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안녕하세요. </P> <P>저는 감히 이런글을 쓰기도 송구스러운 신규간호사입니다. </P> <P>그런데도 제가 이 글을 쓰려는 이유는 </P> <P>간호사가 하는일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른채 그저 막연한 꿈만으로 간호사가 되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그렇습니다. </P> <P>어떻게 보면 힘들게 얻은 직장을 눈물로 포기하는 동기들을 보는 지금, 지금 이 순간이 이 글을 쓰기 가장 적합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P> <P> </P> <P>제가 간호과를 선택하기전에 읽었던 책들이 생각납니다. </P> <P>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 나이팅게일, 삶을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P> <P>그 책들을 읽으며 가슴 설레며 간호사의 꿈을 키웠었는데, 그 책들 어디에도 간호사의 업무나 간호사의 두려움을 설명해주지는 않더군요. </P> <P>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취업이 잘되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시니까, 간호사라는 이미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P> <P>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그렇고 대부분 이와같은 이유로 간호사를 택했습니다. </P> <P>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떠나가는 사람을 붙잡지는 못하더군요. </P> <P> </P> <P>실습나온 학생들 오면 꼭 묻는 말이 있어요. </P> <P>학생선생님은 왜 간호사가 되고싶어요? 왜 간호과 왔어요? </P> <P>다들 똑같이 물어보면 수줍게 웃으며 대답하죠. 어릴적부터 꿈이었었어요. </P> <P>어쩌면 저는 제가 가졌던 간호사의 꿈을 상기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그렇게 매번 물어보는지도 모르겠어요. </P> <P>학생때 늘 선생님들이 왜 맨날 저런질문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제가 간호사가 되어보니 알겠더군요. </P> <P>정말 지쳐서 떠나고 싶을때, 다 포기하고 싶을때, 너무 힘들어서 울고싶을때 학생들에게 저런 질문을 합니다. </P> <P>왜 간호사가 되고싶어요? 그 질문이 바로 질문하는 당사자,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라는걸 간호사가 되어 눈물로 배웠습니다. </P> <P> </P> <P>그래서 더더욱 간호사의 일과 책임과 부담감을 후배들은 알았으면 해서 글을 씁니다. </P> <P> </P> <P>1. 환자의 상태이상 파악</P> <P>환자가 병실에서 상태가 악화되면, 의사가 마법처럼 나타나서 멋지게 처방내리고 치료해줄까요? 아니요. </P> <P>대부분은 환자 본인조차도 자신의 상태변화를 모르고 있을때 간호사가 눈치채고 닥터에게 notify합니다. </P> <P>그리고 간호사는 환자가 왜 머리가 아픈지, 왜 토할 것 같은지 알아야해요. </P> <P>환자가 구토감을 호소할 때 아 이 환자는 pca(무통주사라고 알고계시는)를 하고 있고 pca에 처방되는 약물은 </P> <P>어떤 어떤 약물이 있으니까 그 부작용으로 구토를 호소하시는구나 알아야 합니다. </P> <P>그렇게 짐작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다른 증상은 없는지 혹시 다른 원인때문에 그런것은 아닌지 또 사정해야 하고요.</P> <P>간호사가 오더없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다 해놓고 닥터에게 노티합니다. </P> <P>의사에게 "누구환자 토할것같다네요" 라고 보고하는게 아니라 </P> <P>"누구환자 pca달고 계시는 분으로 구토감 호소하셔서 일단 pca는 잠궈놨구요. 바이탈 괜찮고 다른증상 없어요" 라고 보고해야 한다는거죠. </P> <P>의사는 간호사에게 정보를 얻은것을 토대로 처방을 내리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다 주어야 하고 </P> <P>필요한 정보를 주려면 증상의 원인을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P> <P>예를들면 환자가 가슴통증을 호소할때 협심증 환자인지 위식도역류증 환자인지에 따라 내가 환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게 다르겠죠? </P> <P> </P> <P>2. 오더수행 </P> <P>위 상황을 계속 예를들어볼까요? pca로 인해 구토감 호소하는 분께 어떤 처방이 날지 간호사는 알고있어야 합니다. </P> <P>구토감 너무 심하면 pca는 잠가놓고 다른 진통제를 주겠구나 아니면 pca유지하면서 항구토제를 처방하겠구나 예상해야하죠. </P> <P>왜냐하면 간호사가 오더를 걸러야 하기 때문이에요. 닥터도 사람인 이상 실수합니다. 아니 사실 연차가 낮을수록 실수하는건 당연하죠.</P> <P>간호사는 환자의 대변인이 되어서 부적절한 오더를 거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P> <P>왜냐면 오더의 최종 수행자가 간호사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서명하기 때문이죠. </P> <P>환자들이 투약받는 약 하나하나에, 환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기록에 간호사의 서명이 들어갑니다. </P> <P>그건 이로인한 결과에 의료인으로서 간호사인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에요. </P> <P>여기서 말하는 책임이란 말뿐인 책임이 아니라 '법적책임' 입니다. </P> <P>간호사가 멍청해서 의사가 하라는대로 해서 환자가 죽었을경우 간호사에게도 법적책임이 있다는 말이죠. </P> <P> </P> <P>한번은 제가 학생때 실습했던 병원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P> <P>환자가 혈압이 높은 상황에서 맥박이 느린 상황이었는데 의사가 b-bloker약물 처방을 내렸죠. </P> <P>b-bloker약물은 맥박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서맥인 환자에게는 잘 쓰지 않는데 그 환자는 맥박이 50대인데 처방이났어요. </P> <P>간호사가 "이 환자 pulse 54인데 그냥 줘요?" 물었더니 의사가 "그럼 혈압이 높은데 어떻게 해요?" 라고 되묻더군요. </P> <P>전화끊은 간호사가 "의사가 알아서 하겠지 난 몰라" 이러고 투여했고, 환자는 맥박이 순간적으로 20대까지 떨어져서 토하고 잠시 의식을 잃었어요.</P> <P>물론 순간적인 일이었고 환자분은 그 뒤 괜찮으셔서 아무일 없이 넘어갔지만 그 간호사의 무책임함은 잊혀지지 않더군요. </P> <P>반면에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도 병원에서 학생실습중이었는데 간호사 한분이 전화붙잡고 닥터랑 싸우시더군요. </P> <P>"그렇게 그 약을 투여하고 싶으면 선생님이 와서 직접 하세요. 저는 못줍니다!" </P> <P>간호사가 그 질환을 치료하는 프로토콜을 모르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P> <P>입원 첫날에는 뭐하는지, 수술 전날에 뭐하는지, 수술당일, 수술 다음날, 그 다음날, 그 다음날...아무것도 모르면 하라는대로 하게되죠. </P> <P>하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게 의료인의 일이에요. 아무도 실수를 캐치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죠. </P> <P>1~2년차 레지던트 샘들은 오더 엉망으로 내고 윗년차한테 "정 모르겠으면 연차높은 간호사한테 물어보고 하던가!" 라고 혼나는 일도 태반이에요. </P> <P> </P> <P>3. 교육</P> <P>간호사가 하는 일의 상당부분이 바로 교육이에요. 환자, 보호자 교육도 해야하고 학생도 교육해야 하고 신규도 교육해야하고요. </P> <P>그리고 끊임없이 각종 교육을 받아야 하고 케이스스터디를 해야하고 논문도 씁니다. </P> <P>그 중 정말 숨쉬듯이 해야하는건 환자교육이죠. 교육도 참 어려운 부분이에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으로 충분히 설명해야 하죠. </P> <P>검사 하나를 해도 환자 입장에서는 납득하지 못하면 몇십만원 생돈날리는거라고 느낄 수 있어요. </P> <P>이 검사는 왜, 언제, 어떻게 할거고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은 언제까지 금식을 하셔야 되고 검사 한 다음에는 </P> <P>어떤어떤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건 정상적인 거고 어떤건 비정상이니까 즉시 말씀해주셔야 되요. </P> <P>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검사의 목적과 방법과 전후간호에 대해서 알고있는 것 뿐 아니라 환자를 설득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P> <P>꼭 필요한 검사인데도 병원에서 돈벌어먹으려고 나 돈없는데 괜히 검사시킨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절반은 되는 거 같아요. 일하다보면..</P> <P>내가 충분히 근거를 대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환자는 의료인과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치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P> <P> </P> <P>4. 서비스 </P> <P>간호사는 서비스직이에요. 많은 환자분들이 내가 비싼돈 내고 치료받는 만큼 대접받기를 원하십니다. </P> <P>내가 아픈만큼 돌봄받기를 원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나를 봐주길 호소하고 내 말을 들어주길, 내가 말안해도 알아주길 기대하죠. </P> <P>특히 어르신들은 아파도 안아프다고 하시지만 눈빛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P> <P>"내가 너무 아픈데 자식들 보기 미안해서, 바쁜 간호사한테 미안해서 아프단 말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알아주면 좋겠어요."</P> <P>간호사가 바빠서 하루종일 얼굴도 안비치고 약만주고 가버렸을때 환자는 분통을 터뜨려요. 불친절한 간호사 같으니. </P> <P>인력이 부족해서 정말 너무 바빠서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밥도 못먹고 화장실도 못갔지만 환자분들은 내가 그렇게 일하는지 몰라요. </P> <P>그렇기 때문에 간호사는 더 친절해야 해요. 평소에 친절한 간호사가 바쁠때 덜 욕먹어요. 물론 바쁠때 신환들어오면 욕먹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P> <P>내가 힘들고 바쁠때 환자에게 친절해 지려면 기본적으로 그 환자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어야해요. </P> <P>간호사가 환자보다 간호사 스스로를 가엾게 여길 때 그만두게 되는 것 같아요. </P> <P> </P> <P> </P> <P>대충 간호사의 일에 대해 감이 잡히시나요? </P> <P>다른 간호사 선생님들이 제 글을 보충해주신다면 좋겠네요. </P> <P>제가 간호사의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드렸지만, 간호사의 스트레스는 업무적인 것 외에도 많아요. </P> <P>부족한 인력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근무시간이 길어지지만 그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는 병원,</P> <P>모두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형성되는 긴장감있는 대인관계 </P> <P>생활리듬이 깨져서 체력관리가 힘든 점 등등 </P> <P>간호사가 되고싶은 후배님들은 좀 더 각오하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P> <P>대학병원들 매해 300명씩 뽑고 1년지나면 30명 남고, 또 1년 지나면 절반 남고 그럽니다. </P> <P>그만큼 자기 희생이 필요한 직업이고 실제로 많은 신규들이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자신을 잃는 느낌을 가져요. </P> <P>하지만 분명한건, 제가 이 직업을 소중하게 꿈꿨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겁니다. </P> <P> </P> <P>제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