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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42664
    작성자 : 소리조각
    추천 : 14
    조회수 : 1388
    IP : 210.90.***.125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20 13:09:55
    원글작성시간 : 2017/12/12 17:12:2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2664 모바일
    [옛날사람 주의]사랑이 뭐예요? 2편
    <p>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늘 그렇듯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p> <p><br></p> <p>재수한 동기와 빠른년생 선배가 친구를 먹었다가 다시금 멱살잡이를 하고 있었고, </p> <p>과대표는 어느새 신입생들 여자후배들의 이름을 모조리 외웠으며, 남자후배들에겐 모조리 별명을 붙여주었다. </p> <p><br></p> <p>학생회장 누나는 후배들을 이끌고 마당에서 왜인지 모르지만 말뚝박기를 하고 있었고, </p> <p>이상하게 계속 말뚝이 되고 있던 동기 하나는 술에취해 어느새 학생회장 누나의 손목을 잡고 "이제 너라고 부를께"라고 하다가 싸다귀를 맞고 있었다.</p> <p><br></p> <p><br></p> <p>물론 나는 그 와중에 해물파전을 연성중이었다.</p> <p><br></p> <p><br></p> <p>화장실에 두번쯤 다녀오자, 정신이 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쉴곳이 필요했다.</p> <p>민박집의 한쪽 구석에는 술을 마시다 뻗은 일명 낙오자들을 위한 방이 있었다. </p> <p><br></p> <p>해물파전의 연성에 성공한 이들이 식도의 고통과 좌뇌의 쪽팔림을 치유하면서 쉴 수 있는 곳이었다. </p> <p>이미 나도 해물파전의 연성에 성공했으니 저 천상의 어둠속으로 들어가 쉴 수 있으리라.</p> <p><br></p> <p>그렇지만 아까 나를 연행했던 LAPD 친구들은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발견했고, </p> <p>이번에는 다이하드에 나오는 NYPD가 되어 마약사범 연행하듯 나를 질질 끌고갔다. 어쨌든 나는 쉽게 쉴수없는 운명이었다.</p> <p><br></p> <p><br></p> <p>술자리에 다시 참가하여 더게임오브데스와 아이엠그라운드자기소개하기를 미친듯이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p> <p> </p> <p>나는 그때까지도 흘끔흘끔 주변을 살펴보면서 H를 찾아보고 있었다. </p> <p><br></p> <p>워낙 방이 많아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학우들은 누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p> <p><br></p> <p>남자후배들이 몇명 와서 잘부탁 드린다고 술을 따라주었고, 나는 알았다고 하고선 그 녀석에게 제2차 사발식을 시전해 주었다.</p> <p><br></p> <p>그리고 그때 뒤에서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K였다.</p> <p><br></p> <p>"선배님 저 여기 앉아도 되요?"</p> <p><br></p> <p>"당연하지!!!"</p> <p><br></p> <p>누군지 뒤돌아볼새도 없이 내옆에 앉아있던 동기는 발로 나를 걷어차면서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나는 그대로 자빠지면서 K에게 자리를 양보해야했다. </p> <p><br></p> <p>아오 이 기집애 아까부터 맘에 안드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H였다.</p> <p><br></p> <p>"우와~ 감사합니다. 저도 같이 앉아도 되요?"</p> <p><br></p> <p>"당연하지!!"</p> <p><br></p> <p>그리고 누군지 뒤돌아볼새도 없이 내옆에 있던 동기는 내 발길질에 자빠지면서 나와 H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p> <p><br></p> <p>"오빠, 아, 아니지 선배님 안녕하세요."</p> <p><br></p> <p>"으..응?으으응... 물론 안녕하지."</p> <p><br></p> <p>"죄송해요. 과대표 선배님이 오빠라고 부르지 말랬는데."</p> <p><br></p> <p>"뭐? 정말?"</p> <p><br></p> <p><br></p> <p>H는 자신의 말버릇을 사과했고, 나는 H에게서 오빠라는 호칭을 뺏어간 과대표를 언젠가 쳐죽이리라 마음먹었다.</p> <p><br></p> <p>"쥐를잡자~ 쥐를잡자~ 네마리~ 잡았다~ 놓쳤다~ 잡았다~"</p> <p><br></p> <p>신규인원의 유입은 곧바로 게임으로 이어졌다. 술과 담배를 모르고는 인생을 논하지 못한다는 4학년 선배님의 사상(?????)에 따라서 </p> <p>우리는 맨정신으로 앉아있는 놈이 없어질때까지 술을 마셔야 했고, 혀가 꼬부라져서 더이상 쥐를 잡을수 없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p> <p><br></p> <p>물론 옆에 앉은 H 때문에 헬렐레 했던 나는 술을 마시던 안마시던 이미 혀가 꼬부라졌고, 위점막의 노사정 대통합 제안을 계속 무시하고 </p> <p>술을 연짱 위속에 털어넣던 나는 어느새 총궐기 파업으로 이어진 위장때문에 더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해서 화장실로 도망쳤다.</p> <p><br></p> <p><br></p> <p>오바이트가 나올줄 알았지만 의외로 속은 멀쩡했고, 머리가 좀 아팠다. </p> <p>나는 담배연기와 소음으로 꽉찬 방안에 들어가기 전에 마당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 잠시 앉았다.</p> <p><br></p> <p>내가 K의 사발주를 대신 마시고, 해물파전을 연성하는 동안 진행되었던 캠프파이어의 잔해가 마당에 남아있었다. 학기가 시작되기전의 봄이라 날씨는 꽤 쌀쌀한 편이었고, 나는 어느새 재로 변한 장작들 앞에 앉아서 불을 쬐고있었다. </p> <p><br></p> <p><br></p> <p>"오빠.... 아니 선배님, 뭐하세요?"</p> <p><br></p> <p>이번엔 다행히 나를 걷어찰 친구가 없었기에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엔 약간 취기가 돈 모습의 H가 서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때문에 볼이 빨간 모습은 볼수 없었지만, 웃고있는 입과 약간 감길듯말듯한 눈이 그녀가 취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p> <p><br></p> <p>"어, H구나. 나 머리가 좀 아파서 잠깐 쉬고 있었어. 술 많이 마셧니?"</p> <p><br></p> <p>"아...흐흐흐, 별로 안마셨는데, 제가 술이 좀 약한가 봐요."</p> <p><br></p> <p>"에이, 취했으면, 들어가 눈 좀 붙이지."</p> <p><br></p> <p>"히힛, 근데, 아직 선배님이랑 얘기를 못해봐서요."</p> <p><br></p> <p><br></p> <p>딸꾹질이 나나? 아니 H가 아니라 내가 딸꾹질이 나나? 아니다 딸국질이 아니라 그냥 심장이 뛰는건가보다.</p> <p><br></p> <p>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내옆에 앉으려고 했고, 나는 앉아있던 조그만 플라스틱 의자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바닥에 털썩 앉았다.</p> <p><br></p> <p><br></p> <p>"어? 아녜요. 이거 선배님이 앉으세요."</p> <p><br></p> <p>"아냐. 괜찮아. 난 어차피 츄리닝인데 뭘."</p> <p><br></p> <p>"안돼요 그래도, 이렇게 선배님을 바닥에 앉게 할수는 없죠."</p> <p><br></p> <p>"아냐아냐, 괜찮아. 여자는 찬데 앉으면 안된데. 앉아."</p> <p><br></p> <p><br></p> <p>사실 내가 그말을 했던건 어떤 작업성 멘트는 아니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여중-여고 테크트리를 충실하게 타온 H에게 별것도 아닌 그 말은 상당히 충격이었나 보다. </p> <p><br></p> <p>H는 약간 벙찐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나는 왜? 라는 표정으로 H를 쳐다보았다.</p> <p><br></p> <p><br></p> <p>"그럼 저도 바닥에 앉을래요."</p> <p><br></p> <p>"읭?"</p> <p><br></p> <p><br></p> <p>H는 바닥에 앉은 내 옆에 그대로 풀썩 주저 앉았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p> <p>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부터 눈에 들어왔던 H였지만, 나는 여자사람과의 만남에는 영 젬병이었다. </p> <p><br></p> <p>여자와 단둘이 있을 경우 그 여자는 99.999.....% = 100%의 확율로 학과 동기였고, </p> <p>그럴 경우 우리의 대화는 대체로 술얘기 아니면, 과제 얘기였고, 이런 경우를 만나보지 못했던 나는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p> <p><br></p> <p>그러나 내가 굳이 무슨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내 옆에 앉은 H는 잠시 모닥불의 잔해를 바라보다가 스르륵 내 어깨에 기대었다. </p> <p>그리고, 나는 메두사의 얼굴을 본 사람처럼 온몸이 굳어버렸다.</p> <p><br></p> <p>H를 머리는 가벼웠고, 곁눈질로 옆을 바라보자 그녀의 정수리가 보였다. </p> <p>이미 강촌에 도착해서 강행군을 하고, 사발식을 하고 남은 술을 머리에 털고, 지겹도록 오래가는 술자리 때문에 </p> <p>머리는 떡이 될 지경이 됐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머리에서는 샴푸냄새가 났다. </p> <p><br></p> <p>쌔액-쌔액 하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p> <p><br></p> <p>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냥 있는 동안 나는 이상한 느낌에 취해있었다. </p> <p>이런게 연애의 징조일까? 나도 연애를 할 수 있나? H는 나를 좋아하는걸까? 아니면 그냥 갑자기 만난 대학생활의 자유에 취해서 기분이 좋은 것 뿐일까?</p> <p> </p> <p>사랑? 설마... 이런게? 강촌의 허름한 민박집에서 술에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머리식히러 나와서 사랑에 빠진다고?</p> <p><br></p> <p>H는 잠들어서 듣지 못하겠지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p> <p><br></p> <p><br></p> <p>"저기...H야... 내가... 그 말할게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널 좋아하나보다... 정말로."</p> <p><br></p> <p>H의 머리가 약간 뒤척였다.</p> <p><br></p> <p><br></p> <p><br></p> <p><br></p>
    출처 1편 - http://todayhumor.com/?love_39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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