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학기가 시작되고, 복학해서 같이 다닐 사람이 없다는 친구 녀석과 아무 의미 없이 붙어다니게 되었다. <div><br /></div> <div>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피파.</div> <div><br /></div> <div>피파만 외길인생 10년을 걸어왔다는 친구의 말이 미덥지는 않았지만, 듣도 보도 못한 선수의 구단이나 장래성을 줄줄이 읊어대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놈의 열정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었다. 분명 이놈이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다면 스물 다섯의 나이로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div> <div><br /></div> <div>축구 인원 11명에는 볼보이도 끼어 있는줄 알았던 내가, 엘 클라시코는 유명한 명품백이 아니라는 사실을 군대에서 알게된 이 내가 피파를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그렇게 한달이 지났다.</div> <div><br /></div> <div>모바일까지 설치하여 첫승의 기쁨을 누리던 나는 이제 챌린지 리그 전설을 두번 찍어보았고, 폴란드의 한 팀으로 정착하여 폴란드리그 35시즌을 우승으로 이끌었다.</div> <div><br /></div> <div>물론 워낙에 축구를 모르는 탓인지 실제로 플레이한 경기중 이겨본 경기는 없었다. 나는 항상 내 선수의 탓을 했지만 어느덧 구단가치 2500만 ep를 찍은 지금은 그 변명도 잘 먹히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나의 손가락에 문제가 있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모바일에서는 그런 걱정을 잊을 수 있었기에 나는 모바일에 전념했다.</div> <div><br /></div> <div>한달만에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구단가치 2500만을 찍는데에는 강화장사의 덕이 매우 컸다.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한 가격의 선수를 딱 3강까지만 만들어 판 뒤 피씨방에 갈 때마다 수수료를 적게 내고 돈을 받는 나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10년간 외길 피파를 해온 친구의 구단가치는 6천만에 불과했으니 친구가 분할만도 했다.</div> <div><br /></div> <div>그러던 중 로패가 진행되었고, 나는 2주 전부터 사모은 이영표 형님과 지단의 아들 덕분에 1500만 ep를 보상으로 받았다.</div> <div><br /></div> <div>한번도 본적 없던 큰 숫자를 보게되자 나는 봄을 맞은 망아지마냥 흥분하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허튼짓 할 생각 말고 좋은 선수 한둘 사는게 장땡이라고 조언했지만 그때의 나에게 그런 사고는 불가능했다.</div> <div><br /></div> <div>평소 40~50만으로도 잘만 해오던 강화장사였기에 나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백만 대군을 얻는다는 기분이 이럴까? 심지어 나는 백만도 아닌 1500만 대군이다. 나는 우주를 정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div> <div><br /></div> <div>겁이 없어진 나머지 나는 10만원대의 선수를 사용해 4강을 만들기 시작했다. </div> <div><br /></div> <div>펑...펑...펑... 이 소리는 내 뒷자리에 앉은 한 신입생의 악마사냥꾼이 말티엘을 잡으면서 내는 소리가 절대 아니었다.</div> <div><br /></div> <div>단지 10분만에 내 1500만 대군은 700만 중(?)군으로 줄어있었고, 그제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걸 깨달은 나는 큰 소리를 내며 침을 삼켰다.</div> <div><br /></div> <div>이대로는 안됐다. 내 소중한 자금을 만회하기 위해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div> <div><br /></div> <div>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홀로 구단가치의 절반을 담당하고 계시던 로이스 형님이었다.</div> <div><br /></div> <div>그땐 몰랐지만, 겁도 없이 로이스 2+1을 노제물로 성공시켜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의 피파 외길인생 10년을 헛된 시간낭비로 만들어 버렸던 나는 이제서야 로이스의 귀한 옥체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div> <div><br /></div> <div>손은 눈보다 빠르고 사고보다도 빨랐다. 어느새 나는 로이스 2카를 구매했고, 제물도 완비되었다.</div> <div><br /></div> <div>수많은 강화장사의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수없이 많은 3+2를 붙여보았던 나는 이번에도 나의 운과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div> <div><br /></div> <div>두개의 카드가 하나로 합쳐지며 빛을 내는 순간, 나는 흥분한 나머지 제물은 놔두고 로이스를 합쳤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당황한 나머지 부질없이 손을 내저어대던 나는 화면 앞에 뜬 로이스의 영정사진에 굳어버리고 말았다.</div> <div><br /></div> <div>아... 그는 아름다웠습니다. 화면속의 로이스는 날 보며 슬프게 웃고 있었다. 잘가.. 로이스 형... 로이스는 사랑입니다..</div> <div><br /></div> <div>옆에서 킥킥대는 친구의 면상을 한대 시원하게 갈겨버릴까도 싶었지만 친구에겐 죄가 없었다.</div> <div><br /></div> <div>나는 사태가 돌이킬수 없음을 직감했다. 구단가치는 절반이 되어있었고, 남은 돈은 약 400만 ep..</div> <div><br /></div> <div>지금와선 참 이상한 생각이었지만, 그땐 왜인지 로이스가 없는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br /></div> <div>나는 가진 선수들을 전부 처분했다. 13 야투, 13 메시, 10 람 4카 등등이 속절없이 팔려나갔다.</div> <div><br /></div> <div>모든 선수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시작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물로 사용하다 5카가 되어버린 토레스 무뇨즈 찡은 도무지 팔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div> <div><br /></div> <div>팔리지 않는 선수따위 내 선수가 아니다! 하며 나는 토레스 무뇨즈의 6카를 진행했고, 로이스를 제물삼아 토레스 무뇨즈 찡은 당당히 6카가 되었다.</div> <div><br /></div> <div>참 허탈했다. 로이스가 성공했다면 지금쯤 내 인생은..</div> <div><br /></div> <div>그렇게 처분한 ep는 간신히 1900만 정도였고, 마침 ep 회수데이 이벤트가 시작되었다.</div> <div><br /></div> <div>카드 뽑기운은 그닥 없는 편이었지만 탑50에서야 뭔들 나오지 않겠느냐는 근거없는 확신에 휩싸인 나는 그대로 1500만 ep를 내고 패키지를 구매했다.</div> <div><br /></div> <div>옆에서 또 지겨운 그 친구가 더러운 입냄새를 풍기며 응원하고 있을때 나는 그만두어야 했지만 돌아갈 곳도 없었다.</div> <div><br /></div> <div>모든 카드를 개봉하였는데, 내가 아는 선수는 10 호날두가 전부였다.</div> <div><br /></div> <div>나름 호날두가 나왔다고 기뻐했지만 이적시장의 가격은 매몰차게 날 후려쳤다. 130만 ep... 내가 건질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div> <div><br /></div> <div>남은 돈을 보니 약 500만 ep가 전부였다.</div> <div><br /></div> <div>나는 마지막 시도라 생각하고 499만ep 를 시도했고, 부질없이 실패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모든 것이 끝난 후 나는 눈물을 흘리며 로패를 회상했다. 그것은 바로 그제의 일이었다. 그제의 나는 우주를 정복할 줄 알았는데 지금 나는 구단가치 8000원의 초라한 패전 장군이었다.</div> <div><br /></div> <div>이것저것 모두 처분하니 단돈 40만 ep가 있었을 뿐이다. 친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라고 했지만 위풍당당한 군대를 거느리던 나에게 듣도 보도 못한 J.페르난데스와 A.듀란트 등은 전혀 동기가 되지 못했다. </div> <div><br /></div> <div>한동안 피파를 하느라 소홀했던 악마사냥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다시 피씨방을 찾은 나는 혹시나 하는 미련에 접속 보상을 받기 위해 피파를 켜놓은채 말티엘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집에 갈 때가 되었다.</div> <div><br /></div> <div>한번도 나에게 뽑기운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론 오늘도 그럴 것이다. 내일도 모레도 영원히 예외는 없을 것이다.</div> <div><br /></div> <div>아무런 기대도 않던 나에게 월베포함 10 베스트 100 카드가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div> <div><br /></div> <div>깜짝 놀란 나는 모니터를 가까이에서 보았고, A.아르벨로아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다시 의자에 파묻혔다.</div> <div><br /></div> <div>모든 카드가 허망하게 끝나버렸고, 남은 것은 10 탑 200 강화선수팩이었다.</div> <div><br /></div> <div>월베 포함에서도 좋은게 안나오는데 여기서 뭐가 나오겠어.. 싶었다.</div> <div><br /></div> <div>나의 피파는 이대로 안녕이구나. 한달간 즐거웠다.</div> <div><br /></div> <div>그 순간 내 눈앞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div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404/1397389402xyMcoz5Fl21.jpg" width="800" height="450" alt="KakaoTalk_5b12905d79a63eec.jpg" id="image_036004016268998384" class="chimg_photo" style="border: none" /></div><br /></div> <div><br /></div> <div>나보다 더 놀란 친구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 사진도 내가 아닌 친구가 찍은 것이다.</div> <div><br /></div> <div>나에게도 이런 행운이..</div> <div><br /></div> <div>기분이 좋아져서 이적시장을 뒤지던 중, 나의 구단가치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토레스 무뇨즈 6카가 판매되지 않은채 남아있는것을 알게 되었고,</div> <div><br /></div> <div>즉시 축하 폭죽 세레모니를 준비했다.</div> <div><br /></div> <div>친구가 옆에서 한사코 말렸지만, 나의 기쁨은 더 큰 폭죽을 준비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div> <div><br /></div> <div>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div> <div><br /></div> <div>제물로 사용하던 토레스 무뇨즈가 야금야금 은카를 달더니 결국엔 7카에 성공해버린 것이다.</div> <div><br /></div> <div>모두가 천원짜리 선수 혹은 0카인 내 구단에서 펠라이니와 토레스무뇨즈 단 두선수로 구단가치는 4500만이 되어버렸다.</div> <div><br /></div> <div>그렇다. 인생은 단 한방이다.</div> <div><br /></div> <div>심지어 제물용 선수 토레스 무뇨즈는 나의 전성기 시절 로이스 형님의 몸값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니 이걸 팔지도 못하고 쓰기도 뭐하지만 이렇게 악착같이 나와 함께하는 것이 기뻐 주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div> <div><br /></div> <div>이렇게 기적적으로 나는 피파3로 돌아오게 되었다. </div> <div><br /></div> <div>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지만 이제는 시험기간이니 공부나 해야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