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08/15651617095d67d9e4b42a4d56b4c30e6ed11fdd72__w1440__h810__f296070__Ym201908.jpg" alt="2e6ef21bc0ff93.jpg" style="border:medium none;" class="chimg_photo" filesize="296070" width="800" height="450"></div> <div><br></div> <div><br></div> <div> <p>너무 오랜만에 찾은 엄마의 방입니다. 알록달록한 조화가 벽 한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br></p> <p>그 밑에 빨래줄처럼 늘어뜨린 털실에 자식들과 손주들의 사진이 대롱대롱 널려있습니다. <br></p> <p>그리고 그 밑, 두뼘 크기의 화선지에 쓰여진 붓글씨가 보입니다. '매일 조하진다'</p> <p><br></p> <p>올해 여든 넷 우리 엄마는 한글 맞춤법을 틀릴 때가 많습니다. 일제 시대에 소학교를 다니다 만 게 전부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br></p> <p>노인교실에서 배운 어설픈 붓글씨로 쓴 '매일 조하진다'는 '매일 좋아진다'의 오타였습니다. <br></p> <p>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매일 좋아진다 보다 매일 조하진다가 더 좋습니다. 더 정겹습니다.</p> <p><br></p> <p>문득 엄마의 오타와 관련된 추억이 몇가지 떠오릅니다. 하나는 아마 내가 열 일곱살때 쯤으로 기억됩니다. <br></p> <p>질풍노도의 시기였습니다. 나는 그날 친구들과 밤새 놀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br></p> <p>엄마는 이미 일 나가시고 없었습니다. 덩그러니 밥상만 차려져 있었습니다.</p> <p> </p> <p><br></p> <p>신문지로 덮어둔 밥상에는 미역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쪽지에 꾹꾹 눌러 쓴 손편지가 있었습니다. <br></p> <p>'오늘이 어매 생일이따 가치 밥머글라 했는데 니가 안와 혼자 머것다. 니도 머거라' 그걸 읽는데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br></p> <p>나는 엄마.. 엄마.. 흐느끼면서 그 밥을 싹 먹었치웠습니다. 목이 메여 캑캑거리며 그 밥을 싹 먹어치웠습니다.</p> <p><br></p> <p>또 하나는 스물아홉때 쯤인걸로 기억됩니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던 내게 끼니는 여간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br></p> <p>엄마는 그걸 알고 계셨습니다.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라면박스 하나가 현관문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택배였습니다.</p> <p><br></p> <p>테이프로 칭칭 동여맨 박스를 힘겹게 열었습니다. 배추 김치 한 봉지, 깻잎 김치 한 봉지, 무우 말랭이 한 봉지, 감자 열댓개, 고구마 열댓개.. <br></p> <p>그리고 꾹꾹 눌러쓴 엄마의 손편지 한 장. '아드라 객지에서 고새이 만타. 힘드러도 참고 열씨미 해래이...' 그걸 읽는데 또 왈칵. <br></p> <p>한동안 그 반찬 덕에 밥 먹을때마다 목이 메였습니다.</p> <p><br></p> 잠깐이지만 엄마를 보고 왔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보고 싶어 해놓고 막상 만나선 왜그리 무뚝뚝 했는지 뒤늦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br></div> <div><br></div> <div>누나나 형은 다들 그리 곰살맞게 잘 하는데 명색이 막내란 놈이.. 어쩌면 우리 엄마의 가장 큰 오타는 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