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베의 "팩트"논란을 잠깐 동안 훑어보고 있자니 예전에 트위터 상에서 논쟁하던 소시오 옹과 윤주진씨의 비화가 떠오름. 결과는 윤주진이 겁나 발렸긴 하지만..ㅋ 이 논쟁과 관련해서 일베에 올라왔던 글이 하나 있음. 오늘의 주제는 일베가 "팩트"를 얼마나 저질스러운 자세로 대하는지 한번 살펴볼 생각임.
원글 주소 : http://www.ilbe.com/22454228
소시오 옹과 윤주진씨가 논쟁했던 초점은 이승만의 이념과 사상에 대한 논쟁이었던 것으로 기억. 우선 원글을 보면 알겠지만, 이 글은 36베를 받은 글이라는 것. 그러나 그것을 까보면 정말 조악하기 그지없는 저열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먼저 첫 째.
소시오 옹의 근거를 까내리기 위해, 그 발행처를 인용하며 소위 "빨갱이 냄새 난다"는 뉘앙스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
중요한 건, 저 논문의 신뢰도가 비록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논증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것은 논리학에서 기본적인 상식.
그러나 이 글은 출처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웃긴 건, 비판사회학회의 신뢰도는 높다는 것.], 근거를 까내리기 위해 수작치고 있다는 것.
간단히 말하면, 이들의 소위 "논리적 태도"라는 건 "빨갱이 책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는 비합리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 글을 읽어가다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는 말을 종종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둘 째.
이승만 하야가 미국의 압력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로 일축하고 근거로 내놓은 것이 일베 자료.
중요한 건, 소시오 옹은 이승만 하야의 원인을 "시민과 미국의 압력"이었다며 양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 그런데 이 글은 그 중,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라는 굉장히 부분적 주장을 캐치하여 논증 전체를 거짓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는 것. 현실은 이승만의 하야가 미국의 압력도 일정정도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 예컨대, 미국은 이승만에게 "원조를 중단한다"며 협박을 한 적이 있다는 것. "압력"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독해했으니, 이들의 이승만 하야에 대한 미국 압력을 반박하는 논증은 "미국은 이승만에게 '하야'를 요구하지 않았다"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이것을 일반화시켰을 때, 이들의 논증은 간접적 관련을 전부 배제한 채, 1차원적 직접 관련만을 근거 삼고 있다는 것. 이것이 "팩트"?
다음 자료를 봅시다.
여기선 이들이 줄창 주장하는 팩트고 뭐고 없음..ㅋ
요약하면, "어버이 연합과 한대포는 극우가 아니다" 라는 게 이 글을 쓴 일베 작성자의 요지. 여기에 논증은 없다는 것. 그저 근거를 까내리기 바쁜 저열한 주장.
마지막 자료를 봅시다.
소시오 옹은 일민주의에 대하여 "파시즘 이데올로기"로 규정했다는 것.
이것을 "거짓말"로 치부하며 작성자가 내놓는 근거는 백과사전. 일민주의를 개요적으로 "설명"한 글. 일민주의에 대한 개요적 내용을 긁어놓고 "민주주의 이념"이라며 정신승리.
현실은 이승만의 일민주의가 파시즘에 가까운 사상, 전체주의적 사상이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 "한 백성", 일체를 지향하는 전체주의적 사상. 글쓴이의 논증을 그대로 적용해보면, 스탈린주의도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는 것..ㅋ 이들에게 "해석" 능력이 얼마나 조야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이런 글이 36베.
기가 찰 노릇. 팩트? 좃까고 있네 베충이들아..ㅋ
팩트는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해석과 가공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들이 내놓는 "팩트" 역시 프레임과 이데올로기에 의해 가공되고 해석된 자료라는 것. 그런데 이들은 그걸 망각하고, 상대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거짓"으로 치부하며 자신들의 소위 "팩트"만이 진리라고 믿는다는 것..ㅋ 해석 능력이 저급하니, 5.18에 대해 폭동이라는 개소리가 튀어나오는 것.
난 일베에 올라온 이 글이 보여주는 태도, 소위 이들이 가지고 있는 "팩트"에 대한 신앙심은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다고 느낌. 이 글이 "일베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어그로 끌 인간들을 위해 한 마디 하건대, 난 이 글이 결코 일베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음. 다만, 일베에서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행태를 이 글이 녹여내고 있다고 생각. 쉽게 말하면, 이 글은 일베 상당수가 생각하는 "팩트"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함..ㅋ
베충들아,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투철한 신념과, 충분한 지식과, 충만한 용기와 민주주의로 무장한 논객. 혹은 그렇게 되려는 사람.
논객은 관중이 아니다. 참여하고,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
맑스의 정신과, 로자의 두뇌와, 레닌의 실천과, 트로츠키의 용기와, 박노자의 지혜와, 홉스봄의 철학과, 리영희의 고뇌와, 그람시의 냉철함을 가지고 파쇼를 향해, 독재를 향해, 자본주의를 향해, 모든 억압과 속박의 고리를 향해 서슴없이 칼날을 들이대라.
자칭 3류 국제사회주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