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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50182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52
    조회수 : 11346
    IP : 118.33.***.88
    댓글 : 3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8/02/21 15:33:07
    원글작성시간 : 2018/02/21 12:54:28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50182 모바일
    새드 크리스마스
    옵션
    • 창작글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2/1519186602939c945d9d6c4232b3eb64de1b709f78__mn671366__w280__h187__f10489__Ym201802.jpg" width="280" height="187" alt="10937_058376_m.jpg" style="border:none;"></div><br></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게 스물두 번째 크리스마스였던가?</div> <div><br></div> <div><br></div> <div>식구들은 모두 여행가고 혼자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테레비를 응시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div> <div><br></div> <div>“크리스마스에 혼자 뭐해 븅신아. 술 사갈께 문열어놔”</div> <div><br></div> <div>반가운 친구 녀석의 전화였다. </div> <div>그런데 3분도 안 지나서 문이 벌컥 열리는 게 아닌가?</div> <div><br></div> <div>현관에는 눈을 잔뜩 맞은 남녀가 성탄절 모텔 경쟁에서 탈락한 후, 우리 집 앞에서 급히 전화했음에 분명한 모습으로 샴페인이 삐죽 나온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샴페인.... 먹자고?”</div> <div><br></div> <div>“그래 임마! 왠지 네 녀석 혼자 궁상떨고 있을 것 같더라구”</div> <div><br></div> <div>“고마워”</div> <div><br></div> <div>“근데 술이 좀 모자랄 것 같다. 돈 줄께 좀 사올래?”</div> <div><br></div> <div>“응”</div> <div><br></div> <div>“그리고 편한 옷 좀 줘봐. 눈 땜에 척척해 죽겠네”</div> <div><br></div> <div>그렇게 친구가 준 오천 원을 흔들며 눈 오는 크리스마스 거리를 뛰어 소주 세 병과 후랑크 소시지를 사오는 발걸음은, 알콜에 대한 기대감과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지 않게 되었다는 신남에 한껏 들떠있었다.</div> <div><br></div> <div>“사왔다~”</div> <div><br></div> <div>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자 맞은편 꺼져있는 TV 화면에 화들짝 떨어지는 두 사람이 비쳤다. </div> <div>나도 모르게 죄지은 느낌으로 “안주 만들어올게” 하며 부엌으로 도망치듯 향하는데, 얼핏 본 친구 녀석의 입가가 침과 립스틱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div> <div><br></div> <div>후랑크 소시지는 껍질을 벗겨 칼집을 내고 달궈진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살짝 익혀내고 머스터드소스로 줄을 그어 맛깔스럽게, 오징어는 물에 살짝 불렸다가 버터 두른 후라이팬에 살짝 굽고 마요네즈와 고추장으로 장식하여 안 그래도 출출하던 배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르게 했다. 그 고소한 내음들을 작은 소반에 차려 잔 세 개와 함께 거실로 들고 나갔다.</div> <div><br></div> <div>“자! 먹자!”</div> <div><br></div> <div>한참을 게걸스럽게 소시지와 오징어를 우걱대며 소주를 다섯 잔 정도 따라 마셨을까? 그들은 소주와 안주에는 전혀 입을 대지 않았고, 샴페인만 한 모금씩 홀짝대더니 여자아이가 고개를 푹 수그리며 어설프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한 연기를 시작한다.</div> <div><br></div> <div>“준준준아 어쩌지? 오늘 하루 종일 시내 돌아다녔더니 피곤한가보다 얘, 방에 재우고 올게”</div> <div><br></div> <div>“아냐, 너도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어”</div> <div><br></div> <div>“그래도 되겠냐? 야 그래도 너 혼자 놔두고 어떻게 자냐.”</div> <div><br></div> <div>“아냐 나 오늘 늦게 일어나서 어차피 오락하고 밤새울라 그랬어.”</div> <div><br></div> <div>“그럼... 뭐 먼저 잘께 잘 자라”</div> <div><br></div> <div>“응”</div> <div><br></div> <div>문고리를 한껏 돌려 잡았다 닫고 천천히 놓는 폼이 소리 안 나게 잠그는 게 분명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게임기의 전원을 넣는다.</div> <div><br></div> <div>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가 서른 네 번 째 용암에 빠져 죽어가던 때쯤, 핸드폰에 띵동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div> <div><br></div> <div>‘친구야 진짜 미안한데 편의점 가서 콘돔 좀, 지갑은 쇼파 코트 안주머니에 있다.’</div> <div><br></div> <div>다시 슬리퍼를 끌고 눈이 내리는 거리로 나선다.</div> <div>혼자 소주 두 병을 퍼마신 탓인지 전혀 춥다는 생각은 안 들고 가로등에 비치는 눈송이들이 한없이 하얗다는 생각뿐</div> <div><br></div> <div>편의점에 들러 콘돔 한 갑을 사고 괜스레 한 바퀴 돌아보고 있으려니 팥빙수에 쓰이는 팥 깡통이 하나 덩그러니 진열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크리스마슨데 너는 왜 여기 있냐? 덥던 여름에 다 팔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버려져 있는 꼬라지가 마치 크리스마스에 어디에도 필요 없는 나 같은 녀석 같구나. </div> <div><br></div> <div>난 왠지 모를 동질감에 녀석을 덥석 품에 안고, 한 손에 콘돔을 쥔 채 다시 눈 내리는 거리를 돌아간다. </div> <div><br></div> <div>‘똑똑’</div> <div><br></div> <div>기다렸다는 듯이 방문이 빼꼼 열리고, 불이 꺼져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는 방에서는 비릿시큼한 오징어 냄새 같은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고맙다는 말을 얼버무리며 급하게 방문을 닫아제끼는 친구를 보며 녀석도 참 바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구나 싶었고, 한손에 든 팥빙수 깡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난 너라도 먹어야겠다.'라고 중얼거리며 깡통따개를 찾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여름이 지나 가장 높은 찬장에 처박혀있던 빙수기계를 꺼내고 여름에 얼려두었음이 분명한 한껏 쪼그라든 얼음들을 갈아 팥을 올리고 우유를 붓는다.</div> <div><br></div> <div>‘곰돌이 젤리라도 사올걸 그랬나....’</div> <div><br></div> <div>그러고 몇 수저 떠먹다가 배가 불렀는지 맛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남은 소주 한 병을 비웠던 것 같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친구 녀석은 가끔 술자리에서 그때 이야기를 꺼낸다.</div> <div><br></div> <div>“내가 걔 바래다줄라고 나오는데 준준준 이 새끼가 쇼파에 널브러져서 자는 거야.</div> <div>근데 입가에 거무죽죽 피 같은 게 흘러있어서 이 새끼 뒤진 줄 알고 막 흔들어 깨웠는데  잘 보니까 팥빙수 처먹다가 흘린 거야. 시발 크크크큭. 크리스마스에 혼자 푸하하하!”</div> <div><br></div> <div><br></div> <div>언제나 그렇듯 난 그냥 멋쩍게 웃으며 술잔을 비웠고, 친구들은 그런 나의 병신 같은 과거를 이것저것 들추며 술자리의 분위기를 업 시킨다. </div> <div>정신이 한없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div> <div><br></div> <div><br></div> <div>새벽 깜깜한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쌀쌀함을 느끼며 또 다시 크리스마스가 돌아오고 있고, 올해는 혼자 보내지 않으리라 했던 다짐이 몇 년째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번 크리스마스도 작년들과 다를 바 없겠구나 하는 생각으로</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갑자기 생각난 내 생일의 숫자 네 자리를 기억해 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십 이 월  이 십  오 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박준준준 지난 글 보기</div> <div><br></div> <div>닌텐도ds의 일생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a></div> <div>어느 천국의 해피엔딩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a></div> <div>음낭소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a></div> <div>어느 산골총각의 사랑이야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a></div> <div>여자친구가 돈 못벌어 온다고 지랄하는데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a></div> <div>먼 옛날 고급음식점에서 소개팅 저질렀던 기억의 단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a></div> <div>내 고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a></div> <div>야동 굽는 노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a></div> <div><br></div>
    출처 과거의 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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