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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495727
    작성자 : 코코아의꿈
    추천 : 41
    조회수 : 6336
    IP : 121.186.***.7
    댓글 : 1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9/18 03:48:32
    원글작성시간 : 2017/09/17 21:07:22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95727 모바일
    [단편]보광제약 피실험자 도주 사건 上
    옵션
    • 창작글
    “앞으로 여러분은, 100일의 시간 동안 하루 한 번, 각자 한 명씩 피실험자를 맡아 약물을 투입하고 발생하는 경과를 지켜보는 일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복잡한 실험은 아니고 말 그대로 ‘경과만 지켜보면’ 끝나는 일이니 너무 부담은 가지지 마세요. 여러분이 맡은 피실험자가 실험 중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면 그 피실험자는 실험 종료, 여러분의 일도 끝나게 됩니다.
     
    꽤나 넓은 강당에는 수백명의 사람이 들어차 있었다. 전부 다 흰가운을 걸친 채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들 모두의 가운과 출입증에는 선명한 문구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보광제약 제2 연구소 연구원
     
    몇 사람인지 세어 보기도 힘들 정도로 들어찬 채 각자가 받은 서류를 살피는 사람들은 강당 맨 앞 강단에 올라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실장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있는 눈치는 아니었다. 역시나 실장에게 관심이 없던 SAVIOR는 받아 든 파일을 대충 훑어봤다. 눈대중으로 봐도 옆에 서있던 다른 연구원 에 비해 얇아 보이는 파일에는 간단한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 카드 키, 머그샷 이라 해도 무방한 사진이 담겨있었다. 이름 권서겸. 사진 자체로 봐서는 검은 머리와 눈이 날카롭지만 전체적으로 순한 인상을 지니고 있어 어떠한 사연을 담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문득 SAVIOR는 고개를 들었다. 연구원이 지녀야 할 덕목을 읊던 한 실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묘한 이질감에 SAVIOR는 팔뚝에 나는 소름을 막지 못했다.
     
    “우리 보광제약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정부의 지원 아래 기밀 실험을 진행해왔습니다. 비록 10년전의 작은 실수로 인해 지원도 많이 줄었고 지금까지 엄청난 성과를 이룩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실험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겠지요. 이 실험은 우리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 위대한 계획입니다. 저는 그러한 실험에 여러분 같은 인재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아주 행복합니다.
     
    대답이라도 바라는 듯 한 실장이 말을 멈추고 연구원들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질문 있나요?
     
    SAVIOR가 손을 들었다.
     
    “방금 전 ‘10년전의 실수’ 라 하셨는데, 혹시 무슨 일을 말하는 겁니까?
     
    한실장의 표정이 아주 잠시나마 굳어졌다 이내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부분은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애초부터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저는 연구 관련 질문을 기대했습니다만.
    “…”
    “그럼 여기서 설명을 마치죠. 오늘부터 실험 시작이니 연구원 분들은 피실험자들과 안면이라도 트세요. 약물 투여 하는 건 잊지 마시고. 명심하실 것은, 약물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 실험은 끝난다는 겁니다. 그럼, 이상.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보광제약 피실험자 도주사건
     
     
     
     
     
     
     
     
     
     
     
     
    실험 1일차
    강당 바깥을 나가면서 SAVIOR는 군중 속에 섞여 걸어 나가던 중 주사기 하나를 받았다. 정신을 다른데 팔고 있으면서도 은연중에 들었던 100일 동안 투여해야 할 약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들어있었다. 연녹빛과 붉은 빛의 어중간한 조합은 보기만 해도 영 불쾌한 색상이었다. 주사기를 살짝 기울여보니 액체가 천천히 흘러내리 듯 기울이는 쪽으로 흘러내렸다. 약하지만 점성이 있다는 의미였다. 신체에 주사하는 약물 치고 점성이 있는 것에 대한 것은 들어본 적이 없기에 SAVIOR는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SAVIOR!
     
    SAVIOR가 고개를 돌렸다. 자신과 똑같은 액이 담긴 주사기를 받은 워다즈(Wodahs)가 서류를 옆구리에 낀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폐쇄적인 연구소에 와서 사귄 첫 동료여서 나름대로의 친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연구소의 규율을 지킨답시고 서로의 본명도, 나이도 정확히 모르는 것은 하나의 코미디라는 시덥잖은 생각이 SAVIOR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누구 배정 받았어?
    “…배정이랄 것도 없지, 그냥 열몇살짜리 꼬맹인데.
    나는 무슨 70살 할머니야. , 나이 많은 사람 치고 꼰대 아닌 사람 본 적이 없어, 본 적이!
    다 네 팔자지. 그냥 체념해.
    “…정 없긴. 그럼 이따 주사하고 점심 같이 먹는거, 어때? 오늘 점심으로 돈까스 나온다 던데.
    “…고기는 별로,
    SAVIOR, 같이 좀 먹어줘. 나 너 아니면 혼자 먹어야 된단 말야.
     
    결국 SAVIOR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다즈는 비글마냥 튀는 면모가 있었지만 유독 외로움을 잘 탔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놓고 어딘가로 가버리면 불안해했으며 그 증상이 유독 심해지는 인물이 바로 SAVIOR 였다. 같이 식사를 해주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으니 결국 SAVIOR의 선택은 워다즈와 같이 밥을 먹어주는 것이었다. 워다즈가 손을 한번 흔들고서 거의 다 빠져나간 군중들 틈으로 섞여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배정받은 피실험자에게 가려는 모양이었다. SAVIOR 역시 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지체해봐야 딱히 득이 될 것은 없는 탓이었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습하고 더웠다. 자체적으로 가동하는 내부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최신식 이었지만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계단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본래는 열려 있어야 할 비상구가 잠겨 있는 탓에 사실상 이용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SAVIOR가 아까 전 훑어보았던 서류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름: 권서겸
    생년월일(나이): 1999 6 15(19)
    연락처: X
    결혼 여부: X
    가족관계: 권서겸(사망)
    거주지: X
    학력: X
    지원 동기: 갈 곳이 없어서
     
    이름과 생년월일만 적혀 있고서 연락처도, 기혼 여부도, 하다 못해 거주지도 엑스(X)자가 써 있는 프로필은 절대로 흔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SAVIOR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서겸의 가족관계였다. 가족관계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은 것도 모자라 옆에 사망했다 써 넣은 것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때마침 SAVIOR가 가려던 층수에 도착했다는 친절한 기계음 목소리가 들렸다. SAVIOR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서 복도에 발을 내딛었다.
     
     
     
    실험 장소는 보광제약 제2 연구소 전체였다. 로비를 빼도 연구원들 숙소와 실장실 포함 13, 제외한다 해도 총 10층 가량을 실험 하나에 전부 다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였다. 주사기를 손에 쥐고 10층에 처음 발을 디딘 SAVIOR가 문득 한 생각은 자신이 서 있는 장소가 실험실 이기 보다는 모르모트를 관찰하는 사육실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것은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일렬로 나 있는 방이었다. 네다섯평 크기의 방에 한쪽 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복도에서 들여다 본다면 내부가 자세히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구조였다. 그러한 방들이 대략 20여개 가량 일렬로 붙어있는 구조였다. 벽이 나있는 복도로 본격적인 걸음을 옮기기 전 경계를 가르듯 모퉁이 벽에 달려있는 전자시계는 시간 대신 200이라는 숫자만을 띄우고 있었다.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물건이었지만 이상하게 한 실장의 웃음만큼 기분이 나빴다. SAVIOR가 파일을 펼쳤다. 카드키에는 ‘10-10’ 이라는 숫자가 음각으로 박혀 있었다. 같은 숫자가 적혀 있는 방이 엘리베이터의 바로 맞은 편에 있던 터라 발견은 어렵지 않았다. 유리 벽 너머로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티가 역력한 소년이 하얀 옷을 입고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사진 속의 그 아이였다. SAVIOR가 유리 벽 옆에 나 있는 철문 위에 설치된 장치로 카드키를 가져다 댔다. 몇가지 버튼이 장치 위에 나 있었으나 따로 쓸 일은 없을 것 같아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었다. 경비가 해제되었다는 기계음과 동시에 철문이 열렸다. SAVIOR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소년이 고개를 돌렸다.
     
    “권서겸?
     
    소년, 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SAVIOR가 최대한의 친절함을 단전에서부터 끌어내어 나름 상냥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처음 만나는 거니 통성명부터 하는게 맞겠지? 나는 오늘부터 100일 동안 너를 담당할 연구원이야. 본명은 보안 상 알려줄 수 없고, 편하게 SAVIOR 라고 불러. 실험 내용은 알고있지?
     
    소년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SAVIOR는 순간 소년이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는 것인가 손에 들고있던 파일을 한번 더 펼쳤다. 어디에도 소년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내역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 그렇게 말수가 적은 편인가?
    “…네.
    “이제 말하네. 너 해치려고 드는거 아니니까 대답 해도 괜찮아. 어차피 100일간 얼굴 보며 지낼건데 그래도 친해져서 나쁠건 없잖아. 그렇지?
    “…”
    “아, 뭐 하나만 묻자. 여기 가족사항 적는 란에 ‘권서겸’ 이라 적혀 있던데, 왜 네 이름을 여기다 적어 넣었는지 물어도 될까? 보통은 가족 이름 넣거나 아예 안 넣잖아.
    “아저씨.
     
    SAVIOR는 그제서야 말을 멈췄다. 서겸이 조용히 소매를 걷고 팔을 내밀었다. 참으로 무미건조한 동시에 오히려 SAVIOR가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빨리 주사 놓으시고 가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
    100일 뒤에 안 볼 사이 잖아요. 어쩌면 그 이전에 안 볼지도 모르고.
     
    결국 첫날의 대화는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주사액을 서겸의 팔목 안으로 주입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실험 2일 차
    “뭐? 이야, 천하의 SAVIOR가 뺀찌 먹는 날도 오긴 하네! 사람 다 살고 볼 일이야!
    “…제발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연구원 전용 식당은 주사를 놓고 몰린 연구원들로 가득했다. 바삭하게 튀겨낸 돈까스, 혹은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국과 밥을 식판에 받아와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기밀 유지를 위해 이름 언급이 금지된 것 치고는 화목한 편이었다. 워다즈가 돈까스를 크게 썰어 한 입에 넣었다.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던 SAVIOR는 밥을 받아 올 걸, 하는 후회를 되새기며 돈까스를 워다즈의 식판으로 넘겨주었다.
     
    “그래도 나는 좀 편하더라. 꼰대 만날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분이시던데?
    “부럽네. 나는 아예 말도 안 하던데.
    “그러지 말고 네가 먼저 다가가봐. 공통분모 있으면 그래도 조금 더 쉽지 않겠어?
    “…오늘 말 걸려고 할 때마다 철벽 치던 걔를 네가 못 봐서 그런 말 하는 거지.
    “아무튼. , 그럼 나 다 먹었으니까 먼저 일어난다?
    “벌써?
    “나 할 일 많은 사람이거든. 좀 바쁜 사람이야, 내가. 그럼 내일 봐! 내 말 잊지 말고!
     
    무엇이 그리도 바쁜건지 워다즈는 SAVIOR가 붙잡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퇴식구로 걸음을 옮겼다. 적어도 SAVIOR의 시선에서 워다즈는 알다가도 모를 성격의 사람이었다.
     
    워다즈의 예상과는 다르게 서겸은 SAVIOR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처음 실험이 시작된 이래 사흘의 시간이 흘렀지만 말은 커녕 손목만 내밀고 빨리 주사를 놓고 가라는 무언의 눈총만이 SAVIOR가 받은 대답의 전부였다. 워다즈는 언제나 바쁘다며 자리를 뜨기 일쑤였고 타 연구원들은 이미 무리를 형성해 끼어들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한 실장은 각 층을 돌아보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그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SAVIOR는 알지 못했다. 사실,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실험 3일차
    주사를 놓고 나오던 찰나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 언젠가 잠시 마주친 적 있던 한 연구원이 또다른 방 앞에 서서 울고 있었다. 방 문은 열려 있었다. 곧 안에서 경비복을 입은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모양새는 끌고 나오는 것에 가까웠다. 여자는 온 몸이 땀 범벅이었다. 정신이 혼미한지 앓는 소리만 내던 여자를 양쪽에서 잡은 경비원들은 연구원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그 순간까지도 SAVIOR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직 자신이 문을 닫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
    “…”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뒤에 서겸이 서있었다. 바깥 상황을 몸만 내빼어 살피던 서겸은 이내 SAVIOR와 눈이 마주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몸을 홱 돌려 침대에 누웠다. 표정은 궁금하다는 눈치였지만 아직 친하지 않은 탓에 묻기는 뭐하다는 의미임을 대충 눈치챈 SAVIOR는 말 없이 문을 닫고 나갔다.
     
    실험 7일 차
    “어이, 아직도 말 안 할거야? 앞으로 길게는 93일이나 더 봐야되는 사인데, 적어도 이런 분위기는 너무 심하잖아.
    “…”
    “…끝까지 말 안 하네. 우리 모두 다 좋자고 하는 거잖아.
    “…아저씨, 그거 어줍잖은 동정인건 알아요?
     
    SAVIOR가 예상치 못한 발언에 순간 입을 다물었다. 서겸이 SAVIOR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아저씨 같은 사람들 많았어요. 근데, 다 내가 마음 열면 도망가던 데요? 아니, 도망 가는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용하고 버렸죠. 거의 모두가 그랬어요, 앞으로도 그럴거고.
    “….
    “…이용 당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동정만 하지마요. 아니, 그냥 말 걸지마요.  그 뭣도 모르고 아는 척 하면서 다가오는게 가장 좆같아.
    “…”
    “…주사 놓고 가주세요.
     
    SAVIOR는 대꾸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노려보며 매섭게 말하면서도 떨리는 서겸의 목소리와 눈동자에 깊은 상처가 배어 있던 탓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을 쫓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이 아닌 마음 속 깊숙이, 오래 된 고름이 터지려 하는 것이었다. SAVIOR가 말 없이 서겸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피스톤을 누르자 질척한 액체가 햇빛을 받지 않은 듯 하얀 손목 아래로 흘러 들어갔다. 간간히 멍이 든 자국이 선명한 서겸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아주 조금은, 잠시나마 서겸을 동정하려 했던 자기 자신에 대해 불편함이 드는 순간이었다.
     
    실험 10일 차
    연구소의 수칙 중 하나는 다 쓴 주사기를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하기 전 위치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어차피 일회용 주사기였기에 더 이상 쓰지 않는 것도 있었고 설령 가지고 간다 하더라도 쓸 곳이 없었다. SAVIOR는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벽에 달려있던 의미를 알 수 없는 전자시계의 숫자는 190으로 바뀌어 있었다. 숫자가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연구원의 수를 뜻하는 것이라 지레짐작 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왜 숫자가 바뀐 것인지에 대해선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10명은 이미 실험이 끝났구나, 하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층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워다즈?
    SAVIOR? 너도 실험 벌써 끝났어?
     
    때마침 마찬가지로 숙소로 가려던 것인지 워다즈가 안에서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SAVIOR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곧 문이 닫히고 11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때, 그 애는 좀 입 열든?
    열기는 무슨, 오늘 한 방 먹었지.
    이야, 천하의 SAVIOR를 한 방 먹이다니, 한번 보고 싶은데?
    보긴 뭘 봐…”
     
    한숨을 내쉬며 피곤함에 고개를 떨구던 SAVIOR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짧게 의아함을 나타냈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워다즈가 태연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뭐해, 안 내리고?
     
    워다즈는 여유로웠다. 확실히 SAVIOR의 시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 아니었다. 워다즈가 입꼬리를 올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끝이 삐져 나와 있던 주사기가 주머니 안으로 곱게 모습을 감췄다.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은, 실험에 쓰여야 했을 주사기였다.
     
    , 지금…”
    SAVIOR, 귀 한번 대볼래?
     
    상황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복도로 걸어 나온 SAVIOR의 귀에 워다즈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곳은 미쳐 돌아가는 곳이거든. 난 그걸 증명하러 왔어.
    “…?
    금방 끝날 테니까, 비밀로 해줘.
    “…”
    부탁할게?
     
    워다즈는 평소처럼, 태연한 걸음으로 자신의 숙소를 향해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SAVIOR는 어쩌면, 자신이 예상치도 못한 커다란 사건의 일각을 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말았다.
     
     
    실험 11일 차
    다른 층의 또 다른 피실험자를 담당하던, SAVIOR와 같은 방을 쓰던 연구원 두 명의 짐이 사라졌다. 평소 말을 자주 걸던 사이도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방이 넓어진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실험 20일 차
     본격적으로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이 든 것은 실험 종료까지 80일 가량 남겨두었을 때였다. 그 날은 평소와 같은 패턴이었다. 주사를 마친 연구원들이 식당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떠들며 밥을 먹고서 휴식을 취하는 일. 20여일간 굉장히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언가 달랐다. 첫 실험일과는 다른 분위기가 식당에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줄은 것 같은데?
    SAVIOR, 의외로 눈치채는 부분이 느린 편이네? 사람 줄어든지는 꽤 됐어. 지금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니까.
    실험이 끝난 사람들이 늘어나나 보네. 좋은 징조야.
    과연 그럴까?
     
    워다즈의 말에 SAVIOR가 국을 휘적이던 것을 멈추고서 고개를 들었다. 워다즈는 꽤나 덤덤한 표정이었다. 다만 이전보다는 더 가라앉은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SAVIOR, 너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어떨 때는 영특해 보이는데 이럴 때 보면 참 바보 같기도 하고.
    “…”
    혹시, 실험이 끝난 피실험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봤어? 아직 SAVIOR네 층에서는 실험 끝난 사람이 안 나왔던가?
    아직 안 나왔지.
    그러면 곧 의문을 가지게 될 거야. 실험이 끝난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왜 굳이 비상구를 잠가 놓은 건지.
    그게 무슨.
     
    워다즈는 말을 자르고 볼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SAVIOR는 워다즈를 부르려 입을 벌리다 자신도 한 실장에게 보고할 서류가 있음에 반절도 비우지 않은 밥을 퇴식구에 버리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 실장에게 보고서를 올리는 일도 일과 중 하나였으므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실장실이 있는 복도는 조용했다. 애초부터 넓은 공간에 실장실 하나만 있는 상황이니 시끄러울 일도 없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연구원들과 피실험자들로 북적이던 다른 층들에 비하면 이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13층에 도달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SAVIOR가 복도에 발을 내렸다. 나름 고급스런 재질의 대리석으로 되어있는 바닥에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뚜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고서를 올리고 나서 서겸에게 주사를 놓으러 가야했다. 20여일이 흐른 이후에도 주사를 위해 팔을 내어 주기는 하지만 영 마음을 열지 않는 서겸이기에, SAVIOR는 편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적어도 어줍잖은 동정이라는 오해는 벗고 싶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
     
    때마침 실장실 앞에 도달한 SAVIOR는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내부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손님이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마도 한 실장이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손에 들고있는 보고서만 놓고 나가기 위해 SAVIOR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데! 우리가 10년 전에 그 고생을 하면서, 어렵게 샘플들 회수하고 정부 지원 끊겨가면서 이제야 조금 빛을 발하나 싶은데 겨우 셰도운지 뭔지 하는 놈팽이 때문에 일을 그르치게 생겼다고요!
    “…”
    “…, 알았으니까 일단 그놈부터 잡고 얘기합시다. 여기서 제 이야기가 왜 나와요? 저는 그냥 실험 참가자들한테 잘하자, 하는 의미로 약간의 터치를 한 거지! 여튼 그놈 잡아서 국가기밀누설 이든 반역죄든 뭐든 물려요. 그놈의 프로젝트, 다 묻어야지요. 10년전에도 했는데 지금이라고.
     
    한창 통화에 열을 올리던 한 실장이 그제서야 SAVIOR를 발견하고서 아주 잠시, 굳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따 통화하죠.
     
    전화가 끊기자 마자 한 실장은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 싶더니 이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순간 SAVIOR는 손에 들고있던 보고서를 떨어트릴 뻔 할 정도의 위화감과 이질감을 느껴야 했다. 묘하게 자신의 통화내역을 왜 엿들었냐는 듯한 살의도 느껴졌다. 서류를 한 실장의 책상 위에 내려놓은 SAVIOR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지요, SAVIOR ?
    “…보고서 제출하러 왔습니다. 제 담당 피실험자에 대한,
    그걸 묻는 것이 아닐 텐데요. 제가 전화하는 도중에는,
     
    그 순간 실장실의 문이 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힘껏 젖혀졌다. 놀란 SAVIOR와 한 실장이 뒤를 바라보자 그 곳에는 똑같이 가운을 입고 연구원증을 목에 건 여성이 급히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SAVIOR는 그 여자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같은 층에서 가끔씩 마주치던 얼굴이었다.
     
    레이나양, 무슨 일이죠?
    , 큰일 났습니다. 10층에서 피실험자 하나가 발작을 일으켰는데, 상황이, 발작이 뭔가 이상합니다!
     
    10층은 서겸이 있는 층이었다. 단체로 피실험자들이 나와있는 상황이었다면 서겸 역시 복도에 나와있을 확률이 컸다.
     
    그래서, 그게 무슨 문제라는 것이죠?
    실장님, 비상구를 개방해주십시오. 지금 의료진들이 출입구가 한군데 밖에 없어 진입에 지장을…”
    레이나 양, 여러 번 말했지만 비상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것 이에요. 이번 건에 대해서는 개방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피실험자의 발작 형태가 이상합니다. 전에 없이 이상한 형태를 띄고 있다고요!
    레이나 양, 좀 진정하세요. 다 배우신 분이 너무 날뛰는 것도 보기 안 좋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실장님!
    “…SAVIOR는 나중에 따로 저와 얘기하도록 하죠. 레이나 양은 조금 진정하시고.
     
    답답함에 발을 동동 구르는 여자를 뒤로 하고 SAVIOR는 실장실을 나섰다. 다른 층수의 연구원들과 교류가 없기는 했으나 확실한 것은 이것이 SAVIOR가 있는 10층에서 첫번째로 변화가 일어난 것임은 확실했다. 그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하나의 피실험자와 연구원이 실험을 종료하고 연구소를 떠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했다. 다만 그런 것 치고는 여자의 반응이 조금은 이상했다. 사실은 한 실장의 반응 역시 참으로 묘했다. 단순 발작 하나만으로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로 경험이 없는 사람이 들어온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끝끝내 비상구를 개방 시켜 주지 않는 한 실장이 더 이상했다. 문을 열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 일까. SAVIOR가 아래층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0층 버튼을 눌렀다. 문득,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비상구를 닫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유 모를 싸함이 SAVIOR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층수 자체가 그렇게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닌 탓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얼마 들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 직전의 짧은 찰나였지만 그것은 절대로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가 아니었다. 10층에 도착했다는 짧은 안내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뭐야.
     
    그리고 그 순간 SAVIOR는 깨달았다. 여자가 그렇게도 발을 구르며 도움을 요청했던 이유는 단순히 피실험자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피실험자 라는 것을 보여주 듯 흰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복도에서 온 몸을 비틀며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귀를 찢는 듯한 비명은 여자와 떨어져 있는 상태의 SAVIOR의 고막도 심하게 자극할 정도의 소음이었다. 몸을 비트는 모양새는 단순히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마지막 남은 정신을 부여잡고 살려 달라 외치는 절규 그 자체였다. 여자의 뒤에 선 연구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곤란해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는 처음 마주한 상황에 대한 공포와 혼란스러움 이었다. SAVIOR가 벙찐 얼굴로 엘리베이터 바깥에 발을 내딛었다. 문득, 고개를 돌린 그 곳에는 서겸이 서있었다. 잠시 꼬여 있던 사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까지는 몇 초간의 인식 시간이 필요했다. 피실험자의 위생 청결을 위해 단체로 샤워하는 날을 정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이었다. 서겸의 표정은 기존의 무덤덤한 표정이 아니었다. 역시나 처음 접하는 상황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대답을 요하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줄의 맨 뒤에 서있던 모양인지 피실험자 인파의 앞에 서있었다. SAVIOR가 급히 서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여자가 괴성을 지르며 피실험자 무리로 뛰어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권서겸!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SAVIOR가 서겸을 끌어당겼다. 서겸은 무어라 하기도 전에 SAVIOR의 품에 안긴 자세로 넘어졌으며 갑작스레 무게가 더해진 탓에 두 사람은 여자의 반대 방향으로 쓰러지다시피 넘어졌다. 대리석 바닥에 등을 부딪친 SAVIOR는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곧 그 소리는 뒤이어 들려온 처절한 비명에 묻히고 말았다. 달려든 여자가 서겸의 바로 뒤에 있던 한 남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콰득, 하고 살과 근육이 찢어 발겨지는 소리와 동시에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서겸이 놀라 고개를 돌리려 하자 SAVIOR는 급히 손으로 서겸의 눈을 가렸다. 복도는 곧 아비규환 상태로 변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연구원들, 자신들도 여자처럼 변할거라는 생각에 절규하는 피실험자들, 그리고 여자에게 물린 채 살려 달라 비명 지르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게걸스럽게 물어뜯는 여자. 어느 하나 도와줄 사람 오지 않는 복도는 처절한 지옥이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서겸이 SAVIOR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앞이 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아도 처절할 정도로 생생한 소리 때문이었다. 어느 누구도, 해결책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여자의 머리를 무언가로 내리쳤다.
     
    -
     
    꽤나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여자가 옆쪽 벽에 머리를 박으며 쓰러졌다. SAVIOR와 서겸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놀랍게도 워다즈가 소화기를 든 채 서있었다.
     
    “…워다즈?
    곧 경비들이 올 거야. 출입구가 하나라,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경비 복장을 한 무리가 복도로 급히 뛰어 들어왔다. 무리는 여자와 목을 물린 남자에게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구속구로 고정시켰다. 남자의 목을 지혈 시켜야 되지 않느냐는 말을 물으려 했지만 그 무리들은 어떠한 대답도 듣지 않겠다는 듯 굳게 닫혀있던 비상구를 능숙하게 열고서 사라져버렸다.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남아 곤봉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SAVIOR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서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려 두어번 주저앉기는 했으나 서겸은 곧 무리없이 일어났다.
     
    어떻게 안 거야?
     
    SAVIOR가 워다즈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
     
    보고할 자료가 있어서 실장실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들었지. 그래서 내가 먼저 여기로 내려온거고.
    “…”
    놀랄 일은 아니지 않아? 나는 그냥 너 도와주려고 온건데.
    “…”
    일단 그 애부터 들여보내. 네가 그 말 안 듣는 꼬맹이?
     
    서겸은 말 없이 워다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SAVIOR는 문득 워다즈의 가운 주머니에서 반짝 하고 작게 빛이 반사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단순히 볼펜이나 반지가 반사되는 것이 아니었다. 카메라 렌즈. 렌즈가 빛에 반사되는 모양새였다. 어쩌면, 아니면 확실히 워다즈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워다즈가 SAVIOR의 시선을 의식한 듯 주머니에 손을 꽂고 태연하게 웃었다. 적어도 SAVIOR의 입장에서의 워다즈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워다즈.
    ?
    , 대체 누구냐. 누구 길래왜 이런 상황에서도 태연한 거야.
     
    워다즈가 아주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SAVIOR로써는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이미 한번 겪어본 사람.
    ?
    “…꼬맹이 들여보내고, 시간 나면 내 숙소로 와. 11-808. 먼저 갈게.
     
    SAVIOR는 차마 뒤돌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워다즈를 붙잡지 못했다. 경비복을 입은 남자가 어서 서겸을 방으로 돌려보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준 것도 한 몫 차지했다. SAVIOR는 방문을 열고 서겸에게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한쪽 면을 차지하는 유리에 피가 적나라하게 튀어 있는 광경이 영 걸렸지만 그렇다 해서 서겸을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겸이 몇 걸음 안으로 내딛다 뒤를 돌아봤다.
     
    “…아저씨.
    “…”
    “…고마워요.
     
    처음으로 듣는 서겸의 호의적인 말이었다. 문득, 어쩌면 오늘 이후로 조금은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SAVIOR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실험 22일 차
    연구원들의 숙소가 밀집된 복도는 고요했다. 네다섯명, 많게는 여섯명이 한 방을 같이 쓰지만 발걸음 소리 마저 선명하게 울릴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동시에 이따금씩 자신의 방으로 가는 몇몇 연구원들을 빼면 오가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곳이었다. 방금 전 보고도 믿기 힘든 사태를 겪어서 일까, 이러한 고요함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SAVIOR가 조용히 워다즈가 알려준 호수의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살짝 열리더니 SAVIOR임을 확인한 워다즈가 SAVIOR의 팔목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마치 누군가가 오기 전 급히 들이는 모양새였다. 얼떨결에 끌려 들어오게 된 SAVIOR는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들어 방을 둘러보다 예상치 못한 물건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건,
    원래는 몰래 다뤘는데, 나랑 같이 방 쓰던 사람들이 다 가버려서. 지금은 대놓고 써도 뭐라 할 사람 없으니까.
     
    워다즈가 노트북과 그곳에 연결되어 있는 소형 캠코더를 치우며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캠코더는 아마도 아까 전 주머니에 있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였다. 화면에는 이동 중 이라는 글자와 로딩 바가 떠있었다. SAVIOR가 자리 난 곳에 앉아 워다즈는 조용히 노트북을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 뭐부터 설명하는게 좋으려나…”
    워다즈. 이게 다,
    최민철. 워다즈 아니고 최민철 이라 불러. 그 워다즈 라는 이름 지긋지긋 하니까.
     
    워다즈, 민철이 목 부근을 주물렀다. SAVIOR가 어떠한 말부터 꺼내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한 채 입만 달싹였다. 그러한 모습에 민철은 피식 웃고서 어느새 파일 이동이 끝난 노트북을 덮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궁금한게 많지? 내가 누군지부터 시작해서, 한번 겪어 본 사람이라는 소리가 무슨 말인지도.
     
    SAVIOR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활동명은 셰도우야. 인터넷에다 한국에서 발생한 좀비 사태에 대해 글을 올리고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지. 내 단독 프로젝트라 아는 사람만 알지만 그래도 나름 화제성은 있어.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워다즈(wodahs)는 셰도우(shadow)의 철자를 조금 재배치한 단어야. , 때문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 애초부터 의미 둘 생각도 없었지만.
    “…”
    내가 신분까지 사가면서 여기 들어온 이유는 두가지. 첫째는 내 프로젝트를 더 진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둘째는 내 친구들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어서. 한 실장이 말했던 10년전의 실수 라는 말 기억나?
    그게 설마 네 친구들을 죽였다는 말이야?
    한 실장이 직접 죽인건 아냐. 하지만 직접 죽인 것 이상의 실수였지. 그 당시 보광제약에서 연구하던 피실험체가 도주했었고 그 도주해서 온 장소가당시 나랑 내 친구들이 있던 고등학교 였어. 나는 운이 좋았지. 나만 운이 좋았어.
     
    워다즈, 민철이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다 마른 세수를 했다. 그 모습이 꽤나 오랜 시간 축적된 외로움과 고독함, 그리고 죄책감을 보여주고 있어 SAVIOR는 차마 위로의 말 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그 피실험체한테 당했다는 사실도 여기 들어와서 조사 도중에 안 거야. 그 이전에는 왜 내 친구들이 죽어야 했는지도 몰랐거든. 그렇게 애들이 죽고나서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도 벌이러 서울 갔었는데, 그 사람들도 다 사라졌어. 말로는 국가기밀누설 이라는데그 시골 사람들이 무슨 나는 그 이후로 우리 부모님도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몰라.
    “…”
    나는 운이 좋았어.
     
    민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에 놓여있던 커다란 짐가방을 열었다. 수십개의 주사기 아직 약이 그대로 남아있는 채의- 가 담긴 작은 플라스틱 상자부터 카메라 장비, 그리고 묶음처리 되어있는 두꺼운 서류들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가득했다. 카메라에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을 뽑아 가방 안에 담고 정리하는 그 순간 까지도 SAVIOR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한가지 더 말해줄까?
    “…”
    난 여기를 뜰 거야. 정보를 더 알아내면 좋겠지만, 이미 이정도로도 충분하고 여기서 더 접근 했다가 정말로 독에 든 쥐 꼴 마냥 끽- 할 확률이 정말 높거든.
    “…이렇게까지 알려주는 이유가 뭔데? 내가 배신해서 이 모든 걸 한 실장한테 말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텐데.
    안 말 할거 알아.
    “…?
    “…너는 내 친구를 닮았거든. 남을 위해 주는거. 안 죽었으면 서울권 대학 갔을거고 어쩌면 지금쯤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했을지도 모를 친군데.
     
    말끝을 잠시 흐리던 민철이 가방을 침대 아래로 밀어 숨겼다. 더 이상 무언가를 묻는다 해도 민철이 대답을 해주겠지만 자신이 버틸 자신이 없기에, 동시에 민철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 보였기에, SAVIOR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방을 빠져나오려 했다.
     
    , 이거 받아.
     
    민철이 SAVIOR를 불러 세운 뒤 무언가를 손에 쥐어 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낯선 번호가 적힌 쪽지와 낡은 휴대폰이었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정말로 내가 필요하다 싶으면 연락해. 한번쯤은 도와줄 수 있거든.
     
    SAVIOR는 완전히 방 바깥으로 빠져나와 문을 닫았다.
     
    실험 25일 차
    민철은 자신이 챙긴 모든 도구들을 들고 유유히 연구실을 빠져나와 어딘가로 도주했다. 민철이 맡았다던 피실험자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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