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혼자 추억 되새길 겸 썼던 걸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ㅠ_ㅠ <div><br></div> <div>아버지 에피소드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은 그 위주로 몇 개 써볼게요 ㅋㅋㅋㅋㅋㅋ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 그래도 우리 딸 고양이가 젤 이쁘지 </div> <div>아빠는 그렇게 우리 냥이와 짧은 만남을 가지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셨죠. </div> <div>당시 부모님은 시골집에 거주 중이셨는데, 그 집 정원엔 고양이들이 바글바글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div> <div>엄마빠 두 분 다 개는 키워봤어도 고양이는 안 키워 보셔서 딱히 밥을 뭘 챙겨줘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셨던 분들이라 그냥 엄마가 가끔 멸치 육수 내고 건져낸 멸치나 좀 나눠주고 그랬는데 왠지 모르게 우리집 정원이 동네 오만 고양이들 아지트가 됐더라고요;;; </div> <div><br></div> <div>암튼 미국 우리집에 다녀가신 뒤로 아빠는 정원에 고양이들만 보이면 그렇게 반기시더랍니다. (엄마의 증언) </div> <div>그 전까진 별 관심도 없으셨는데 무려 참치캔을 따서 시크한듯 무심하게 정원에 놔두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거실에 앉아 창 밖 고양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쟨 무늬가 신기하네, 쟨 아직 애긴가보다, 쟨 못 보던 앤데 등등... </div> <div>그러면서 마지막엔 꼭 한 마디 덧붙였데요.</div> <div>"그래도 우리 딸네 고양이가 젤 이뻐. 걘 잘 때도 꼭 이렇게 사람 품에 와서 팔 베고 자."</div> <div><br></div> <div><br></div> <div>2. 캣대디로 거듭난 아부지 </div> <div>그리고 한 두달 뒤에 제가 여름 방학을 해서 한국에 나왔었어요. </div> <div>저 없는 동안 냥이 봐줄 사람 있어야 해서 하루 한 번씩 집으로 방문해 고양이 밥도 주고 놀아주고 하는 펫 시터를 고용했었죠. 근데 친한 언니가 마침 살던 집 비우고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텀이 생겨서 제 집에 살면서 우리 냥님을 봐주기로 하셔서 펫 시터에 원래 우리 냥이랑 친하게 지내던 사람까지 있으니 안심하고 3주나 나왔었어요.</div> <div><br></div> <div>아빠는 또 저 보자마자 그 놈의 고양이 아직도 안 내다 버렸냐고 맘에도 없는 미운 소리 한 마디 하시고 ㅎㅎㅎㅎ </div> <div>저는 정원 냥이들을 보고 고양이 사료를 대량으로 사다 그 아이들을 먹이기 시작했습니다.</div> <div>3주 지나고 미국 돌아가면서 엄마한테 나 없어도 냥이들 밥 잘 챙겨주라 부탁하고 왔는데,</div> <div>나중에 엄마랑 통화하며 들어보니 왤 걸;;;;</div> <div>아빠가 더 열심히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준다는 거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br></div> <div>그리고 고양이들이 아빠한테 고마웠는지 자꾸만 쥐를 잡아다 현관에 두고 간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엄마가 그걸 볼 때마다 "아이고~ 애들이 당신한테 고맙다고 선물 갖다줬네. 먹으라고 준 건데 성의를 봐서 얼른 드쇼." 이러면서 놀렸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iv> <div>아빠는 묵묵히 죽은 쥐를 치우고 더 열심히 애들 밥을 챙겨 줬다 합니다. </div> <div><br></div> <div> </div> <div><span style="font-size:9pt;">3. 버릴 땐 버릴더라도 오늘은 잘해줘야해</span></div> <div>그리고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아버지가 또 미국 우리집에 오셨어요, 이번엔 무려 두 달이나 있다 가심. </div> <div>이번에도 고양이 갖다 버리라고 매일 잔소리를 하셨어요 -_- </div> <div><br></div> <div>그러다 제가 친구랑 뉴욕에 일주일 동안 놀러갔는데... </div> <div><span style="font-size:9pt;">저는 아빠가 저 없는 사이에 설마 우리 냥이를 갖다 버리지는 않을거라곤 생각 했지만 잘 봐줄 거란 기대는 안 했어요. </span></div> <div>그래서 사료는 내가 급식기에 넣어놓고 갈 거니까 밥은 안 챙겨줘도 되지만 캔이랑 파우치 같은 간식은 하루 한 개씩 따주고 구박하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하고 갔어요. </div> <div><br></div> <div>그런데 다녀와보니 두둥! </div> <div>냥이랑 일주일 동안 친하게 잘 지내며 간식도 챙겨준 건 물론이고 화장실까지 치워주고 계셨더라고요;;; </div> <div>사실 저희 냥님은 성격이 무던한 편이라 화장실 매일 안 치워줘도 전혀 상관 안 하세요. </div> <div>그래도 일주일은 좀 심한데 싶었지만, 아빠가 고양이 똥까지 치워주진 않을 것 같아 할 수 없다 생각하고 다녀온 거였거든요..... </div> <div>아빠 말로는 "고양이 새끼 똥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머리가 아파서 나 살려고 치웠다!" 합니다... </div> <div>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div> <div><br></div> <div><br></div> <div>4. 고양이!!! 고양이가 없어졌어!!!!!</div> <div>이건 제가 냥님과 완전히 귀국한 뒤의 일이에요. </div> <div>당시 저는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라 아침 일찍 나갔다 밤 늦게나 들어왔고, </div> <div>엄마도 오후에는 거의 집에 안 계셔서 오후 시간엔 보통 아빠랑 냥님만 집에 있었어요.</div> <div><br></div> <div>근데 어느 날 제가 평소보다 좀 일찍 퇴근하고 왠일로 또 집으로 바로 와서... </div> <div>오후 4~5시쯤에 집에 왔더니 냥님만 혼자 있더라고요. </div> <div>젤 먼저 화장실로 들어갔는네, 냥님이 저 왔다고 막 반가워하면서 따라 들어 왔어요. </div> <div>(늘 있는 일.... 볼 일 볼 때 무릎에 앉아 있는 걸 왜 이리 좋아하는지;;;;;) </div> <div>그래서 냥님 무릎에 앉혀놓고 저는 일을 보고 있는데.... </div> <div>현관문 소리가 나는 게 아빠가 오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볼일을 보는데... </div> <div>아빠가 우리 냥이 이름을 부르면서 찾으러 다니더니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까 엄청 다급하게</div> <div><span style="font-size:9pt;">"냐옹아!!!!! 냐옹아아아아!!!!!!! 냐옹아아아아아아!!!!!!!!!!!!!!!!!! 어디 있니이이이이!!!!!!!!!!!!!" </span></div> <div><br></div> <div>무슨 전쟁 통에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 같은 다급함이었어요. </div> <div>제가 완전 빵 터져서 막 웃으면서 화장실 문 살짝 열고 냥님 내보내 줬더니 </div> <div>그제서야 머슥해지셔서는 </div> <div>"아 거기 있었냐. 난 또 너 집 나간 줄 알고 좋아했다." </div> <div><br></div> <div>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5. 이 아저씨가 군대에 있을 때 말이다~</span></div> <div>또 어느 날은 제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div> <div>이 때는 제가 이미 프리랜서로 전업한 뒤라 집에 있는 시간이 들쭉날쭉 하니 아빠도 언제 집이 비는지 알기 힘드셨죠 ㅎㅎㅎㅎ</div> <div>눈치 봐가며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만 맘놓고 냥님 예뻐하느라 아빠도 나름 힘드셨을 듯....</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암튼 제가 방에서 조용히 잠만 자고 있었으니까 아빠는 또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지 냥님이랑 본격적인 교감(?)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뭐 별 시덥지도 않은 얘길 냥님 붙잡고 한참 하시길래...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얼마나 말 상대가 없으면 저럴까 ㅉㅉ 하며 더 자려는데 이번엔 뭐 요즘 날이 너무 춥다 그런 얘길 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근데, 이 아저씨가 군대에 있었을 때는 말이다~ 날씨가 어마무시하게 추웠어. 이 아저씨가 최전방에 있었거든! 이 정도 추위는 추위도 아니야. 거긴 진짜 얼어 죽을 것 같이 추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진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저렇게 말씀 하셨어요.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 그때 너무 웃겨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무슨 고양이를 붙잡고 군대 최전방으로 갔다 왔다고 허세를 부린단 말입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것도 낼 모레 환갑이 아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pan></div> <div><br></div> <div>진짜 이건 제가 들었단 거 알면 아빠가 너무 창피하실 것 같아서 저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방 밖으로 안 나갔어요. </div> <div>아빠 외출하실 때까지 화장실도 못 가서 힘들었음..... </div> <div><br></div> <div><br></div> <div>6. 정신 나간 여편네 같으니라고</div> <div>아빠가 나가는 모임에 어떤 여성분께서 고양이를 키우시나봐요. </div> <div>모임에서 우연히 고양이 얘기가 나와서 아빠가 사람들한테 우리 냥님 사진을 보여드렸는데,</div> <div>그 아주머니께서 자기 고양이는 무려 품종묘라고 엄청 잘난척 하면서 사진을 내미셨나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iv> <div>그러면서 자기네 고양이가 더 이쁘다고 심하게 으시대셨다 합니다..... </div> <div><br></div> <div>집에 와서 엄마랑 저한테 이 얘길 하시는데 엄마가 듣다가</div> <div>"아니 당신은 그 소릴 그냥 듣고만 있었단 말이야? 우리 애기가 젤 이쁘다고 말을 해야지!"</div> <div>이러니까 아빠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div> <div>"뭐 그런 걸 일일이 상대해줘. 지 눈엔 지 고양이가 더 이쁘다는데 뭘 어떻게 해. (이를 악물며) 정신 나간 여편네 같으니라고...." </div> <div><br></div> <div>저' 정신 나간 여편네 같으니라고'를 어찌나 비장하게 중얼대시던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iv> <div>그 뒤로 모임 나갈 때 마다 그 아주머니한테 꽁해 계시는 듯 합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오늘은 뭐... 주인님 에피소드가 아니라 아빠 에피소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빠는 저런 식으로 몇 년 가족들 앞에서 우리 냥님 싫어하는 척 연기를 열심히 하시더니 요즘엔 그것도 포기하셨어요.</span></div> <div>그냥 대놓고 이뻐함. </div> <div>우리가 쳐다봐도 신경 안 쓰고 이뻐함. </div> <div>냥님도 가족 중에 아빠를 제일 좋아해서 둘이 어찌나 애틋한지 눈뜨고 봐주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div> <div><br></div> <div>나중에 진짜 주인님 에피소드로 또 돌아 올게요 ㅎㅎㅎㅎㅎ </div> <div><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br></div> <div> </div> <div><br></div> <div> </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