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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602728
    작성자 : 현장노동자
    추천 : 33
    조회수 : 10498
    IP : 173.245.***.178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9/08/10 12:06:43
    원글작성시간 : 2019/08/09 22:08:2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602728 모바일
    휴대폰과 나.ssul


    언젠가 헤어질거라고 생각은 했어.
    날 보며 밝은 미소를 짓던 너는,
    그 미소조차 힘들어 잠들기 일쑤였지.
    날 보며 처음처럼 웃어줘 라고 말했지만
    너는 그녀가 떠나가던 날 처럼 미안하다는 듯
    이젠 싫다는 듯 어쩔 수 없다는 듯 놔달라고 했지.
    난 그걸 무시한 채 너만은 나를 영원히 사랑할거라
    그렇게 애써 현실을 외면했던거야.

    언젠가 헤어질거라고 생각은 했어.
    그렇지만 이런식은 아니였어.
    행주대교를 넘던 그날 너는 마침내 액정이 두동강나며
    이젠 제발, 이라고 말하는 듯 나에게 이별을 강요했지.

    사람은 언제든 기다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지만
    너는 사람이 아니였기에 그리 할 수 없었어.
    난 슬픈 목소리로 너에게 말했지.
    하긴 사람이라고 미련이 남아 쉬 다시 시작할
    수 있는건 아니다마는.

    '맞다 ㅆ발... 보험 안들어놨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슬픈 이별을 마주한채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미널 휴대폰가게에 가서
    세상 슬픈 목소리로, 입가에 애써 미소를 띄운 채
    말했어.

    '...갤럭시 s10 개통해주세요...보험...들어서요...'

    그게 내가 s10을 산 이유야...

    솔직히 말하면 어느 노래 한구절이 생각나더라.

    '이제 나 다른사람 만나러가요. 새로운 사랑이
    오려나봐요. 그사람 만나러 가는길 벌써 이렇게
    조금씩 떨려와요.'




    2.

    시티즈 스카이라인이라는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고 했던가.
    손은 느린데 생각만 많은 나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게임이였다. 도시계획 수립을 하는 동안에는 정지버튼을
    누르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다가 도로정비 구획정비
    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세렌디피티 라고 이름지은 그 도시는 지금도
    아름다운 환경파괴를 애써 외면한 채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내일이랑 모레는 하루종일 대중교통과
    신산업 발전에 투자해야지.



    3.

    안녕하세요 대리님. 어휴 안보신 사이에 잘생겨지셨어요.
    아이고 농담은요 무슨. 좋은거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제가먹긴요. 대리님 사드려야죠. 그나저나 저번 결제는
    조금 늦으셨던데. 기성이란게 뭐 따박따박 들어오나요?
    사람이란게 다 들어맞고 그러지는 않죠. 아이고. 뭐
    음료수를 다.. 잘먹겠습니다. 허허.

    +이제부터 속마음)

    에이 쓉뻘 두시까지 오라고 했으면서 장난하냐
    밥쳐먹었냐고? 니때문에 스파게티 컵라면 쳐먹고왔거든?
    하긴 뭐 니 죄겠냐 니 회사가 지럴맞은거지.
    하시발 퇴근하고싶다. 오늘은 주택구역 재정비하면서
    술마실건데 이새끼 만나느냐고 오늘도 여덟시 퇴근 확정이네
    어차피 들어가봐야 욕만먹을거 그냥 내가 욕하고 그만두고
    시티즈나 한 십년 하고싶다.
    아 기타치고싶다.
    여행가고싶다. 으아아아아악!!!

    - 현실의 이야기)

    아이고 그럼 가보겠습니다.
    언제 식사 한번 하셔야죠. 아니요 아뇨. 제가사야죠.
    감사합니다 대리님 예. 가보겠습니다.



    4.

    퇴근하고 난 뒤에는 되도록 말이란걸 하지 않는다.
    방구석 여포는 아니다만, 부모님께서 뭘 물어보셔도
    되도록 짧게 대답한다. 그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
    대인관계라는 말은 누가 만든건진 모르겠는데
    글쎄 지금의 나로써는 대인관계 할 때의 그 대인
    뒤에 붙는 단어가 대인화기 대인무기 대인지뢰 뭐
    이런것 밖에는 안떠오른다.


    5.

    토요일 오후에 퇴근해 잠자고 밤 열한시쯤에 일어나
    유흥가를 술 없이 거닐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떡볶이 뭐 그런걸 먹고오는 길에 보리차와 미닛메이드
    스파클링 청포도를 사오는 과정들을 나에겐 각별하다.
    왜냐하면 그 다음날인 일요일은 쉬는날이고
    나에겐 그 어떤것도 제약이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잠올때까지 밤새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못다 본 제5공화국과 환상의커플 정주행을 하는 날이다.
    그런데 일요일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일하라고 하는 날이
    많아진다.
    한번만 더 그런전화 오면 자살할거야.
    일은 너혼자 해. 난 그냥 뒤질테니까.


    6.
    그래도 난 여전히 일하겠지 그리고 살아가겠지.
    나란놈은 세상에 미련이 많으니까.
    2020년부터 우리나라에 항모건조 한다는데
    그거 취역하면 관함식에서 볼날까지만 살아야지.
    내가 잘못된거야. 세상은 잘못되지 않았어.

    그게 맞을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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