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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442087
    작성자 : 사바바
    추천 : 40
    조회수 : 7880
    IP : 115.140.***.163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2/17 15:04:37
    원글작성시간 : 2012/02/17 05:09:52
    http://todayhumor.com/?humorbest_442087 모바일
    우리나라 인디밴드들 결성부터 해체까지 과정.txt
    첨엔 그냥 노래가 좋았어요.

    근데 전 노래를 잘 못하니까 안될꺼야 아마 해서 

    알바를 해서 기타를 샀죠.

    근데 기타가 겁나 재밌어요.

    좋아하는 노래들을 기타로 치게 되니까 행복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밴드같은거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걍 다른 파트랑 합주만 해도 인생이 행복할꺼 같더라구요.

    근데 밴드를 어찌할지 몰라서 그냥 그러고 살았죠.

    그러다 우연히 제가 기타친다는 소문을 들은 한 친구가 같이 밴드하제요.

    근데 베이스랑, 드럼이 안구해져요.

    한 1년 허송세월하다가 겨우 구했어요.

    첫합주는 설레이더군요.

    밴드해서 햄볶았죠.

    밴드를 하니까 공연 욕심이 생기는거에요.

    근데 다 군대가야되요.

    군대갔어요 저도.

    다녀오니까 다 이제 밴드 안한데요.

    밴드할땐 어려서 그랬대요. 이제 먹고 살 걱정해야된다며 철든척들 해요.

    혼자 멤버를 다시 구해요.

    안구해져요. 안될꺼에요 아마.

    회사를 다녀요.

    퇴근하며 항상 밴드를 꿈꾸며 공연하는 상상을 하죠.

    오른손 팔뚝에 대고 왼손으로 연주하는 흉내를 내며 잠이 들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다시 결심을 해요.

    약 2년에 걸쳐 멤버를 겨우 다 모아요.

    술값이 많이 나갔어요.

    드디어 공연을 뛰기도 해요.

    관객이 1-2명 뿐이라 민망하지만 뭐 첨엔 다 그렇데요.

    이제 막 정기공연도 뛰고 할만한데,

    한놈이 공무원 시험준비한다고 또 나가요.

    참 멤버구하기 힘들어요.

    몇개월만에 대체 멤버 구해요.

    또 한놈이 사는게 힘들다며 이제 슬슬 정신차려야겠다고 나가요.

    괴롭지만 말리진 못해요. 가족들 친구들 눈치보며 돈 못모으고 음악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거든요.

    음악의 고통에 휩싸여 작곡을 시작해요.

    멤버를 다시 구하는 동안 자작곡을 늘리겠다 다짐해요.

    다른 멤버는 안도와줘요.

    이론공부가 귀찮데요.

    혼자 몇곡 만들어요.

    그러다 밴드 우여곡절끝에 멤버를 구해요.

    그동안 뮬에 올린 구인글만 100개가 넘을 테지만 걍 아는 지인 소개로 우연히 영입해요.

    이제 남은건 정상으로 가는것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회사를 그만둬요. 시간이 많이 남는 일을 구해요.

    클럽을 늘리고 여기저기 소주 접대를 일삼고, 합주도 자주해요.

    작곡된 곡들을 레코딩하기 시작해요.

    돈도 다 떨어져가고 나이도 먹으니 주변에서 너무 걱정들을 해요.

    술담배가 늘고 짜증이 늘어요.

    음악외에 친구들과 멀어져요.

    연애는 왜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해도 지금은 너무 힘들꺼 같아요.

    멤버가 또 나가요. 이젠 이유도 안물어봐요.

    말없이 술한잔 하고 보내요.

    레코딩이 중단되요.

    멤버를 다시 또 구하려니 너무 힘이 들어요.

    남은 멤버들이 늙고 노쇄해지기 시작해요.

    기타를 잡은지 십수년...세번째인 이 밴드도 5년이나 됬어요.

    열정도 예전같지 않아요.

    합주도 설렁설렁하고 늘지 않는 관객에 힘만 빠져요.

    1주일에 2번 하던 합주가 2주일에 한번 하게 돼요.

    합주 2시간 하고 6시간 동안 뒷풀이를 해요.

    갑자기 락이 진절머리가 나요.

    투에니원이 땡겨요.

    엠피3에 좋아하는 밴드들 음악을 거의 지우고 투에니원과 기타등등 걸그룹 음악들이 늘어나요.

    회사를 관둬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구한 회사라...그만두면서 조금 미안했어요.

    이제 야근도 많고 주말도 자주 일하는 돈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요.

    오랫만에 용돈이 넉넉해요.

    합주하러 멤버들을 만났는데 그냥 합주가 귀찮아요.

    걍 소주를 빨아요. 남는 용돈으로 데킬라도 한잔해요.

    취해 들어가면 만사 귀찮아져요.

    회사 욕, 주변 음악인 욕, 인생과 음악의 절망에 관해 대담화를 펼치다

    술기운에 우리 이제 그만할까 라는 소리를 해요.

    우리 할만큼 했잖아 라는 소리까지 나와요.

    그렇게 심플하게 밴드가 해체되요.

    술 존나 꼴아서 다음날 일어나요.

    기타를 닦아요.

    줄도 풀어서 하드케이스에 넣어놔요.

    온라인게임을 시작해요.

    해가지고 저녁을 먹고 디씨를 켜요.

    시발 내일 출근하기 존나 싫어요.

    밴드 하는 사람들은 배고프고 매일 절망과 싸우겠지, 난 대신 돈 잘 벌잖아 라며 스스로를 위안해요.

    그래도 시발 내일 출근하기 존나 싫어요.


    인밴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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