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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604438
    작성자 : 으컁킁컁
    추천 : 32
    조회수 : 8255
    IP : 14.5.***.98
    댓글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9/08/30 09:25:55
    원글작성시간 : 2019/08/30 00:37:3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04438 모바일
    소나기처럼 찾아온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div><br></div> <div>온몸으로 비를 맞은 상태로 힘겹게 현관문을 열었다</div> <div><br></div> <div>비에 젖어 벗겨지지도 않는 양말을 벗기도 전에</div> <div><br></div> <div>술에 취했다는것이 무색하게 변기통으로 달려갔다</div> <div><br></div> <div>갑자기 지나간 소나기를 피하려 뛰었던 것이</div> <div><br></div> <div>주량을 뛰어넘은 위장에 부담이었으리라</div> <div><br></div> <div>한참을 토악질을 하다 힘이 다해 변기에 팔을 걸치고 주저 앉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주임님은 왜 여자친구 안사겨요?'</div> <div><br></div> <div><br></div> <div>멍한 정신에 낮에 그녀와 나눴던 말들이 떠오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일손이 부족했던 회사에 그녀는 갑작스레 신입으로 찾아왔다</div> <div><br></div> <div>새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는 당돌했다</div> <div><br></div> <div>씩씩하고 당차고 예의 바른 그녀였다</div> <div><br></div> <div>처음엔 업무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으나 점점 말이 트였다</div> <div><br></div> <div>대화를 하다보니 그녀가 어딜가나 주목 받는 이유가 있었다</div> <div><br></div> <div>상당히 외향적인 그녀는 나와는 정 반대 였다</div> <div><br></div> <div>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대화법을 알고 얼굴은 항상 밝았다</div> <div><br></div> <div>어딜가든 누구를 만나든 가뭄에 내리는 소나기 처럼</div> <div><br></div> <div>사람들은 웃음에 젖어 들었다</div> <div><br></div> <div>우리 부서에 온지 일주일이 지났을까</div> <div><br></div> <div>그녀와 대화하는 빈도가 늘어났다</div> <div><br></div> <div>허나 딱히 관심이 없었다</div> <div><br></div> <div>많은 이 오유 유저들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div> <div><br></div> <div>이쁘고 활기찬 그녀와 어둡고 칙칙한 내가 </div> <div><br></div> <div>좋은 일로 엮이는 그런 상상 조차 포기한지 오래다</div> <div><br></div> <div>그래서 더욱 허물 없이 그녀를 대했고 이야기를 나눴다</div> <div><br></div> <div>그녀도 그런 나의 태도가 거부감이 안들었는지 </div> <div><br></div> <div>서슴없이 나에게 나가와 이야기를 했다</div> <div><br></div> <div>업무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농담까지</div> <div><br></div> <div>초등학생 시절 수업 몰래 짝꿍과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div> <div><br></div> <div>그런 그녀가 문득 물었다</div> <div><br></div> <div>남자친구 선물이 뭐가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역시...'</div> <div><br></div> <div><br></div> <div>기대하지 않기로 한 내가 잠시나마 기특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가서 일이나 해"</div> <div><br></div> <div>"아니이이 그러지 말고 좀 골라줘요~ 지갑이 좋을까요 가방이 좋을까요?"</div> <div><br></div> <div>"아 몰라 몰라 난 그런거 안끼어들꺼야"</div> <div><br></div> <div>"아 왜요!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찾아온건데!"</div> <div><br></div> <div>"너 내가 골라준거 사줬다가 잘 안되면 어쩔꺼야 나만 나쁜놈 되잖아"</div> <div><br></div> <div>"아... 그래도오오오!"</div> <div><br></div> <div>"그래도오~! 는 무슨 가서 일이나 해!"</div> <div><br></div> <div><br></div> <div>대화를 피하려 바로 탕비실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div> <div><br></div> <div>따라들어온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주임님도 여자친구 있으실꺼 아니에요 선물 받은거 없어요?"</div> <div><br></div> <div>"그런거 없어 안키워"</div> <div><br></div> <div>"아 진짜 웃겨 ㅋㅋㅋㅋ 뭘 키워요 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됐고 얼른 나가라 좀 있다 회의 한다"</div> <div><br></div> <div>"주임님 모쏠은 아니잖아요 다 알고 있거든요"</div> <div><br></div> <div>"허 참 나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div> <div><br></div> <div>"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럼 여자친구 지금은 진짜 없어요?"</div> <div><br></div> <div>"있었 었 었 었 었 었는데 지금은 없다 왜!"</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그녀는 깔깔 웃으며 의자에 주저 앉는다</div> <div><br></div> <div>쓴웃음을 삼키며 자판기에 돈을 넣었다</div> <div><br></div> <div>망할 천원짜리가 구겨져 잘 들어가지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아 주임님 완전 웃곀ㅋㅋㅋㅋㅋ 아 배아파 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br></div> <div>왠지 웃음거리가 된것 같아 기분이 착잡하다</div> <div><br></div> <div>마음을 다잡고 천원을 곱게 펴서 다시 집어넣으려는 순간</div> <div><br></div> <div>그녀가 나에게 물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주임님은 왜 여자친구 안사겨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자판기 버튼에 불이 들어오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흐려진 눈 앞에 들어온 빨간 버튼을 아무거나 눌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연애 혼자 하냐?"</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음료도 꺼내지 않고 나는 그냥 돌아서 나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뒤에서 그녀가 음료수 가져가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지만</span></div> <div><br></div> <div>멍한 정신이 돌아온건 혼자서 연거푸 마신 술을 다 토하고 나서이다</div> <div><br></div> <div>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div> <div><br></div> <div>몸도 마음도 소나기를 맞았다</div> <div><br></div> <div>그녀에게 감정이 있던걸까</div> <div><br></div> <div>그건 아닌것 같다</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한마디에 왜이리 흔들리는 걸까</div> <div><br></div> <div>채 아물지도 않은 상처에 소나기를 맞아서 그런걸까</div> <div><br></div> <div>따갑고 쓰라리다</div> <div><br></div> <div>조금은 슬픈것 같다</div> <div><br></div>
    으컁킁컁의 꼬릿말입니다
    Adieu, ché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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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08/30 00:54:33  49.171.***.236  노비+학생  24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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