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나는 네 털이 좋았다.</div> <div>몸을 겹칠 때면 너는 준비가</div> <div>안 됐다는 말을 많이 했고</div> <div>그때마다 나는 온전히 너를</div> <div>느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 부드러운 종아리는</div> <div>마치 잔디를 쓰담는 듯 했고,</div> <div>키스를 할 때면 섬세한 붓질</div> <div>같은 너의 코밑과 턱이 좋았다.</div> <div><br></div> <div> 끝끝내 너는 겨드랑이를</div> <div>허릭하진 않았지만</div> <div>네가 나에게 부끄러워 하는 모든 것이</div> <div>내겐 사랑이고 <span style="font-size:9pt;">헤어진 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흘린 눈물의 </span><span style="font-size:9pt;">이유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 잘 꾸민 너도 좋지만</div> <div>좀 더 자연스러운 네 모습을 사랑했고</div> <div>일부러 부리는 애교도 좋았지만</div> <div>무심히 창 밖을 보는 네 표정에</div> <div>가슴이 떨려왔다.</div> <div><br></div> <div> 그 모든 추억과 증거들은</div> <div>이제는 긴 시간에 무르익었는데,</div> <div>그렇게 우리에게 </div> <div>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 와버렸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같이 지은 이 논에 서로의 눈물을</span></div> <div>먹고 자란 벼가 고개를 숙였다.</div> <div><br></div> <div> 이제 각자의 몫을 양보없이 가져 가자</div> <div>어쩌면 이 순간을 기다려 왔던 걸까</div> <div>사랑앞에 소작농인 두 사람은</div> <div>그 앞에 충실했던 만큼의 소작료를 지불한다.</div> <div><br></div> <div> 작별 인사나 안부를 물을 필요는 없다.</div> <div>너와 함께한 나날들이 눈부신 작별이고</div> <div>남은 생을 묻는 안부 였다.</div> <div>이제야 남겨진 벼를 모두어 </div> <div>나락을 사방팔방 날리며</div> <div>타작을 해야 하는데,</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는 그저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아 </span></div> <div>너를 생각한다.</div> <div>밥 한 그릇 눈물에 말아 먹는다.</div> <div>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네 미소 속에 </div> <div>한 술 뜨며 따라 웃는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