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너를 처음 만났을 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자가 있나 싶었어</p><p>귀여운 외모에 말도 조근조근하며 생각도 깊고 상냥하기까지해서 남녀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던 너를 나는 몰래 좋아했고</p><p>그 후로 3개월 후 너의 고백으로 우리는 함께 하게 되었지</p><p><br></p><p>아무것도 볼 것 없고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내게 너는 꽃이, 빛이 되었고</p><p>아침에 일어나면 너의 문자, 목소리 하나에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어</p><p><br></p><p>그렇게 2년, 너는 오늘도 집에서 선을 보라고 한다고 웃으며 말을 했지</p><p>어서 청혼해줘 하는 말이라는 건 알지만,</p><p><br></p><p>미안하다 내가 너무 못나서</p><p><br></p><p>집안도 잘살고 교육도 제대로 받고 학벌도 성격도 외모도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네게 나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p><p><br></p><p>나를 위해 항상 먼길 한달음 달려와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고 목도리를 짜주기도 하고 시험이 있을때마다 누구보다 먼저 응원해주고 슬플때마다 위로해줬던 너를 선뜻 내 사람으로 맞이 하지 못하는것은,</p><p><br></p><p>인생의 최대 굴곡이 돈없고 백없고 아무것도 없는 나를 만난 것일 정도로 곱게 자란 너에게</p><p>환갑이 다 되어가는 홀로된 어머니와 아직 시집도 못 간, 장애가 있는 큰누나, 그리고 나, 아직 대학생이고 고등학생인 내 동생들, 내 월급날만 눈빠져라 기다리는 찢어지게 가난한 우리 집을 안겨주는게 너무 두렵다</p><p><br></p><p>사업하는 부모님 밑에서 곱게 자란 너에게 과연 내 짐을 나눠지어달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p><p><br></p><p>너는 가난이 뭐가 부끄럽냐고 하지 너도 이겨 낼 수 있다고 하지</p><p>나도 가난은 부끄러운것이 아니란건 알고 있어</p><p>그런데 부끄럽기보단 너무 불편하더라...</p><p><br></p><p>그런 가난을 네게 나눠져달라 부탁하기가 너무 괴롭다</p><p><br></p><p>마음같아서는 지금 당장 나와 결혼해달라고 너 같은 여자는 내가 다시 태어나도 못만날 것 같으니 제발 평생 함께하자고 매달리고 싶지만</p><p><br></p><p>내가 너같이 곱고 밝은, 그리고 귀한 여자의 인생에 무슨 짓을 하려는건가 싶어 또 망설이고 망설여진다.</p><p><br></p><p><br></p><p><br></p><p>너를 너무 사랑해</p><p>그래서 결혼하자고 할 수가 없어</p><p>이별을 말해야 할 때인건 알지만 이별하려고 마음 먹은 날 아침마다 너와의 하루하루가 눈물겹도록 행복해서 못하고 있는 나를 이해해 줄래...</p><p><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