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엔, 돌아보니 이상했던 일들을 적었었는데, <div>이번에는 당시에도 공포였던 일들을 적어볼까 합니다.</div> <div>반말은 양해 해 주세요.</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전에도 말했듯, 난 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다.</div> <div>하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다른 한국인들과 주로 어울렸는데,</div> <div>대학교에 다닐 때도 학교 내의 한국 학생들이 모여 만든 한인클럽 친구들과 친했다.</div> <div>내가 2학년 때 생겼으므로, 뭐 사실 이미 친한 사람들이 만든 클럽이기도 했다.</div> <div><br></div> <div>우리 동네는 캠퍼스 타운으로, 학교 친구들은 거의 다 근처에 살았다.</div> <div>당시 나는 친한 후배들과 자주 어울렸고,</div> <div>후배들 밥 잘 해 먹이는 왕언니가 되어있었다.</div> <div><br></div> <div>그 날도 친구들과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div> <div>갑자기 단체로 노래방을 가자고들 했서,</div> <div>차 세 대에 나눠타고, 당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노래방에 가서 재밌게 놀고,</div> <div>다시 우리 동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니, 그랬다고 한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나에게는 이 기억이 없다.</span></div> <div>돌아오는 길에 내가 타고있던 차가 사고를 당해 나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div> <div>그 날의 기억은 통째로 흐릿하고, 특히 사고의 기억은 없다.</div> <div><br></div> <div>주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div> <div>차 세 대의 주인들, 나의 철없는 후배놈들은, 그 새벽, 차도 별로 없는 도로에서</div> <div>경주하듯 서로 견제하며 속력을 높였고,</div> <div>그 중 제일 철없던 놈이 내가 타고있던 차 앞을 급히 막아서면서</div> <div>내가 타고있던 차가 그걸 피하려다</div> <div>오른쪽 가드레일을 뚫고 절벽 비슷한 지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div> <div><br></div> <div>큰 사고였다.</div> <div>차에는 네 명이 타고있었고, 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div> <div>낡은 중고 Civic의 에어백은 터지지도 않았다.</div> <div>조수석에 탔던 나는 목뼈가 바스라졌고</div> <div>뒷좌석에 탔던 여자 후배는 갈비 뼈 두 개, 척추 두 개가 골절됐다.</div> <div>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사고이지, 공포는 아니었다.</div> <div><br></div> <div>공포스러운 일은 사고 직후부터 시작되었다.</div> <div>우리 차 앞으로 끼어들었던 사고의 주범,</div> <div>즉 우리의 선배, 후배, 매일 보고 매일 어울리는 절친들은,</div> <div>우리의 생명보다 본인들의 안위가 우선이었고,</div> <div>신고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은 서둘러 우리 동네로 돌아간다.</div> <div><br></div> <div>앞차의 그들은 하나같이,</div> <div>바로 뒤에 따라오던 우리 차를 본 적도 없고,</div> <div>자기 차를 받을까봐 차를 급하게 돌리는 것도,</div> <div>그리고 가드레일을 찢고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도,</div> <div>듣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어쩌면 우리가 죽고 사고가 조용히 묻히길 바랬을 그들의 마음이,</div> <div>무서웠다.</div> <div><br></div> <div>나는 지금도 묻고 싶다.</div> <div>그들은 왜, 사고를 인지하지도 못했으면서,</div> <div>그 길로 내 동생에게 가</div> <div>야, 니네 언니 죽은거 같애, 하며</div> <div>끔찍한 표정을 지어보였던 것인지.</div> <div>왜 내 동생을 태우고 근처 응급실을 돌며 나를 찾았던 것인지.</div> <div>사시같이 떨고있는 내 동생을 옆에 두고,</div> <div>아, 씨발, 그 차에 내옷 다 들어있었는데,</div> <div>라며 차 걱정을 했던 것인지.</div> <div><br></div> <div>기절했다 깨어난 운전자가 직접 911에 신고를 해서 구조될 때까지,</div> <div>우리는, 거기, 어둠과 고통과 공포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8022304114a1859738eb4bc98bc28c40fefc83dd__mn87699__w500__h563__f88999__Ym201611.jpg" width="500" height="563" alt="CIMG2219.jpg" style="border:none;" filesize="88999"></div> <div style="text-align:left;">(나중에 견인된 당시 사고 차량)</div> <div style="text-align:left;">(을 찍어서 당시 싸이월드에 올렸던 사진)</div><br></div> <div>다행히 우리 넷은 모두 살았지만,</div> <div>가장 부상이 심각했던 나는 목뼈가 열 몇 조각으로 부숴져 신경에 박혔고,</div> <div>팔 다리를 못 움직이는 것은 물론,</div> <div>생년월일을 묻는 간호사에게 1888년 1월 1일 생이라고 하며</div> <div>헛소리만 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동생이 응급실에서 나를 발견하기 전까지,</div> <div>병원에서는 나의 신원도 나이도 파악하지 못하고,</div> <div>전신마비이고 곧 죽을거라며,</div> <div>몰핀만 미친듯이 주사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내 동생은 내가 발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봤다며,</div> <div>수술해야 한다고 난리 난리를 쳤고,</div> <div>아주 긴 동의서에 동생이 서명을 하고 난 뒤,</div> <div>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80223382f08269159d714a59ba902e965901acbd__mn87699__w460__h415__f23132__Ym201611.jpg" width="460" height="415" alt="Picture058.jpg" style="border:none;" filesize="23132"></div> <div style="text-align:left;">(내 목 엑스레이)</div></div> <div style="text-align:left;">(를 당시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div> <div><br></div> <div><br></div> <div>감사하게도 난, 목에 쇠를 박는 큰 수술을 하고도</div> <div>새끼손가락 하나 마비되지 않고 살아났고,</div> <div>목부터 허리까지 깁스를 하고 퇴원했다.</div> <div>간호사들은 날, 목숨이 아홉개라며, 고양이라고 불렀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난, 살아난 것이 감사하지 않았다.</div> <div>사고 후 후유증과 당장 해결해야 할 생활비,</div> <div>그리고 무엇보다,</div> <div>뻔뻔한 가해자들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립.</div> <div>내가 마주해야 했던 것들은 가혹했다.</div> <div><br></div> <div>내가 집으로 불렀던 가해자들은 </div> <div>더이상 내가 알던 이쁜 후배들이 아니었고,</div> <div>우리 삼촌 변호사야, 니 맘대로 해, 라며</div> <div>식탁을 다 엎어놓고 떠났다.</div> <div><br></div> <div>내가 입원 해 있던 동안, 무슨 말이 어떻게 돌았는지 알 수 없었고,</div> <div>좁디 좁은 우리 학교 한인사회에서 나는 매장되어 있었다.</div> <div>내가 수술실에 들어갈 때 펑펑 울며 어쩔 줄 모르던 나의 룸메이트에게</div> <div>나를 적으로 돌린 그들과의 술자리가 더 중요했고,</div> <div>한 집에 살고있는 나와는 눈도 맞추지 않았다.</div> <div>가끔 마주치는 학교 사람들은,</div> <div>아, 니가, 그랬다며? 이참에 돈이나 땡겨보려고, 후배들 고소하니까 좋냐?</div> <div>걔네들 보험비 오를건데, 미안하지도 않냐?</div> <div>조소하며 나를 스쳐갔다.</div> <div>나는 목뼈를 잃었는데, 그들은 친구들의 보험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다.</div> <div>그들의 선택적 우정이, 나는 무서웠다.</div> <div><br></div> <div>나는, 그들의 뻔뻔함에 힘입어,</div> <div>그나마 있던 미안한 마음도 없이,</div> <div>차에 타고있던 나머지 세 명과 함께 고소를 준비했고,</div> <div>이번엔 동생들마저 선동해서 친구들을 고소한,</div> <div>돈에 환장한 애가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우선 1차 가해자인 우리 차 운전자를 고소해야 하고,</div> <div>운전자 보험사에서 다른 차 운전자를 고소해야 한다고 했다.</div> <div>그들은 그들의 잘못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했고,</div> <div>나에겐 비싼 병원비와 수술비를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div> <div><br></div> <div>내가 타고 있던 차 운전자는</div> <div>나랑 정말 친하던 남자 후배였다.</div> <div>그는 나에게 엄청나게 큰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div> <div>더이상 운전은 못하겠다고 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를 거의 매일 불러냈고,</div> <div>그는 억지로라도 친구차를 빌려 운전을 해서 나를 찾아와야 했다.</div> <div>괜찮아, 니가 잘못한 거 아니야, 미안해 하지마,</div> <div>나는 매일같이 그를 위로했고,</div> <div>나의 위로가 힘이 되었던 걸까,</div> <div>유학생 신분이던 그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돌연 한국으로 도주했다.</div> <div><br></div> <div>1차 가해자가 없어진 상황.</div> <div>우리는 이길 수 없는 재판을 시작해야 했다.</div> <div>변명이라도 듣고 싶던 난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그의 어머님과 통화를 하게 됐다.</div> <div>그러게, 너 죽었으면 우리 ㅇㅇ이 어떻게 할 뻔했니, 살았기 망정이지,</div> <div>엄마에겐 자식 걱정이 우선이라지만, 이 말이 서늘했다.</div> <div>후배의 위치를 묻는 나에게, 서늘함은 더해졌다.</div> <div>돈 땜에 그러니? 보험회사에서 돈나오면 그거 줄게, 됐니?</div> <div>목소리가 앙칼졌다.</div> <div><br></div> <div>고립된 나에게 몇 안남은 내 편.</div> <div>같은 피해자.</div> <div>그의 배신이 무서웠다, 정말.</div> <div>나는 그와의 연락을 포기하고 불리한 싸움을 해야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지금은 잊으려 노력하며 잘 살고 있지만,</div> <div>당시의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어서 공게에 적었습니다.</div> <div><br></div> <div>결론적으로,</div> <div>안전벨트는 생명띠이고,</div> <div>저는 참 명이 긴 것 같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