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심한 몸살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쉬고 있던 차, 몇 년간 연락 없던 나이 차 많이 나는 지인의 톡을 받았다. <div><br></div> <div>내용은 간단했다. '나 공무원 합격했어.'</div> <div><br></div> <div>작년 같았으면, 아니 몇 개월 전 이었다면 진심으로 축복 해줬을 기쁜 소식에도 나는 선뜻 축하하다는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div> <div><br></div> <div>몇 시간 째 사라지지 않는 카톡 알림 창의 숫자를 보고 있다.</div> <div><br></div> <div>당장의 내가 여유가 없어서 일까, 주변 환경의 압박 때문일까. 날 향하는 선의나 호의 조차 짜증내기 시작한건 언제부터였을까.</div> <div><br></div> <div>공무원 좋지. 좋겠다. 축하해줘야지. 그러면서 손은 그냥 핸드폰 화면을 꺼버린다. </div> <div><br></div> <div>나는 나대로 꿈이 있고 길이 있었을텐데. 왜 공무원을 부러워해야하지. 왜 이 나라는 사람들이 공무원에 몰리게끔 나라를 이 꼴로 만든거지.</div> <div><br></div> <div>왜 나는 축하도 못하고, 갈 곳 없는 허탈함과, 분노와 질투, 각종 부정적인 감정들을 속으로만 삭히고 있어야하는가.</div> <div><br></div> <div>다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지인은 단순히 축하 받고 싶었을 뿐이다.</div> <div><br></div> <div>그래도 근 2년을 힘든 곳에서 서로 지지 하며 버텨온 사이 아니었던가.</div> <div><br></div> <div>그 사람은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주변 사람에게 알리고 축복받고 싶었을 뿐일텐데.</div> <div><br></div> <div>다 나의 잘못이다. 내가 게으르고, 모자라고, 멍청했기에 이런 결과가 되었다.</div> <div><br></div> <div>노가다 자체와 노가다 일을 하는 사람들을 나쁘게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div> <div><br></div> <div>단지 이런 꼴사나운 생각을 하는 내가 싫을 뿐이고, 기술직을 천대하는 분위기가 싫을뿐이고, 취직을 못하면 병신 취급을 받는 이 나라가 싫을 뿐이다.</div> <div><br></div> <div>오늘까지 쉬고 내일부터 다시 일을 나간다.</div> <div><br></div> <div>새벽 찬바람이 걱정되어 걸칠 옷을 하나 더 챙겨넣었다.</div> <div><br></div> <div>지금도 답장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다.</div> <div><br></div> <div>오늘은, 보낼 수 없을 것 같다.</div>