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처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대학 1년 후배가 있다. </div> <div>고작 1년 선배이지만 항상 우리에게 깍듯하게 대하던 녀석이 우리와 말을 편하게 하게 된 건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div> <div>아마도 3년 전 술자리였던 것 같은데 나와 친구들은 녀석에게 이제는 우리에게 편하게 말을 놓으라고 말했다.</div> <div> </div> <div>"어떻게 형들한테 말을 놔요..1년 선배도 선배인데.."</div> <div> </div> <div>"괜찮아.. 이미 생긴 걸로는 신입생 때부터 넌 우리와 동갑 아니 네가 오히려 우리보다 선배로 보였어."</div> <div> </div> <div>녀석도 본인의 타고난 노안을 인정하는지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div> <div> </div> <div>"그래? 그럼 한잔해야지! 이 새끼들아!"</div> <div> </div> <div>정확히 16년간 참아온 녀석은 나와 내 친구들을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가장 적절한 '새끼'라는 호칭으로 불렀고, 잠시 적막이 흘렀지만</div> <div>누구 하나 "새끼" 라는 호칭을 거부하지는 않았고 "이제 저 새끼도 우리를 새끼라 부를 나이가 됐지.. 머리도 이미 까질 대로 까졌잖아.."</div> <div>라며 인정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어제저녁 녀석은 갑자기 우리에게 월요일부터 술을 마시자며 연락이 왔다. 많은 유부남은 공감하겠지만, 평일 저녁 술을 마시려면</div> <div>그분의 승낙을 받아야만 했다. </div> <div> </div> <div>"난데.. 오늘 **이가 저녁에 좀 보자고 하는데 술 좀 마시고 들어갈 거 같아."</div> <div> </div> <div>"**이? 그게 누군데?"</div> <div> </div> <div>"내 후배 있잖아..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div> <div> </div> <div>"아.. 그 오빠... 월요일부터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말고 적당히 조금만 마시고 들어와."  </div> <div>(정확히 제대 후 탈모가 시작된 녀석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시원시원해 보이는 외모의 김광규 아저씨를 많이 닮았다.)</div> <div> </div> <div>약속 시간과 장소에 나와 친구들 그리고 후배 녀석이 모였고 후배 녀석은 우리에게 오늘 술을 살 일이 생겼다며 우리를 이열종대로</div> <div>세우고 참치 횟집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메뉴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스페살로 다섯!!" 이라 외쳤다. 매번 보급형 서민 참치회만을 먹던 우리가 </div> <div>스페살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div> <div> </div> <div>"내가 오늘 형들 보자고 한 건..."</div> <div> </div> <div>"그만! 난 뭔지 알 거 같아!"</div> <div> </div> <div>후배 녀석이 우리에게 소주를 한 잔씩 따라준 뒤 말을 꺼내려 할 때 친구 중 한 녀석이 후배의 말을 끊고 말했다.</div> <div> </div> <div>"너는 오늘 우리에게 대략 가로 152mm 세로 304mm 사이즈 봉투에 들어있는 약간은 두꺼운 재질의 종이로 된 초대장을 몸을 베베 꼬며</div> <div>한 장씩 주겠지. 그리고 그 초대장의 내용은 지극히도 상투적인 문구와 너와 너희 부모님 이름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여인과 그 부모의 이름이 </div> <div>적혀져 있겠지. 물론 네가 센스있는 놈이라면 계좌번호도 넣었을 것이고....."</div> <div> </div> <div>"뭔 개소리야?"</div> <div> </div> <div>"뭔 개소리긴. 넌 한 번도 우리를 만날 때 가방을 들고나온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가방을 들고 나왔어. 그리고 우리가 자리를</div> <div>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넌 지금까지 가방을 풀어 놓지 않고 결정적으로 평소 칠레산 대패 삼겹살 사는 것도 망설이던 네놈이 우리에게 두 당 5만 원 </div> <div>상당의 고급 참치회를 쏜다고 했을 때 이미 난 눈치챘어! 후후훗..."</div> <div> </div> <div>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코난을 거의 20년간 보더니 녀석도 코난이 다 된 것 같았다. 녀석은 마치 미제 사건을 해결한 코난처럼</div> <div>어깨를 으쓱이며 녀석을 바라봤다. </div> <div> </div> <div>"만화가 사람을 완전히 망쳐놨네.. 무슨 내가 청첩장을 주려 왔다고? 결혼할 여자도 없는데?"</div> <div> </div> <div>"맞다.. 저 녀석 여자친구 없잖아. 저 녀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웅동체 아니었어?"</div> <div> </div> <div>"닥쳐 새끼들아! 결혼을 꼭 여자랑 하는 게 아니잖아! 난 이해할 수 있어. 어서 우리에게 청첩장을 꺼내고 말해! 고백해!"</div> <div> </div> <div>"미친..  형 미쳤어? 내가 오늘 보자고 한 건 다다음주 토요일이 우리 어머니 회갑이신데 와서 분위기 좀 띄워달라고 부탁하려고 한 거야!</div> <div>그리고 뭐? 자웅동체? 나도 한때는 여자친구 있었거든!"</div> <div> </div> <div>녀석의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 언제부터 사람의 손을 여자친구라 불렸냐며 반박하고 싶었지만 녀석의 투박하지만 가끔은 섬세할 거</div> <div>같은 여자친구에게 맞을 거 같아 참았다.</div> <div> </div> <div>"아... 어머니 회갑이셔? 추..축하드린다.. 뭐.. 그럴 수도 있지..."</div> <div> </div> <div>우리는 "그래 녀석이 뜬금없이 결혼할 리가 없잖아.." 라고 안도하며 스페살~ 참치회를 먹었고 2차는 노래방으로 가 회갑연 리허설을</div> <div>간단하게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div> <div> </div> <div>집에 돌아오는 길 .....</div> <div> </div> <div>그런데... 후배 녀석 고향이 부산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단독무대로 민요 메들리 하기로 했는데....</div> <div>이런...</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