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감독의 신작. <div>얼마든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과장된 감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재임에도</div> <div>인간을 조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놀란 감독의 선택에 경의를 표한다.</div> <div><br></div> <div>전쟁 영화보다는 휴먼드라마, 혹은 재난영화에 가까운 덩케르크는 </div> <div>시작부터 끝까지, 실화바탕 전쟁영화가 가지기 쉬운 과장과 포장을 경계하는듯한 모습을 보인다.</div> <div><br></div> <div>등장하는 인물들 조차 위대한 군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조명한다.</div> <div>적을 등지고 도망치는 영국군 병사도.</div> <div>군복을 바꿔입고 국적을 속인 이도.</div> <div>동료들을 구하는것 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난파선 위의 병사들도 그러하다.</div> <div>그렇기에 관객은 수많은 군인들의 영웅적 일대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의 시점에서, 혹은 보통 사람인 '나'의 시점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div> <div><br></div> <div>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독일 병사의 모습을 비춘적이 없다는 것이다.</div> <div>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기계이며,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온다.</div> <div>나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비명과 죽음을 흩뿌리며 날아드는 적들의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이란 하나 뿐일 것이다.</div> <div><br></div> <div>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생존자들 대부분이 겁쟁이들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div> <div>생존자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div> <div>그들은 전쟁의 승패보다는 개인의 생존을 우선한다.</div> <div>배 내부에 은신해 있을 때 이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전해진다.</div> <div>적과 싸워 안전을 확보한다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그 누구도 그런 선택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div> <div>그렇기에 영화는 적의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div> <div>용기있는 군인들은 적과 마주하며 동료들을 살리고자 했겠으나, 또한 목숨을 잃었을 것이므로.</div> <div>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군인이 아닌 한낱 인간들의 이야기이기에.</div> <div><br></div> <div>그래서 개중 드러나는 숭고한 군인정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div> <div>스핏파이어의 조종사들이 한 예다.</div> <div>극 중에서 그들은, 그 어떤 등장인물들 보다도 용기 있고, 전투를 피하지 않는다.</div> <div>전투를 계속한다면 돌아갈 방법이 없음을 알면서도, 더 많은 이들을 구하는 길을 선택하는 톰 하디는, 위대한 영웅들의 상징성을 지니는 캐릭터라 하지 않을 수 없다.</div> <div>그의 동료역시 마찬가지이다.</div> <div>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 처음으로 다른 군인에게 들은 대사이다.</div> <div>'공군은 뭘 하고 있었느냐-'하는 식의 책망.</div> <div>전쟁의 승리를 위해 싸운 영웅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온 생존자들에게 원망을 듣는 상황이란.</div> <div>수많은 전쟁영화 속에서 무수히 탄생해온 전쟁영웅들에 대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각을 일부 엿본 것일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킬리언 머피가 등장하는 구조선 파트 역시,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차별화 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도망치는 쪽은 군인이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일반인이다.</span></div> <div>이 대비는,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중요한 구도이기도 하다.</div> <div><br></div> <div>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인간이 전장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div> <div>구도와 연출 모두, 관객이 자신이 덩케르크에 고립되어있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div> <div>군인들의 선택과 시선에 나를 빗대 곱씹게 한다.</div> <div>영화 중반, 제 발로 바닷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동료를 말 없이 지켜보는 세 겁쟁이들의 모습은</div> <div>그래서 더 큰 생동감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바닷가와 해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몹시 건조하다.</div> <div>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해상은, 그저 색이 다른 사막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div> <div>병사들은 몹시 목말라하며, 색감은 어둡고, 바다는 단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기만 할 뿐이다.</div> <div>그래서 망망대해 위를 비상하는 스핏파이어를 비출 때, 관객은 웅장함이나 탁 트인 청량감이 아닌</div> <div>암담함, 혹은 가슴이 먹먹한 영문모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영화는 마지막까지 대비를 잊지 않는다.</div> <div>적진 한복판에서, 죽음이 예정된 순간에 조차 당당함을 잃지 않는 톰 하디의 모습과</div> <div>살아남아 고국으로 귀환했음에도 자국민들의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하는 생존자들의 모습.</div> <div>그러나 이미 관객은 그 어느쪽도 책망 할 수 없다.</div> <div>오히려 생존자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안도감에 공감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리라.</div> <div>사실 그것이 우리네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div> <div>자신이 밀쳐낸 일반인이 끝내 목숨을 잃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div> <div>그의 친구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몸을 돌려버린 킬리언 머피 처럼.</div> <div>그들이 훗날, 수많은 영화로 회자된 대 전투의 한 축을 담당한 용사들이 되었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아이러니다.</div> <div><br></div> <div>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성과 대중성, 그리고 영화에 대한 감각을 타고난 감독임에 틀림이 없다.</div> <div>거기에 더해 예술성과 독특한 시각을 더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음을, 나는 덩케르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div> <div>상상해 보라. 당신이 이런 영화의 감독이라면.</div> <div>엄청난 규모의 전투씬과 상륙, 구조씬. 그리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군인들의 희생정신을 다루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런지.</div> <div>영화를 고작해야 2시간도 되지 않는 러닝타임으로 완성시킬 결정을 할 수 있었을런지.</div> <div>톰 하디나 킬리언 머피 등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단지 영화의 부품으로만 이용할 수 있었을런지.</div> <div>과감하다고 밖에는 표현 할 길 없는 놀란 감독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며,  이 영화는 꼭 아이맥스에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주관적인 감상입니다. 다른 관객분들의 관점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div> <div>#편의상 반말로 작성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