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베스트 프랜드였고 <div><br></div> <div>4년 하고도 딱 한달전 동네 놀이터에서 연인이 됐었지.</div> <div><br></div> <div>최고의 친구를 잃으면 어쩌나 했지만 당장 결혼을 해도 좋을만큼 널 좋아했기에 먼저 고백을 했고 넌 수줍게 받아줬지.</div> <div><br></div> <div>넌 첫 연애여서 너의 감정조차, 사랑하는 연인사이에 어떻게 대해야할지 조차 몰랐었어. 기억나니?</div> <div><br></div> <div>나랑 싸우기라도 하는 날엔 화해를 할때까지 나한테 바보같이 화도 못내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울기만했었지.</div> <div><br></div> <div><div>4년동안 참 그래도 썩 잘 사귀었던거 같아.</div> <div><br></div> <div>서로 울고불고 심하게 싸운 적도 없었고,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만큼 서로가 미웠던 적도 없었고,</div> <div><br></div> <div>흔히 말하는 주변에서 결혼을 응원받던 그런 커플이였지.</div></div> <div><br></div> <div>넌 참 존경스러운 사람이였어. 서로 알고 지내던 친구들 모두 다 나한테 절대 절대 놓치지말라고 신신당부를했고.</div> <div><br></div> <div>세상에 너같은 여자가 없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일색이였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div> <div><br></div> <div>어떤 대화주제로 대화를 하든 내 머릿속에선 생각조차 하지못했던 속 깊고 따뜻한 대답이 흘러나왔고,</div> <div><br></div> <div>난 그럴때마다 정말 감탄을 자아냈고 항상 내 머릿속에선 너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너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었어.</div> <div><br></div> <div>기억에 남는 건 한번은 내가 팔다리를 어디선가 다 잃고 와도 날 계속 사랑하겠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던 것,</div> <div><br></div> <div>넌 프로포즈받는것에 로망이 없다고 너가 나에게 언젠가 프로포즈 할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던 것.</div> <div><br></div> <div>두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div> <div><br></div> <div>그러다 한달 전, 같이 홋카이도 여행을 갔었지.</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사히카와, 후라노, 비에이, 삿포로, 오타루까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4박5일동안 내 생에 최고의 여행을 왔다고 생각했고 우리 둘은 한 순간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span></div> <div><br></div> <div>그렇게 여행 마지막 날, 너가 욕실에 간 사이에 연구실 동기로부터 카톡이 여러개 왔고</div> <div><br></div> <div>난 연구실에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서 핸드폰을 열었어.</div> <div><br></div> <div>그리고 거기서 너가 나와 하는 대화보다 그와 더 달콤한 대화를 하는 것을 봤어.</div> <div><br></div> <div>욕실에서 나온 너에게 그 카톡에 대해 물었고 너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충격적이였지.</div> <div><br></div> <div>나는 4년동안 이 세상에서 널 누구보다 믿었고 단 한 순간도 널 의심한 적이 없었어.</div> <div><br></div> <div>하지만 넌 나에게 자러간다고 하고 그 남자와 카톡을했고 바쁘다고 데이트를 못한다고 하고 그남자와 데이트를했지.</div> <div><br></div> <div>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바람핀 걸 알고나니 이상하게 모든 정황이 이해가 되더라.</div> <div><br></div> <div>그 날 밤새 너와 내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무슨 얘기가 오고갔는지 기억도 나지않아.</div> <div><br></div> <div>어떻게 밤이 지났고 어떻게 우리는 렌트카를 반납했고 어떻게 우리는 한국에 도착해서</div> <div><br></div> <div>정신이 들어보니 난 일산방향 공항버스 맨 뒷좌석에서 울고있더라.</div> <div><br></div> <div>그리고 우리는 주말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했지.</div> <div><br></div> <div>넌 나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마음이 식었지만 권태기인지 마음이 식은건지 모르겠다고 했고</div> <div><br></div> <div>그 남자와는 가까운 동기였고 그냥 한 순간 호기심에 정신을 차려보니 너도 모르는 새에 선을 넘었다고 했고</div> <div><br></div> <div>그 남자에게 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와 헤어지고 싶지도 않다고했고</div> <div><br></div> <div>그 남자와는 고작 영화 한 번 같이본 게 데이트의 전부라고 했고</div> <div><br></div> <div>맨 처음엔 손만 잡았다고 했다가 나중엔 뽀뽀까진 했지만 관계를 가지진 않았다고 했지.</div> <div><br></div> <div>일본에서 나와의 관계를 제대로 생각해보려고 간거라고 했고 결코 억지로 여행을 간 것은 아니라고했지.</div> <div><br></div> <div>난 바보같이 널 믿고 싶었던 건지 진짜로 널 믿었던 건지 몰랐지만 내 두눈으로 확인 할 길은 없었으니 <span style="font-size:9pt;">너의 입에서 나오는대로 믿었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사실 머릿속에서 수 없이 많은 질문들이 준비돼 있었고, 너의 말에 많은 모순과 이기심이 담겨있다는걸 어렴풋이 느꼈지만 삼켰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난 널 그 와중에도 사랑하고 있었고 너와 난 우리가 함께 자주보던 흔해빠진 로맨틱 코미디처럼 결국 해피엔딩이길 바랬으니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렇게 우린 서로를 위해 한번 더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했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일주일 후 데이트를 하고 나에게 이별을 고했지. 더 이상 마음이 없다고 그만하고싶다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난 너가 너무 미웠지만 헤어지는 그 순간 까지도 많이 사랑했고 차마 너에게 모진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웃으면서 악수와 포옹을 하고 보내줬지.</span></div> <div><br></div> <div>너가 바람 핀 그 순간부터 참 힘들었어. 지금도 힘들다.</div> <div><br></div> <div>친구들에게 터놓고 얘기하는 것도, 직장동료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한 두번이여서</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오로지 탁 터놓고 말 할수 있는 곳은 이 게시판이였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덕분에 평생에 소원이던 베오베도 세번이나 가봤고,</span></div> <div><br></div> <div>참 많은 사람들이 일면식도 없는 날 위해서 많은 조언도 해주셨고 난 그렇게 멋진 남자가 아닌데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div> <div><br></div> <div>댓글을 정말 달달달달 외울만큼 많이 읽고 또 읽었어.</div> <div><br></div> <div>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 언제든 힘들면 와서 글 남겨달라고 위로해주겠다고. 그 글을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div> <div><br></div> <div>너와 헤어지고 오늘까지 한달이 약간 안되는 시간이 흘렀어.</div> <div><br></div> <div>내가 잠자고 숨쉬고 걷고 움직이는 모든 곳에 너가 아직 너무 많이있어.</div> <div><br></div> <div>출퇴근을 할때마다 타고다니는 내 오래된 카렌스 조수석엔 아직도 너가 앉아있고,</div> <div><br></div> <div>동네에 강아지들 데리고 자주가던 카페 사장님은 여행 잘 다녀왔냐며 웃으면서 물어보시고,</div> <div><br></div> <div>자주가던 만두국집 사장님은 아직도 날 보고 언제 결혼하냐고 당신도 초대해달라고 웃으시고,</div> <div><br></div> <div>내 방엔 아직도 너가 써준 편지와 너가 준 선물들이 책상위에 가득하고,</div> <div><br></div> <div>내 컴퓨터와 핸드폰엔 아직도 너의 아이디로 로그인 돼있는 어플과 사이트가 한가득,</div> <div><br></div> <div>내 좁은 인간관계 때문인지 아직도 통화목록엔 너와 했던 통화목록이 있더라.</div> <div><br></div> <div>너와 헤어지고나서 핸드폰 앨범은 한 번도 켜보지 못했어.</div> <div><br></div> <div>나보다 널 더 아껴주셨던 어머니는 결국 너무 힘드셨는지 너에게 연락해서 울분섞인 말도 쏟아내셨지.</div> <div><br></div> <div>어머니에게 왜그랬냐고 화도냈지만 어머니도 나만큼 힘드실테고 아들만큼 충격이 크실테니 더이상 화내지않았어.</div> <div><br></div> <div>지난 주엔 동네 전철역 앞에서 아버님 마주쳤어. 너가 키우고 싶다고해서 이름도 내가 지어줬던 우리가 첫째아들이라고 부르던</div> <div><br></div> <div>강아지가 나보고 왜이렇게 요즘은 엄마집에 안놀러오냐고 내앞에서 투정부리듯이 핥더라.</div> <div><br></div> <div>언젠가 첫째도 아빠를 잊는 날이 오겠지 ㅎㅎ</div> <div><br></div> <div>주변에선 한 달만 버티면 괜찮아진다고 다독여줬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 감정상태론 일주일 후에 내가 덜 아프지 않을거같아.</div> <div><br></div> <div>아재스러운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너와 헤어지고 너와 만났던 시간과 장소가 카세트테이프의 반대편처럼 잔잔히 떠오르더라.</div> <div><br></div> <div>근데 이젠 그러기도 힘들거 같아.</div> <div><br></div> <div>오늘 우연히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어. 거기엔 너가 로그인해뒀던 너의 카카오톡이 있더라.</div> <div><br></div> <div>어차피 헤어진 사이에 이제와서 너가 무슨 행동을 하든 이제 나랑 헤어진 사람인데 무슨상관일까 했는데</div> <div><br></div> <div>참 아직도 쿨하게 널 놔주지 못했는지 바보같고 간사하게 너의 카카오톡을 들여다봤어.</div> <div><br></div> <div>오유에 바람맞은 얘기를 썼을 때 많은 분들이 따뜻한위로만큼이나 따끔한 충고와 지적도 많이 해주셨어.</div> <div><br></div> <div>정말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내가 알던 너는 그런사람이 아니기에 못본 척하고 넘어간 충고도 있었고</div> <div><br></div> <div>나조차조 생각하지 못한 정말 정곡을 찌르는 조언도 많았어. 하지만 난 끝까지 '에이 아닐거야 그래도 그런사람은 아닐거야'라고 생각했지.</div> <div><br></div> <div>들여다 본 너의 카톡은 솔직히 말하면 충격적이더라.</div> <div><br></div> <div>나에게 바람핀 걸 들켰을때 내 앞에서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이제 이런관계 그만하자고 했고</div> <div><br></div> <div>한국에 돌아와서도 카톡으로 다시는 아는 척하지말고 독하게 그남자에게 카톡을 보냈던 너인데,</div> <div><br></div> <div>어쩜 오유에서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셨던, 예상했던 그대로 행동을 너가 하고있더라.</div> <div><br></div> <div>헤어지자 마자 그 남자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며칠 전 헤어졌다곤 믿어지지 않을만큼 달콤한 카톡을 주고받고,</div> <div><br></div> <div>데이트를 다니고 그 남자와 함께 탁구를 배우러다니고 영화를 보러다니고 드라이브를 다니고,</div> <div><br></div> <div>친구들의 무슨 일있냐는 걱정어린 카톡엔 좋은 일이 있다고 답변을 하고</div> <div><br></div> <div>친구들에게 헤어졌다고 말하러 갈땐 마치 남자친구 데리고 가듯 그 남자를 데리고 나갔더라.</div> <div><br></div> <div>나랑 헤어질 땐 말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할만큼 눈물을 흘리더니 정말 댓글조언처럼 너의 감정을 씻어내는 눈물이였나보다.</div> <div><br></div> <div>나에게 너의 행동을 결백하듯이 말했던건 그냥 내가 듣고싶은 말을 해준거였구나.</div> <div><br></div> <div>이제 너와 추억이 잔잔한 테이프처럼 떠오르지 못할 거 같아. 테이프 끈은 늘어지고 엉켜서 더 이상 제대로된 뒷면음악이 나오질 않는다.</div> <div><br></div> <div>이제 나도 독하게 더욱더 독하게 마음먹고 지독한 그 추억을 지울게.</div> <div><br></div> <div>아픈마음에 열어보지 못했던, 건드리지 못했던 추억들을 흔적없이 지울게.</div> <div><br></div> <div>너와 내가 한 이별이, 내가 널 너무 신사적으로 보내준 것에대해선 후회하지않아 지금도.</div> <div><br></div> <div>너같은 사람도 좋게 보내줬는데 앞으로 어느누구와 만남과 헤어짐을 가져도 난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거같아.</div> <div><br></div> <div>카카오톡 프로필에 너와 함께있던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런 사진이 있더라.</div> <div><br></div> <div>"누군가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완전히 믿으면 그 결말은 다음 두 가지중 하나이다."</div> <div><br></div> <div>"일생 최고의 인연을 만나거나 일생 최대의 교훈을 얻거나"</div> <div><br></div> <div>내가 이 프로필 사진을 등록할땐 전자의 생각으로 했지만 이젠 후자야.</div> <div><br></div> <div>하지만 또 누군갈 만나면 내 모든 마음을 다해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다 믿을거야.</div> <div><br></div> <div>너같은 사람때문에 누군갈 못믿게되는 나약한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div> <div><br></div> <div>이제 테이프를 돌려서 다시 듣지않을게. 꺼내서 쓰레기통에 넣을게.</div> <div><br></div> <div>고마워. 나에게 아무나 얻지못하는 귀한 인생의 교훈을 줘서 고마워.</div> <div><br></div> <div>안녕.</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지금도 제 이별의 방식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스스로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div> <div><br></div> <div>그냥 감정이 너무 일어나서 글을 적었습니다.</div> <div><br></div> <div>제라툴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밤이네요.</div> <div><br></div> <div>장막을 들추고 미래를 엿봤더니 망각뿐이더군요. 하하하</div> <div><br></div> <div>그건 그렇고 제가 올렸던 글에 전 여친의 감정과 심리를 예측하신분들...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엔..</div></div> <div><br></div> <div>다들..심리학과에 다니시나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