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div><br></div> <div>9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 오락실은 고학년들이나 가는 곳 이기도 했고</div> <div>오락실에서 노는 것이 일반적이지도 않았고</div> <div>아이들이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적었다.</div> <div><br></div> <div>적어도 우리 동네는 그랬다.</div> <div><br></div> <div>당시 아이들은,</div> <div>동네 친한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div> <div>옥상탈출(우리 지역은 이렇게 불렀다.)</div> <div>오징어, 술레잡기, 숨박꼭질 등을 하며 놀았다.</div> <div><br></div> <div>그러니까, 아이들이 밖에서 뛰놀던 마지막 세대가 아니었나 싶다.</div> <div><br></div> <div>그러던 와중, 어느 날.</div> <div>친구들과 놀기위해 놀이터에 모였는데,</div> <div>못보던 친구가 끼어있었다.</div> <div><br></div> <div>누구와도 대화를 하고있지 않던 그 친구는</div> <div>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div> <div>그냥 우리중에 누가 아는 아이를 같이 놀자고 데려왔나 싶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술래를 정해 숨박꼭질을 하게 되었는데,</div> <div>이 녀석은 숨박꼭질을 얼마나 잘하는건지, 단 한번도 걸리지 않았으며</div> <div>가위바위보는 어찌나 또 잘하는지, 단 한번도 술레가 된 적이 없었다.</div> <div><br></div> <div>뭐 상관은 없었다.</div> <div>노는데 아무 지장 없었으니.</div> <div><br></div> <div>그런데 같이 놀던 아이들중, 한 여자아이의 표정이 갈수록 침울해짐이 느껴졌다.</div> <div>엄마한테 혼날 거리라도 있나?</div> <div>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div> <div>재미있게 잘 놀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러다 문제는 내가 술래일 때 발생했다.</div> <div>나는 한번도 걸리지 않던 녀석을 나무 뒤, 뻔한 장소에서 찾아냈는데,</div> <div>그 아이 외에 다른 친구는 아무도 찾지 못하고 항복 선언,</div> <div>못찾겠다 꾀꼬리를 외쳤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나온 아이들에게</div> <div>"임마 드디어 술래 함 하네"라고 말하며</div> <div>새로 온 그 친구를 가리켰다.</div> <div><br></div> <div>친구들의 표정이 안좋아지고,</div> <div>아까부터 안좋던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어리둥절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고,</div> <div>친구들은</div> <div>"야 고마해라,"</div> <div>"와 그라노."</div> <div>"재미없다."</div> <div>같은 말을 하며,</div> <div>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얘들이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건가 싶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div> <div>그 중 한 아이가 뜬금없이 "우리집에 가가 비디오나 보자"라고 했다.</div> <div><br></div> <div>친구들은 내가 답이 없다고 느꼈는지,</div> <div>금새 내게서 시선을 돌려 그 친구에게 "반달가면있나" "영광의 레이서 있나" 같은 말을 물으며 걸어가기 시작했다.</div> <div>그래서 난 그 친구에게 "야, 그럼 쟈도 댈꼬 가나?"</div> <div>라며 이제 막 술래가 된 친구를 가리켰고,</div> <div>비디오 보러 가자던 친구는 "쟈는 됐다. 엄마가 모르는 아라서 안된다."</div> <div>라고 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아이와 헤어져, 아무 생각 없이 친구 집 까지 따라간 뒤</div> <div>그 집 주인인 친구를 필두로 대체 누구한테 말했던건지 묻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난 같이 있던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div> <div>다른 모든 친구들은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나를 보았을 뿐이라 했다.</div> <div><br></div> <div>그럼 그 아이는 대낮에 나온 귀신이었던걸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