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font-size:9pt;">   손이 서로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그녀는 멈춰섰다.</span></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무사를 확인하는 말도, 승리를 축하하는 말도 없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이건 이미 정하고 있었던 일.</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렇다면, 해야 할 일도 하나뿐.</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성배를 파괴합니다. 그게, 제 역할이에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렇게 고하고, 그녀는 걷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구멍』에서 세차게 부는 강풍을 개의치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간격이 된 것인가.</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녀는 조용히 검을 겨누고, 검은『구멍』으로 시선을 향한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고, 입에서 넘쳐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고, 그녀의 모습을 뇌리에 새긴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리고.</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마스터, 명령을. 당신의 명이 없으면, 저것은 파괴할 수 없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등을 돌린 채로, 그녀는, 최후의 령주를 쓰라고 말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성배를 파괴하면 세이버는 사라진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아니──성배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한 세이버는, 이제 서번트가 되는 일도 없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세이버는, 성배에 집착했기에 서번트가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의사로 성배를 부순다고 하는 것은, 계약을 끊는다고 하는 것.</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여기서 성배를 파괴해버리면.</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녀는 영원히 왕인 채로, 그 생애를 끝내는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시로. 당신의 목소리로 들려줬으면 해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세이버의 목소리.</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것을 들을 때마다 소리지를 뻔 한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가지 마, 라고.</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여기에 남아줘 라고, 허영도 프라이드도 버리고, 벌거벗은 마음을 외치고 싶어진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하지만.</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건, 죽어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세이버를 사랑하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되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함께 계속 있고 싶다고 소원하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렇지만,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건 아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상처 입고, 그래도 계속 싸워온 세이버를 사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모든 것을 버리고,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그것을 끝까지 지켜낸 소녀가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면.</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녀의 인생을, 내 제멋대로인 행동으로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왕으로서 태어나, 왕으로서 살아왔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무엇이 없어지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고, 검을 들겠다고 맹세했던 때부터, 소녀는 왕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게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것이 소녀의 긍지.</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마지막에, 자신이 믿은 길이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서, 전장을 계속 달려왔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아르토리아라고 하는 소녀의 꿈.</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왕을 선택한 마음.</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싸운다고.</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 최후가 보답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알고서도, 여전히 검을 잡고, 왕의 맹세를 지킨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몇 년이나.</div> <div style="text-align:center;">   필시 죽을 때까지 계속된 그 긍지를, 더럽히는 것만은, 해서는 안 된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세이버. 그 책무를, 다해 줘」</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교차하는 만감을 담아서 고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넘치는 빛.</div> <div style="text-align:center;">   하늘에 뚫린『구멍』은 빛의 선에 양단되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전부 다 날아가버린 산의 정상은, 평평한 황야로 변해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멀리에는 새벽.</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지평선에는, 어렴풋이 황금이 비치고 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윽」</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왼손이 아프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마지막 령주가 사라져 간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걸로.</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정말로, 막은 내려졌다고 받아들였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이걸로, 끝난 거군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래. 이걸로 끝이야.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렇습니까. 그럼 우리들의 계약도 여기까지로군요. 당신의 검이 되어, 적을 치고, 그 몸을 지켰어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 약속을, 다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래. 세이버는 잘 해 줬어」</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걸로, 입 밖에 낼 수 있는 말이 없어졌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세이버는 멀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는 것도 하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아침 해가 떠오른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멈춰 있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영원이라고도 생각되는 황금.</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 안에서,</div> <div style="text-align:center;">「마지막으로, 딱 하나 전하겠어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강하게,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응, 무슨 말?」</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최대한의 허세를 부리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되묻는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세이버의 몸이 흔들린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돌아선 모습.</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그녀는 솔직한 눈동자로, 후회 없는 목소리로,</div> <div style="text-align:center;">「시로───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바람이 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아침 해로 부시고 있던 눈을 잠깐 감았다, 뜬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놀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이별은.</div> <div style="text-align:center;">사라질 때는, 분명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시계에 펼쳐진 것은, 그저 온통 황야뿐.</div> <div style="text-align:center;">질주한 바람과 함께, 기사의 모습은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div> <div style="text-align:center;">_그저 미련 없이 깨끗하게, 생각나게 하는 그 무엇도 남기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아아───정말로, 너다워」</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후회는 없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잃은 것, 남은 것을 가슴에 품고, 그저, 떠오르는 빛에 눈을 가늘게 뜬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잊지 않도록, 부디 오랫동안 색이 바래지 않도록, 강하게 빌며 지평선을 계속 바라봤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먼, 아침놀이 진 대지는.</div> <div style="text-align:center;">그녀가 달려왔던, 황금의 초원과 닮았다.</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6/14984782928e74055663494101b0553a6c775835fa__mn432157__w500__h375__f30147__Ym201706.jpg" width="500" height="375" alt="013f66d66ef23de967434da81e1aa7e8.jpg" style="border:none;" filesize="30147"></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br></div> <div style="text-align:center;">일해라 나스.</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