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1시 30분, 나는 지금 목을 매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div> <div>자정 12시가 되면, 나는 지금 손에 잡혀있는 밧줄로 목을 매고 죽을 것이다.</div> <div>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div> <div><br>핸드폰은 이미 무음모드로 만들었다. 요금이나 세금도 밀리지 않고 납부했다.</div> <div>이 날을 위해 옷을 드라이클리닝 해놨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먹었다.</div> <div>티비는 꺼뒀고, 방은 남이 발견한다해도 더럽다 느끼지 않을 만큼 청소했다.</div> <div>마지막으로 나의 의견을 적어둔 유서를 책상 정중앙에 눈에 띄기 쉽게 올려놓았다.</div> <div><br>이제 나는 11시 55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12시가 되는 순간 의자를 차버리면 되는 것이다.</div> <div>그래 이정도면 나도 계획대로, 정각에 죽을수 있다고 생각했다.</div> <div><br>그래, 생각은 했지만 언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div> <div>지금 우리집 현관문 앞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div> <div><br>당연하겠지만 나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물론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div> <div>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나에게, 예측할수 없는 생물을 기를거라고 생각하는가?</div> <div>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오늘 있을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div> <div><br>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div> <div>고양이는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나를 향해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다.</div> <div>나는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이쪽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div> <div><br>아마 이대로 있다가는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해서 나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 집안으로 들였다.</div> <div>들여보내다가 손에 상처가 생길뻔했지만 운이 좋게도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div> <div>천만다행이다. 죽은 내몸에 상처가 남아 있을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div> <div><br>나는 고양이를 바닥에 둔 다음, 서랍에서 쓰레기봉투를 찾아왔다.</div> <div>고양이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것일까, 나에게서 도망쳐 거실로 달려갔다.</div> <div>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 33분, 이제 슬슬 방해되는 것을 치울 시간이다.</div> <div><br>거실로 들어온 나는 곧장 쓰레기봉투와 함께 찾은 장갑을 꼈다.</div> <div>장갑 낀 손으로 고양이를 잡자, 고양이는 아까 밖에서 울었던 것 보다 크게 울기 시작했다.</div> <div>당황한 나는 고양이를 잡아 얼굴을 후려쳤다.</div> <div><br>몇번이나 얼굴을 후려쳤는데도 고양이는 발버둥치며 울기 시작했다.</div> <div> 조용히만 있어준다면 잠시 후에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아쉽다.</div> <div>그래서 계속 때렸다.</div> <div><br>몇분이 지났을까, 지금쯤 울음을 그쳐도 되겠건만 아직도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다.</div> <div>이제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내던진다. 세게 던지는데도 아직 건강해 보인다.</div> <div><br>이제는 11시 41분, 이제 계획에 차질이 생길수 있는 시간이다.</div> <div>고양이의 목을 잡아 꺾어버릴 생각이었다.</div> <div>하지만 목에 손이 가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div> <div> </div> <div>고양이를 화장실에 넣어둔뒤, 나는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div> <div>문을 열자, 그곳에는 옆집 아저씨가 있었다.</div> <div>아마도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러워서 온거겠지.</div> <div> </div> <div>그와 이야기를 하느라 7분이 지났다.</div> <div> </div> <div>11시 48분, 이제 진짜 아슬아슬한 시간.</div> <div>나는 아저씨를 돌려보내고, 화장실로 들어간다.</div> <div>화장실에는 샴푸통과 린스통이 넘어져있어서 엉망이었다.</div> <div> </div> <div>다시 장갑을 끼고, 고양이를 잡아 목을 잡는다.</div> <div>자기가 무슨 일을 당할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엄청 발버둥친다.</div> <div>고양이를 잡는데 5분이나 걸렸다.</div> <div> </div> <div>11시 53분, 빨리 고양이를 죽이고 적어도 5분에는 의자 위에 올라가야한다.</div> <div>나는 고양이의 목에 힘을 주고있다.</div> <div>고양이는 점점 발버둥친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있다.</div> <div> </div> <div>고양이 울음소리가 컸던 것 때문인가, 초인종이 다시 울리고 있다.</div> <div>목을 꺾어버리자, 이제는 울음소리가 작아졌다.</div> <div> </div> <div>다시 현관문을 열어 초인종을 누른 이웃에게 큰소리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div> <div>여기서 다시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3분.</div> <div> </div> <div>11시 56분, 나는 빨리 봉투를 열어 고양이를 담는다.</div> <div>그리고 넘어진 샴푸통과 린스통을 세워둔다.</div> <div> </div> <div>11시 58분 문제가 생겼다. 고양이가 완전히 죽지 않았다.</div> <div>봉투에서 발버둥 치느라 봉투가 찢어져버렸다.</div> <div>찢어진 봉투는 계획에 없다. 다시 새로운 봉투를 준비한다.</div> <div> </div> <div>고양이를 봉투에서 꺼내 바닥에 몇번 내려친다.</div> <div>이제는 완전히 죽었을 것이다. 새로운 봉투에 집어넣는다.</div> <div>그리고는 거실로 들어가 창문을 연다.</div> <div> </div> <div>거실쪽 창문 밑에는 주차장과 쓰레기장이 보인다.</div> <div>쓰레기를 버리고 오기에는 너무 늦었다.</div> <div>나는 봉투를 크게 흔들어 밖으로 던진다.</div> <div>아마 제대로 버려졌을 것이다.</div> <div> </div> <div>시간을 확인하자, 12시 1분.</div> <div>시발</div> <div>12시 '1분'이라니</div> <div>내 계획에 커다란 금이 갔다.</div> <div>정확히 12시에 죽으려는 내 계획이 망해버렸다.</div> <div> </div> <div>시발 이게 다 그 고양이 때문이다.</div> <div>그 고양이 때문에 또 하루를 살게 되었다.</div> <div>망할 고양이, 이래서 난 고양이가 싫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