에 전화번호를 교환했었나보다. 그러나 카톡내역이 없는걸로 보아 이번이 첫 카톡이었다.</div> <div>- 응~ 안녕 ㅎㅎ</div> <div>- 아까는 갑자기 인사해서 많이 놀라셨죠 ㅜㅜ</div> <div>- 아냐아냐 먼저 인사해줘서 고마워 나도 인사하려다가 가물가물해서~</div> <div>- ㅎㅎ 아까는 어디가는 길이셨어요?</div> <div>- 어 친구들이랑 농구하러 ㅋㅋ 공강이었거든</div> <div>- 아~ 평소에도 운동 많이 하시나보다 우와</div> <div>- 아냐 그냥 ㅋㅋㅋ</div> <div>- 근데 그럼 같이 계시던 분들도 저희과 선배님들이세요? 인사 못드렸는데 ㅠㅠ</div> <div>- 아니아니 동아리 친구들 ㅋㅋㅋㅋ</div> <div>- 아 그렇구낭 ㅎㅎ 다행이네요~ 무슨 동아린데요?</div> <div>- 봉사동아리야 ㅎ</div> <div>- 와 선배 좋은 분이시네요 봉사 동아리 우옹 멋졍</div> <div> </div> <div>그리고 이런 저런 즐거운 카톡이 이어졌다.</div> <div> </div> <div>그리고 며칠뒤 동아리 방에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들어왔다.</div> <div>- 저 동아리 가입하려고 하는데요</div> <div>- 어? 수지야?</div> <div>- 어 선배! 안녕하세요!</div> <div>그녀는 내 프사를 보고 우리 동아리로 들어왔다고했다.</div> <div>동아리원 모집 포스터로 프사를 바꾼 보람이 있었다. 사실 노림수였다.</div> <div> </div> <div>그녀와 몇번 봉사활동도 다녀오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div> <div>막역한 친구 놈인 동민에게 술 한잔 하며 연애 상담도 받았다.</div> <div>동민은 자신이 더 흥분하며 말했다. </div> <div>-야 그건 무조건 그린라이트지! 그건 아예 아마존 녹지대급으로 그린이야 임마!</div> <div>호감이 이상해씨면 그정도면 메가이상해꽃이지!!!</div> <div> </div> <div>그래 이건 신께서 내 모태솔로 칭호를 가져가시고 커플이라는 칭호를 주시기 위함이다.</div> <div>어쩐지 수지가 천사처럼 생겼더라니.</div> <div> </div> <div>고백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멘트도 생각을 했지만 따로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었다.</div> <div>그러던 중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div> <div>- 선배 저 지금 기숙사 앞인데요 잠깐만 나와주시면 안될까요?</div> <div>- 응? 그래 그러지뭐</div> <div> </div> <div>후. 당돌하기까지 하다니 핳.</div> <div>먼저 고백하려하다니 역시 요즘 애들은 저돌적이야. 그렇지만 첫연애인데 내가 먼저 멋있게 해야지.</div> <div>엄청난 속도로 옷을 갈아입고 그는 기숙사 앞으로 나갔다.</div> <div>수지는 의외로 수수하게 편한 차림이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이 참 예뻤다.</div> <div> </div> <div>- 저 선배 사실은...</div> <div>- 무슨일인데?</div> <div>- 그 저기...</div> <div>고백을 받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냥 속으로 웃으며, 그리고 겉으로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백을 기다리기로 했다.</div> <div>- 제가 좋아하거든요...</div> <div>왔구나!</div> <div>- 근데 말로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이거요...</div> <div>편지였다. 밝은 연두색의 그녀를 닮은 싱그러운 편지. 역시 그린라이트였어. 편지도 그린이잖아</div> <div>- 동민선배에게 좀 전해주세요 ㅎㅎ 부탁해요 선배! 꺄아아아아!</div> <div>아</div> <div> </div> <div>어?</div> <div> </div> <div> </div> <div>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하~ 난 또 ㅋㅋㅋ 에이 그럼 그렇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아아ㅏ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위 내용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각색한 소설입니다.</div> <div>근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도 아냐고? 엄... 친하거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