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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친구놈이 해줬던 말이 떠오른다
쓸데없는 생각은 말로 내뱉지 않아야 한다고
그리고 교복 입고 연애 해본 내가 부럽다며 10년 가까이 우려먹으며 기억하는 내 기억력
무슨 소린가 싶지만 그 교복 입고 연애할 때와 연관 되어 있기에 더욱이 떠오른다
쓸데없는 생각을 말로 내뱉는게 아니라 글로 써도 마찬가지겠지만
명분이 없다 라며 빨간탈쓰고 벌레 먹는 뚱뚱한 아저씨가 생각났다
명분이라...
한동안 오유에 글도 안썼으니 그냥 한번 써보자 그게 내 명분이다
29살 백수에 쏠로
이 나이 되도록 뭐했나 싶다 @팡 배달 해보라고 주변에서 권하길래
전재산의 반이상이나 되는 8만원을 들여서 몇년전에 샀던 자전거 앞뒤 바퀴를 바꿨더니
이게 웬걸 친구녀석의 연결로 마트에서 2주 단기 알바 자리가 잡혔다
이것 저것 서류 준비 해서 와달라기에 인쇄소까지 버스를 타고 갈까 싶었지만
운동도 할겸 기왕 고친 자전거도 뽕 뽑아야지 라는 생각에
중학생 때 샀던 등산용 덧장갑을 끼고 출발 했다
담임 선생님과 방학 때 지리산 종주 하러 여름 겨울 2번이나 갈 때
없는 형편에 그 비싼 등산 장비를 부모님께서 사주실 때 같이 샀던 것이었다
시원하게 내리막을 달려서 서류를 뽑고 돌아오는 길
딸랑 2장 뽑자고 이 힘든 언덕 길을 올라가자니 허벅지가 터질꺼 같다
버스를 타자니 버스비가 아깝고 허벅지는 아프고 간신히 신호등에서 멈춰섰다
장갑위에 바람막이겸 눈에 젖지 말라고 덧 씌우는 장갑이라 손에 비해 꽤 컷기에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는데
왼손 약지 부분에서 달랑 달랑 거리며 무언가 들어있는게 느껴졌다
설마 했지만 손 끝에 닿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반지라는걸 알아차렸다
고2 겨울 방학 눈이 꽤 내린 날
첫사랑이자 첫 연애 상대였던 그녀가 눈이 많이 왔다며 같이 놀자고 그녀의 아파트 놀이터로 나를 불렀었다
그때도 그 장갑을 끼고 갔었고 눈사람도 만들고 장난도 치며 놀고 집에 돌아오니 반지는 안보였고
놀이터에 다시 들려 눈속을 헤집으며 찾고 주머니를 뒤져보아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에서 울며불며 이야기를 했고 그때는 다행히도 내가 너무 속상해 한것 때문에 그녀는 화는 커녕 오히려 나를 달랬다
속상하고 분통했다 처음으로 맞춘 커플링인데다가 이미 추석 용돈과 전재산으로 샀던 반지라 돈이 없어 새로 맞출수는 없는 상황
아빠에게 이야기를 실토했고 엄마에게는 비밀로 한채 새로 반지를 맞출수 있게 도와주셨었다
그뒤로 50일 쯤 지나 보기좋게 차이며 첫번째 반지에 대한 기억은 지난 10년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설마 그때 그 반지인가!
머릿속 퍼즐들이 맞춰지며 모든걸 다시 기억해냈다
장갑 속에서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장갑을 벗었다
색이 바래 검어진 반지가 헐겁게 내 약지에 끼워져 있었다
운동도 안하고 끼니도 제때 안먹어 살이 빠졌는지 반지는 헐거웠다
아니,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그때도 조금 헐거워서 빠졌을 것이다
화가 치솟는다
장갑속을 찾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제일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나에게 이런 상황이 온 타이밍에게
그렇다고 딱히 화풀이를 할수 없어 큰 페트 콜라를 사들고 집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콜라를 홀짝대며 글을 쓰면서 생각이 들었다
괜히 반지를 손위에 두고 만지작 거렸다
이것을 어떻게 처분할까
그냥 버려야 하는 것인가 재활용인가 일반쓰레기인가
아니 그냥 애초에 연애란걸 안했으면 이런 상황도 안 벌어졌을 텐데!
괜히 커플링이란건 해가지고 이게 무슨 절망감이란 말인가!
안그래도 사회에서 도태된 자에게 이 무슨 시련인가!
라고 생각 해봐도 나태한 나 자신에게 뭐래도 별 상관 없었다
과거의 기억이 날 괴롭혀도 이 망할 코로나 때문에 커피쟁이에게 취직도 안되는 요즘
추억에 젖어 문학학품 주인공 마냥 가슴 아파할 여유 따위 없다
반지 하나 때문에 기분이 잡친것이 유머였고
그것이 명분이어서 글을 쓴것 뿐이다
신세 한탄은 이쯤이면 됐다
어차피 내일 부턴 아르바이트니까 바빠서 금방 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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