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게시판에 써야 할까 고민했는데 연예인게시판에서 이슈가 되다 보니 여기에 씁니다.
짤방 없어서 죄송해요<(__)>
종편이란 게 종합편성채널의 약자란 건 다들 아시겠죠.
케이블 TV신청률이 80%가량 되어가는 상황에서 지상파냐 케이블이냐 이런 건 사실 별 차이 없습니다.
종편이 중요한 점은 바로 "종합편성"채널이란 점입니다.
뉴스면 뉴스, 드라마면 드라마, 음악이면 음악... 이렇게 한 종류의 방송물을 송출할 수 밖에 없는 기존 케이블 TV와 차별화 되는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이 모든 종류의 방송물을 방송사 마음대로 송출할 수 있습니다. 기존 케이블 TV의 방송물로는 시청자를 한 채널에 오랜시간 붙잡아두기 힘들지만 종합편성채널은 이것저것 패키지로 내보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시청률에 이점을 갖고 들어가는 겁니다.
더구나 새로 생겨나는 종편 4곳 가운데 3곳은 거대 신문사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로(나머지 하나는 매일경제) 이들은 모회사의 자본을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과 유명 예능 PD를 끌어오는 등 시청률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종편 4곳이 지상파 채널 번호와 가까운 20번대 이하의 낮은 채널번호를 요구하고 있으며 최시중을 비롯한 방통위 간부가 이에 응해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생겨나는 문제가 뭐냐면 기존 종합편성채널인 지상파 3사(KBS,MBC,SBS)의 광고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점이죠.
종합편성채널에 TV광고를 할 만한 자본을 가진 광고주의 수는 한정되어있는데 그걸 가져갈 종편의 수는 단숨에 두배로 불어난다? 그럼 과연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새로 편성되는 종편 가운데 JTBC라는 곳이 있습니다. 중앙일보 계열의 종편 채널이죠. 그리고 중앙일보는 국내 최대광고주인 삼성그룹의 계열사 출신입니다.
결과는 뻔한 거 아닙니까? 당연히 각 방송사의 광고수입은 반토막이 납니다. KBS2TV, MBC, SBS는 수입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크죠. KBS2TV는 KBS의 수신료를 6,5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받지 않는 것으로 대체하자는 안이 있었지만 현재 수신료 인상안은 3,500원으로 가닥을 잡아서 이 안건은 무리가 있죠.
결국 지상파 3사의 방송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의 제작 단가를 후려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지상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반값으로 제작해야 된다면 그 질이 어떻게 될 지 상상이 가십니까?
우리나라의 두배가 넘는 인구에 몇배가 넘는 경제규모를 가진 일본도 종합편성채널의 규모는 (지역마다 다르지만)7개정도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 방송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알고싶다면 대만 방송을 보면 됩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8904.html (한겨레 기사입니다. 종편의 당사자인 조중동과 매경에서 종편에 부정적인 기사는 쓸 리가 없겠죠? 이들 4사는 종편 선정 직후부터 자사의 지면까지 동원해 지상파와 가까운 낮은 번호대의 채널을 배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중요부분은 이 대목입니다.
『SBS 정책팀의 엄재용 차장은 “대만의 경우 자유방임형 케이블TV 정책으로 종합편성화한 케이블방송들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외국산 프로그램을 앞다퉈 수입해 방영한 결과, 대만 내의 제작 기반이 붕괴한 것은 물론 문화주권까지 위협받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의 자금이 줄어들면 당연히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요. 저비용 고효율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고 쉬운 방법은 프로그램을 수입해오는 거겠죠. "드라마 한류로 방송사 수익구조를 확대하겠다" 하면 말은 좋지만 그것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었을 때의 일이고 이런 식으로 제작비를 절감하다 보면 결국 생산되는 프로그램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그 좋다는 드라마 한류는 흐지부지 사라지고 마는 거죠. 오히려 쪼끔이나마 건전한 프로그램이라도 잘 만들이지면 다행이겠습니다. 값싸고 재밌는 프로그램 만들려다 안되면 시청률이나 올려보자고 만들어지는 게 막장드라마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훤하지 않습니까? 지금도 이 모양인데.
『“우리도 세계 10~20위권에 드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1~2개 나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 허가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
위의 뉴스 첫머리 글입니다. 종편을 만들겠다고 그렇게 유난을 떨면서 외치던 최대의 이유가 이겁니다. 무슨 선진국마다 세계 10~20위권에 드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존재해야 한다는 국제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렇게 뭐든 세계 10위권에 들고 싶어 안달이신 분들이 세계10위권의 글로발 소프트웨어 회사나 글로발 대체 에너지 회사는 왜 만들려고 하지 않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사용인구가 5천만가량인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 가능하기는 할 겁니다. 남북 통일하면 말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