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나는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기 전 장산 근처에 살았던 난 산에 갔다. <div><br></div> <div>애초에 장산까지 갈 생각은 아니었다. 근처에 산다고 했지 장산이 가장 가까운 산은 아니었으니까.</div> <div><br></div> <div>작은 산이긴 하지만 어쨌든 산을 두 개 넘어야 장산에 갈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몇년간 운동을 게을리 한 난 작년에 산을 두개 넘어 장산을 넘어 해운대해수욕장까지 가는 산행을 감행했고</div> <div><br></div> <div>오르는 길은 좋았지만 하산할 땐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고 후유증으로 열흘을 앓아야 했다.</div> <div><br></div> <div>이런 일이 있었으니 장산까진 가지 말고 가볍게 편도 두시간, 왕복 4시간 정도만 걷자고 생각하고 나선 길이었다.</div> <div><br></div> <div>7월말, 부산은 더웠다. 이런 날에 산에 갔다가 일사병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가기로 한 마음을</div> <div><br></div> <div>돌릴 순 없었다. 산입구까지는 엄청나게 더웠다. 내가 왜 이런 날 산을 가는 미친 짓을 하는걸까, 스스로를 탓하며</div> <div><br></div> <div>걸었다. 20분 정도 걸어 산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고 산아래 약수터에서 물을 떴다. 이 약수터는 산 입구에 있는 주제에</div> <div><br></div> <div>그 시원함과 맛이 전국 어느 명산의 약수터 물맛에도 뒤지지 않는다. 단연코 내가 먹어본 약수 중 첫번째 자리를 내어줄 </div> <div><br></div> <div>수 있다. 약수터에서 10분도 안걸었는데 고라니가 지나간다. 산입구 아래의 공원에서 고라니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div> <div><br></div> <div>그리 놀랄 일은 아니긴 했다. 좀 더 올라가는데 안개가 자욱했다. 산아래는 햇볕이 쨍쨍한데 점심 때가 지나 오른 산이</div> <div><br></div> <div>안개로 가득한 건 왜인지 궁금했다. 중턱까지 올라가니 안개가 가득해서 겨우 1m 앞 정도만 보였다. 대낮에 안개로 시야가</div> <div><br></div> <div>가리다니 놀라웠다. 옆을 보면 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바다는커녕 동네도 안보였다. 산신령이라도 나올 만한 분위기였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무척 시원했다. 7월말 맑은 날의 부산인데도. 덥지 않아서인지 수월하게 1차 목표인 첫번째 산에 갔다. <br></div> <div><br></div> <div>2차목표인 절에도 쉽게 갔다. 다음은 돌탑이었다. 돌탑까지 가서 하산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이사를 가고 나면</div> <div><br></div> <div>장산에 다시 올 일이 있겠나, 다리가 정말 가볍고 몸이 개운한데 내려가기는 싫었다. 헬기장까지만 가자 생각하고 움직였는데</div> <div><br></div> <div>헬기장이 너무 가까웠다. 도저히 내려가고 싶지가 않았다. 장산 정상을 가기로 했다. 여름이니 해가 길 것이고, 야간산행은 </div> <div><br></div> <div>생각지 않았기에 전등도 준비하지 않았고 산행은 짧을 것이라 생각해서 보조배터리도 없었다. 장산 정상을 가다가 보니 </div> <div><br></div> <div>이슬비를 만났다. 양이 작고 시간도 짧아 피하지 않아도 되었다. 표지판을 보니 대천공원 방면에서 장산으로 가는 길이었다.</div> <div><br></div> <div>그 때 왼쪽 길 옆의 풀숲으로 회색 동물이 지나쳤다. 워낙 순식간이라 정확히 보진 못했다. 털은 모르겠고 회색이었다.</div> <div><br></div> <div>크기는 웰시코기보다 좀 커보였다. 중형견 정도의 크기인 셈인데 다리가 긴 편은 아닌지 몸 전체 길이에 비해 높이가 조금 </div> <div><br></div> <div>낮았다. 얼굴형은 볼 수 없었고 목 뒤부터 꼬리가 시작되기 전의 등만 보였다. 짧은 시간 안개 속에서 수풀에 가린 상태로 </div> <div><br></div> <div>봐서 곧 잊을만 한 상황이었음에도 아직까지 기억나는건 <span style="font-size:9pt;">그 짐승의 움직임이 괴이했기 때문이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비슷한 크기의 개들이 전속력으로 뛰는 것보다 </span><span style="font-size:9pt;">빠른 속도로 사라졌는데 그 짐승은 높이가 달라지지 않았다. 뛰게 되면 자연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몸이 도약할텐데 귀신처럼 수평으로 움직였다. 극도로 움직임이 적은데 속도는 빨랐다. 그리고 수</span><span style="font-size:9pt;">풀이 움직이는 건 보이는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흔들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그 짐승이 사라진 후에도 넋이 나간 듯 한동안 서있었다. 그리고 방금 본 것에 대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생각해보았는데 비슷한 크기의 </span><span style="font-size:9pt;">짐승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올 만한 게 없었다. 개, 고라니, 고양이, 염소, 토끼, </span><span style="font-size:9pt;">늑대, 여우, 족제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너구리.... 내가 이날 본 짐승은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궁금하다. </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