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글이 아니라 우선 죄송합니다.

제가 다섯살 때군요. 어린 마음에 군인경찰은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80년 5월 광주에서 열을 지어 걸어가던 군인들은 그저 공포의 대상이 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들이 왜 왔는지도 몰랐는데 마냥 무서웠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 아닌가합니다.

며칠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른 아침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는데

파출소가 불타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나부다..했던 것 같지만

그때도 제가 사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는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날 오후,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가신 아버지께서는

그날 밤에는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에 아버지를 찾겠다며 나가신 어머니께서 저녁 무렵 홀로 돌아오셨고,

다음날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지요.

어머니께서는 그 상황에서도 제가 먹을 반찬을 해놓고

밥 꼭 잘챙겨 먹고 밖에 나가리 말라고 몇 번을 당부하셨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인가...  어머님께 들은 이야기인데

병원을 돌면서 시신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하시면서

처음에는 제발 여기에 없기를 빌면서 찾았는데,

나중에는 제발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하셨습니다.

작고 여린 분이 남편을 찾겠다고 그 무서운 곳을 지나

하루 종일 시신을 확인하셨다고 하시니... 

여전히 어린 나이였지만 듣는 동안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가신지 일주일이 되기 전에 아버지께서는 돌아오셨고,

어머니께서 핏물이 마른 아버지의 옷깃을 부여잡고 한참을 우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것도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헌혈할 사람을 모으러 돌아다니다가

군인들과 마주쳤고 그 다음은 정신을 잃어 기억은 없지만

어느 슈퍼 앞에 쓰러져있는 아버지를 슈퍼 주인분께서 셔터를 살짝 올리고 끌어당겨서 살 수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아버지 손을 잡고 슈퍼에 찾아가서 인사도 드렸는데,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빠다코코넛 비스켓'을 처음 먹어봐서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래서 제가 그분을 빠다 삼촌이라고 불렀습니다. 참 어렸지요.^^;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일들을 보고있자니...

80년 5월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아 남일 같지가 않네요.

뭔가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참 답답할 따름입니다.

부디 더이상의 피흘림 없이 현상황을 극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