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800" height="702" class="chimg_photo" alt="15095722_1190564974353721_7551979004218471738_n.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0642463ea5d48fbf84eb4b22dff67407a9f49__mn448796__w960__h842__f111859__Ym201611.jpg" filesize="111859"></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br><strong><font size="3">2013년 11. 4일 월요일</font></strong></div> <div><br>활명수, 박카스, 소화제 10,700원</div> <div> </div> <div>놀이공원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7시면 집에 온다.<br>요즘 부쩍 속이 불편한지 소화제를 한아름 사왔다.<br>약만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3">11.6일</font></strong></div> <div><br>싱크대마개 2,000원 <br>순대국 8,000원<br>라면, 우유, 소세지 4,270원</div> <div> </div> <div>반지하방 싱크대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 <br>9년째 살고 있는 이 집의 냄새는 아직도 어렵다.<br>동네 재래시장의 어귀에는 착한가격업소가 있다. <br>순대국이 싸고 푸짐해서 2인분을 포장했다.<br>근처 마트에 들러 5개들이 라면과 소세지, 또 우유를 샀다. <br>당뇨로 몸이 불편한 언니는 우유를 좋아한다. <br>하얀 우유를 마시면 몸 속이 깨끗해진다고 믿는다.<br>내일모레 마흔인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3">11.7일</font></strong></div> <div><br>식빵 1,950원 잉크 8,000원 <br>오뎅 2,200원 떡 3,000원</div> <div> </div> <div>천원짜리 우유식빵을 살까 하다가 <br>밤이 송송 박힌 밤식빵을 샀다.<br>오뎅 한봉지와 엄마가 좋아하는 바람떡도 샀다. <br>몇몇 동인지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 <br>잉크가 떨어져 며칠이나 그림을 못그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font size="3"><strong>11.8일 금요일</strong></font></div> <div><br>프리마 3,140원 <br>바지락 6,000원</div> <div> </div> <div>저녁은 조개탕을 끓일까 해서 바지락을 한바구니 샀다.<br>봄이 제철인 바지락이 너무 잘아서 괜히 산 듯 싶었다.<br>오늘은 웬일인지 커피믹스를 할인하지 않아<br>프리마만 따로 샀다.<br>언니가 알려준 다방커피의 황금률은<br>커피1 프리마2 설탕1.5</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3">11.9일</font></strong></div> <div><br>음식물쓰레기 봉투 1,300원 <br>식빵 1,000원 우유 1,050원 <br>꽁치 1,900원 쥬스 2,450원 <br>미역 1,550원 마요네즈 2,180원 <br>콜라 900원 상추 1,740원 <br>깻잎 500원 햄 2,110원</div> <div> </div> <div>내일은 엄마생신, 어제 먹다남은 바지락이 냉동실에 있다.<br>조갯살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드려야겠다. <br>과일값이 너무 비싸 비타민은 쥬스로 대체한다<br>독일산 삼겹살이 두 근에 만원밖에 안했지만 쌈만 담았다. <br>정육코너는 지나가지 말아야한다. 속만 쓰리다.<br>입이 심심할때 우유식빵에 마요네즈를 발라먹으면 <br>맛이 꽤 좋다. 꽁치는 오랜만에 먹는 생선,<br>비록 캔이지만. </div> <div> </div> <div> </div> <div> <img width="450" height="711" alt="15055628_1190565001020385_5531841072690723052_n.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0642930a9ba9218b74f3385a70cf47a05a020__mn448796__w450__h711__f65572__Ym201611.jpg" filesize="65572"></div> <div> </div> <div><font size="3"><strong>11. 20일</strong></font></div> <div><strong><font size="3"></font></strong><br>우유 700원 쑥갓 930원 <br>콜라 1,800원 호빵 4,000원 <br>상추 1,850원 깻잎 500원</div> <div> </div> <div>잘아서 욕했던 바지락이 아직도 남았다<br>쑥갓을 넣고 칼국수를 해먹을 생각에 행복했다.<br>요즘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br>동네 편의점마다 호빵을 팔기 시작했다. <br>충동구매는 오랜만이다.<br>쌈 하나면 반찬 필요없다는 엄마는<br>전생에 토끼였나보다. 풀이 좋단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font size="3"><strong>11. 21일</strong></font></div> <div><strong><font size="3"></font></strong><br>족발 19,000원</div> <div> </div> <div>오늘은 엄마의 월급날.<br>고기를 한달에 한번 먹으면<br>음식 앞에서 사람이 겸손해진다.</div> <div>소자 19,000원. 중자 24,000원. 대자 30,000원</div> <div>가격 앞에서도 그렇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3">11. 22일</font></strong></div> <div><br>왕뚜껑 2,040원 소세지 1,000원 후랑크 1,000원</div> <div> </div> <div>밥생각이 없다는 엄마는 이내 잠드셨다.<br>언니와 동네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먹었다<br>우리의 저녁이 전자렌지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font size="3"><strong>11.23일</strong></font></div> <div><br>우유 2,140원 소주 4,400원 <br>참치 1,880원 요구르트 990원</div> <div> </div> <div>참치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다.<br>소주가 쓰다 해도 세상보다는 아니다.<br>아빠 그렇게 보내고 <br>우리 셋은 술이 세졌다<br>여자 셋이 네 병이나 마셨다.<br>이틀전 들어온 엄마 월급은 <br>집세 38만원 공과금 20만원 <br>언니 약값에 쌀 한포대 김치 몇포기 <br>사고나니 남는게 없다</div> <div> </div> <div><font size="3"><strong>석달 뒤 2014년 2월. </strong></font></div> <div><br>엄마는 팔을 다쳐 깁스를 했고 일을 그만두었다.<br>9년째 38만원이었던 월세가 <br>지난달부터 50만원이 되었다.<br>십년을 내리 써 온 가계부를 보니 코 끝이 찡하다.</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size="3">2014년 2월 20일의 영수증</font></strong></div> <div><strong><font size="3"></font></strong> </div> <div>번개탄 2개 1,200원<br>참숯 1,500원<br>편지봉투 20원</div> <div> </div> <div>엄마가 죽자고 했다.<br>나는 울었고, 언니는 번개탄을 사왔다.<br>그날 밤, 세 모녀는 세 선녀가 되었고<br>우리 시체는 일주일 뒤에 발견되었다.<br>마지막 월세 70만원과 함께<br> </div> <div><br><em><strike><strong><font size="3">추신.</font></strong></strike></em></div> <div><strong><em><strike></strike></em></strong> </div> <div><font><strong><u>십년을 기록한 가계부중 언론에 공개된 두 장의 사진을 토대로 <br>그들의 일상을 상상해봅니다. 본문은 픽션입니다. </u></strong></font></div> <div> </div> <div>만성 소화불량과 퇴행성 관절염으로 늘 약을 달고 사는 엄마</div> <div>당뇨와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큰딸.</div> <div>몇권의 토익책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취업이 간절했을 둘째딸.</div> <div> </div> <div>언니를 간병하며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도왔고, 프로급의 드로잉 실력으로 동인지에 연재도 했으며, </div> <div>수많은 습작노트를 유품으로 남겼다는데...</div> <div>한번도 밀린 적 없다는 월세와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평판이 그들의 죽음을 더 슬프게 합니다</div> <div> </div> <div>늙은 엄마의 월급은 십년동안 고작 30만원 올랐습니다.<br>시장을 볼때는 2만원 이상 써본 적이 없었으며<br>월급의 반은 방세와 공과금. 나머지 반은 약값과 식비.<br>저금이나 여행이나 연애는 남들 하는거만 보았겠지요.</div> <div> </div> <div>외식은 한달에 한번. <br>한달 외식비보다 더 비싼 고양이사료, <br>고양이를 얼마나 예뻐했을지 모릅니다</div> <div> </div> <div>장바구니에 돼지고기 한번 담기가 그렇게 어려웠는지<br>상추랑 깻잎만 사는 마음은 어떻게 생겼는지</div> <div>한참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흐릅니다.</div> <div> </div> <div>옷 한 벌, 영화 한 편, 치킨 한 마리도 <br>사치인 이웃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가계부를 쓰고 있습니다.</div> <div><br>우리나라 2천만 노동자중 절반은 월급이 200이 안됩니다.<br>천만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못배우고 무능하고 게을러서 그럴까요?</div> <div> </div> <div>긴 글을 읽어주신 고마운 여러분,<br>실천하지도 못할 공약을 내세우는 늙은 여우들에게 표를 주지 마세요.<br>결정은 우리가 하되 결과도 우리 몫입니다.</div> <div> </div> <div><strong>만화가가 꿈이었던 둘째딸의 넋을 기리며... </strong></div> <div><strong>그들의 슬픈 죽음을 잊지 맙시다.</strong></div> <div><strong></strong> </div> <div><img width="800" height="450" class="chimg_photo" alt="15032713_1190565047687047_2243314523242327312_n.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11/14795064319d5dd083bfa84e0293a31b0de0b1ca5b__mn448796__w960__h540__f40379__Ym201611.jpg" filesize="40379"></div><br><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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