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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823371
    작성자 : papercraft
    추천 : 51
    조회수 : 3922
    IP : 210.103.***.39
    댓글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1/20 14:32:53
    원글작성시간 : 2014/01/20 12:05:56
    http://todayhumor.com/?humorbest_823371 모바일
    [병신백일장]간판전쟁
     
     
    제목이라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물건이다. 하나의 단어, 혹은 문장으로 모든 내용을 담아내야하니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물론 세상 천지에 생각 없는 것들이 널려있으니 자기 자식새끼에게 평생 따라갈 꼬리표를 생각 없이 짓는 멍청이가 한둘이 아니다만, 최소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으려는 이에게 있어서 제목을 짓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보듬고 달래고 어르고 울고 불고, 그야말로 쌩지랄을 하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더냐.
     
    이것은 그 애지중지하던 자식새끼 앞날을 망쳐버린 한 광풍에 관한 이야기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그 곳'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 그 곳은 꽤나 거대한 공간이었다. 글이건 그림이건 음악이건 노래건 간에, 손으로 낳은 자식새끼들을 남들 앞에 선보이는 그런 곳이다. 좀 그럴싸하게 표현하자면 '창작 공간' 정도 되는 그런 곳이다.
    그 곳의 사람들은 때로는 실수도 저지르고 길이길이 남을 흑역사도 좀 만들고, 간간이 대립하는 화제가 나오면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어느 새 까먹고 하하호호 웃고 서로 어깨동무하는 그런 곳이다. 물론 개중에는 척을 지고 서로 모가지를 따려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 세상 사는 데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어우러지겠는가. 이상향이 그러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상 살이가 다 그렇고 그런 법이다.
     
    광풍이 몰아치기 바로 직전,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는 고요함만이 가득한 때다. 내 지인 K와 나는 우연찮게 서로 마주앉아 쏘주 한 잔 걸칠 기회가 있었다. 술 자신 양반네들이 그러하듯 마음 속 곳간에 빗장 걸어잠근 이야기를 꺼내듯, K도 곳간에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도 술이 들어가고 나도 술이 들어갔으니 술술 말문이 트였으나, 애석하게도 남은 기억이 온전치 않다. 술 들어간 입이 빼내기는 오라지게 쉽다만, 귓구녕은 꽉꽉 막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케 내 귀로 기어들어간 몇 마디 말을 얼기설기 엮어서 말하자면...
     
    별 거 없다. 그냥 그 친구가 주목받는게 그리도 힘이 들어서 서럽기 짝이 없다는 그런 내용이다.
     
    잠깐 K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이 친구가 소싯적부터 글 엮는 재주가 있긴 했는데, 운이 오라지게 없는 그런 친구다. 아무리 천하에 잘난 글이라 할지라도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천하에 쓸모가 없다는 것을 진작에 깨우친 그런 양반이다. 재주가 있다면 분명 알아볼 이가 있지 않겠느냐고? 글쎄올시다, 만일 그러하다면 우리가 왜 굳이 신문광고에서 책 광고를 보는 것인가? 입소문 퍼지는 거야 진리이며 사실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한 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까지 별볼일 없는 글쟁이일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굴어댄다.
     
    현실이 그러니 별 수 있겠느냐고 말을 했다만, 그 날 따라 K는 더럽고 치사하다느니 억울하다느니 하는 소리만 되뇌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니 이 친구야, 그럴 개소리를 할 시간이 있으면 좀 더 쓸 생각이나 하지 그러나, 라고 말을 하려던 찰나에 내 입이 떡하고 닫힌 것으로 기억한다. 이 친구 눈빛이 번들번들한게 뭔가 그따위 소리 함부로 꺼냈다가 새 치아를 찾거나 틀니를 맞추던가 해야 할 불길한 감이 들었으리라. 내가 술이 들어가도 이런 촉이 좋은 덕에, 여지껏 술 들어가서 어디 부러진데 한 곳 없다. 그거 하난 다행이다.
     
    아무튼 K의 넋두리와 기이한 안광, 그것 빼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술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그 물건'을 보게 되기 전까진 그리 생각했었다.
     
    바람의 시작은 아주 괴의쩍은 제목이었다. 그래, 아직도 기억한다. '다리를 핥던 혓바닥에 솟아오른 혓바늘'. 아, 거 참 제목 하나 자극적이면서 무슨 생각으로 지었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대체 저게 뭐란 말인가? 대체 다리를 핥는 것과 혓바늘이 무슨 상관인가? 응?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나?
    이런 정신나간 제목을 단 작자가 누군지 살펴나 보자 하는 생각에 들여다 보니, 바로 그 K였다.
     
    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주로 담백한 닭가슴살 같은 글이나 쓰는 그런 양반이었다. 듣기만 하면 가슴이 미어터지는 퍽퍽한 글이나 써대는 그런 양반네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이 친구가 양념을 매우 그럴싸하게 잘 친다. 그 덕에 산뜻한 일품 요리 같은 맛이 글귀에서 솟아오른다. 물론 심심하긴 하다만, 담백한 음식은 그런 맛에 먹는 법 아니겠는가.
     
    헌데 지금 이 친구의 글은 제목부터가 양놈들 고기요리 할 때 향신료를 퍼붓듯 자극적이기 짝이 없다. 마치 고추장에다 후추 비벼넣고 쳐먹으라는 그런 느낌이다. 닭가슴살은 어디갔더냐.
     
    아, 이렇게 한 멀쩡한 글쟁이 하나가 골로 가는구나. 그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며 추도사나 읊어줄 겸 글을 한 번 살펴본다. 그래, 관짝에 기어 들어가는 양반네 얼굴이나 보고 가야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고추장 후추볶음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어제도 보았고 그 전에도 보았던 닭가슴살이 떡하니 자리잡혀 있었고, 혓바닥 얼얼하게 가미되었을 소스도 없다. 그냥 평소에 보던 K의 담백한 글이 거기에 있을 뿐이었다. 마치 편의점에서 불타는 맛 삼각김밥이라고 해서 사먹어보니 불은 커녕 불쏘시개도 없는 그냥 차분한 잿더미같은 그런 맛을 보는 기분이랄까.
    허탈감이 감돌긴 하지만 글 자체는 변함이 없고, 그 실력은 간 데가 없었다. 맛이 갔다는 것은 그저 내 기우였을 뿐이다. 제목이 조금 자극적일 뿐이지 속알맹이는 멀쩡하니 말이다.
     
    K는 그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속칭 '메이저'로 데뷔할 수 있었다. 후일 그와의 대면에서 본 얼굴에는 뭔가 자괴감 비슷한 감정이 어린 입꼬리가 달려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그리고 그 말 한마디도 기억이 난다.
     
    '내 10여년 넘게 이 짓거리 하면서 이만큼 주목받아본게 이번이 처음이다. 헌데 웃기는 게 뭐냐면, 10여년 동안 딱 한 번 해본 짓거리가 정답이었다. 그것도 내가 사도라고 생각했던 짓거리가 말이다.'
     
    어쩌겠는가, 자극 좋아하는 세상이고 매운 거 좋아하는 한국인 아니더냐.
     
    여기까지 말하면 한 사람의 인생역전으로 끝나겠다만, 애석하게도 이건 전조이며 시작일 뿐이다. 행사에서 테이프 커팅식 할 때 그 싹둑 하는 시점일 뿐이다.
     
    커뮤니티에서 처음 의견을 제시한 건 내가 또 잘 아는 G씨다. 그 양반은 골수 고전주의를 지향하는 영감네같은 작자로, 글에 그 어느 장난질도 허용해선 안된다는 철옹성의 고집불통 노인네다. 애석하게도 이 양반네는 그 철벽같은 소신 덕분에 골수 지지자가 꽤 많고, 그 지지자들과 중심은 '제목으로 장난질하는 짓거리'를 완전 개망나니 춤사위 비슷하게 본다는 것이다. 고로 K씨는 그 자들에게 개망나니라는 멋진 호칭을 선사받게 된다.
     
    G씨와 그 파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렇고 좋게 말하면 그쪽 성향의 사람들은 K의 행태가 비난받아 마땅하며 불건전한 짓이며, 급기야 K의 글도 못봐줄 물건이라는 험악한 소리까지 꺼내들었다. 애석하게도 G와 그쪽 성향의 양반네들은 커뮤니티에서도 테러리스트 혹은 탈레반 혹은 나치 비슷한 양반네들로 몰려갔다. 그들에겐 속칭 '버로우'를 타고 반영구적으로 찌그러지는 운명이 기다릴 뿐이었다.
     
    '제목 장난'이라 주장하던 이들이 처참하게 박살이 나자, 커뮤니티에선 K의 행보를 따르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뭐 별 거 아니다. 그냥 K와 비슷한, 실력은 있었으나 주목받지 못한 이들이 그의 노선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강렬한 제목과 그들 원래의 스타일이 더해진, 이른바 '간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행렬에는 내가 또 아는 지인인 C,V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C는 적절한 자극으로 성공했으나 V는 내용이 별볼일 없었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조차 뒤쳐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V는 시일이 지나 그야말로 파란을 불러오게 된다.
     
    이 '간판 경쟁'의 시작은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었다. K가 하는 것처럼 자극적이긴 했지만, 최소한 내용과 연관성은 있었다. 다만 제목을 짓는데 쓰이는 어휘나 단어를 조금 세게 쓴다는 것 정도였다.
     G와 그 추종자들이 박살이 난 이유도 그거였다. 제목 짓는데 쓰이는 어휘 같은 건 개인의 재량이고, 그게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G는 저런 작태를 방치한다면 얖으로 제목은 더욱 자극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길이 자체가 길어질 것이며, 나아가 내용과는 상관 없이 무조건적으로 자극적인 어휘만을 선별하여 갖다붙이는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정도로 막나가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이 G의 망상이라 비난하고, 진시황 병마용마냥 파묻어버렸다. 그 결정적인 사건 이후 G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G가 보수적이고 고전만 판 영감탱이같은 양반네긴 했으나, 그가 멍청한 건 아니었다. 왜냐면 흐름은 그가 딱 예언한대로 죽 흘러갔기 때문이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끌어다 쓰는 것으론 모자랐던지, 누군가가 정신 나간 시도를 감행했다. 대충 제목을 기억해보자면 '11월 32일 아침 7시 11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까먹어버린 것 같지만 상관은 없다' 라는, 그야말로 '이게 제목인지 술김에 쓰던 글 그대로 올리다 첫 문단이 멋대로 제목으로 등록되었는지 모를 물건'이 등장한 것이다. 내 심정을 말해보라면 그냥 저건 제목이 아니다. 읽어보니 이미 저기에 나온 것이 딱히 제목이라고 불릴만한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글 내용은... 아, 됐다. 그냥 설명하게 만들지 마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 글은 볼썽사나운 완성도로 그냥 파묻혀버렸지만, 인간이라는 건 누군가가 먼저 시도를 한다면 따라하는 놈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나와 동생은 오늘도 함부르크 빵집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며 붕어빵 다섯 개를 종이봉투에 넣어 간다', 이름 참 길기도 하지만... 슬프기 짝이 없는 건 이게 굳이 저런 제목 안 지었어도 충분히 성공했을 그런 글이었다는 점이다. H가 대세에 휩쓸렸거나 아니면 뭔가 생각이 있거나, 혹은 그도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한 번 거하게 날뛰어보자 마음을 먹었거나 그랬을 것이다. 그 심정 알 길이 있나. 그도 그 글을 마지막으로 잠수를 타버렸으니 말이다.
     
    내 생각으론 H의 행보를 보건데 이 '간판 경쟁'에 대한 비꼬기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그는 늘 논란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자의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누구는 그를 천재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를 관심종자라고 비하하기도 한다만, 최소한 그가 가진 실력이 관심이 필요할 정도는 아닌 걸 봐선 천재임이 분명하다. 천재라는 호칭에 미치광이와 정신병자가 포함되었다는 전제 하에.
     
    애석하게도 H는 그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단 우회적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에 맛들린 양반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H의 글을 대세로 인지해버리고 모두가 길고 긴 제목을 만드는 걸 유행으로 삼아버리고 만다. 심지어 본문 첫 번째 문장보다 다섯 배는 더 긴 제목도 보았으니 오죽하랴.
     
    게시판에는 제목을 쓰다 점으로 마무리짓는 글이 빈번하게 등장했으며, 사람들은 이것을 '제 2차 간판전쟁', 혹은 '점제목 대란'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슬프기 짝이 없는 건, 제목이라는 걸 새로 쓰기 위해선 새 글이 필요하고, 새 제목을 위해 글에 들어가던 노력과 정성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당연히 질의 저하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점점 제목 길이와 글의 충실함이 반비례하는 법칙을 체감해갔고, 이 세태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성미 급한 자들은 짐 싸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리기까지 했으니 오죽하랴.
     
    질의 저하, 길어지는 제목, 그리고 그 속에서 혼탁해지는 분위기. 그리고 V가 돌아왔다. 돌아온 V의 손아귀에는 제목에다 글의 모든 내용을 쏟아넣는 정신 나간 결과물이 들려 있었다.
     
    V는 그 글을 올리자마자 매장당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미친 짓거리를 허용할 정도로 사람들이 돌아버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지, 만일 V가 성공했다면 무슨 대재앙이 벌어졌겠는가.
     
     
    이른바 'V쇼크'라고 불리는 이 사건 이후, 점차 게시판에서 길고 자극적인 제목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새 종적을 감춰버린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고, 사람들은 간간이 그 때 당시에 벌어졌던 '간판 전쟁'에 대해 이야기들을 꺼냈다.
     
     
    K가 한 행동이 과연 옳았는지, 혹은 K 정도라면 괜찮지 않냐느니.
     
    G가 그저 고집불통의 영감탱이였는지, 혹은 이 모든 사건의 흐름을 진작에 간파한 혜안을 지닌 존재인지.
     
    H는 정말 천재인지, 아니면 버로우타다 간간히 화제거리만 뜨면 불쑥 끼어드는 관심종자인지.
     
    그 긴 제목 처음 도입한 망할 놈이 대체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놈도 H처럼 뭔가 생각을 가지고 그런 글을 쓴 건 아닌지.
     
    V는 정말 제정신으로 그딴 걸 썼던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사건을 마무리짓기 위해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준 현자였는지.
     
     
     
    그 이야기들은 잠깐 거론되다 끝나버리는 정도였다. 쓰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 광풍에 동참했었던 이들이고, 그들의 흑역사였기 때문이다.
    흑역사를 자랑스럽게 떠벌거리는 바보가 세상 천지에 어디있단 말인가. 간혹 상대방이 그를 비난하기 위해 언급하는 것 정도면 모를까.
     
    그렇게 시일이 지나고, 년 단위의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커뮤니티는 나이를 더 먹어갔고, 간판 전쟁 같은 것은 슬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고 오늘 나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무엇인가의 제목을 보고야 말았다.
     
     
    '나는 여동생의 팬티를 훔쳤습니다만 이건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변명해봤자 소용없을테니 이걸 어쩌면 좋을까'
     
     
    인간은 망각하는 생물이고,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
     
     
    병맛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정상적인 사람이라서 그런거라 생각해야겠습니다.
     
    papercraft의 꼬릿말입니다
    명심하세요, 게임은 항상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법입니다.
    헌데 맨날 진다면 남들 때문이 아닐지도 모름.

    너요 너, 네 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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